조경선 선생의 교단일기

엄마들의 열성적 지원에마냥 즐거웠던 독서캠프.농촌지역 아이들을 위해면단위 도서관 있었으면. 지난 여름 방학 때 독서 동아리 엄마들과 독서캠프를 열었다. 읍내 25명과 우리 면의 25명 가량의 아이들을 위한 캠프였다.

인근 마을에 미술관이 있는데, 숙박시설과 공연장, 운동장이 있는 공간이라서 우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다. 이웃하는 중학교의 미술 선생님이 오셔서 ‘독후화를 잘 그리는 법’에 대해 특별 수업을 해주셨다.

아이들은 독후화를 그리고, ‘나만의 책’을 만들었다. 미술 선생님은 직접 잘 된 작품에 대한 시상까지 해 주고 가셨다. 그리고, 다양한 독후 활동을 하고 무대에 올라가 여러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하였다. 책 한 권에 대해 독서 퀴즈도 내보고, 편지도 써보고, 인물 분석도 하였다.

저녁에는 고흥민주단체협의회 의장님이 오셔서 우리 지역에서 옛 부터 전해오는 전설 이야기를 해주셨다. 또, 과학 전담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캠프 파이어를 준비해 주셨다.

엄마 독서 동아리에 속한 보건소의 소장님은 아이들에게 과자나 아이스크림처럼 인스터트 식품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지난 달 엄마 독서 동아리에서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한 결과이기도 했다.

인스턴트 대신, 간식으로는 포도와 찰옥수수, 고구마를 나누어 먹었다. 아이들은 1박2일이 짧게만 느껴졌다. 나는 함께 해주시는 선생님과 엄마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만끽했다. 작년만 하더라도 함께 해줄 사람을 찾지 못해 혼자 끙끙거리며 캠프를 치러냈어야 했다.

특히 읍내 엄마들은 자식들의 캠프장을 찾아 각종 식사와 간식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읍내 아이들은 음악 공연을 한다면서 우리 면 아이들은 보지도 못한 큰 악기를 들고 와서 뽐내는 것도 위화감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올해는 우리 면단위 독서 동아리 엄마들이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았다. 안내장을 보내고, 인원을 점검하고, 간식과 식사를 준비했다. 학교 급식실에 가서 식판을 빌렸고, 동네 정육점에 가서 협찬을 받는 적극적인 엄마들도 있었다.

그리고, 독서 활동 중간 중간 도우미 역할을 해줘서 많은 아이들이 모두 잘 참여하는 독서 캠프가 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를 투자해서 독서 동아리 엄마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순천시내 기적의 도서관에 갔다. 하루 종일 그 어린이 도서관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책을 읽게 했다.

그러면서도 순천시내 아이들에게만 책을 대출 반납 해주고, 각종 독서 프로그램이 열리는 기적의 도서관을 무척 부러워해야만 했다. 우리가 사는 면단위에 작은 도서관이 생기면 좋을 것이다. 농촌 아이들이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그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내 아이를 조금 더 잘 교육시키기 위해 도시로 떠나지 않고, 교육 문화 공동체를 농촌에서 만드는 일에 나서고 싶다.
서울 처녀였던 조경선 선생님은 1998년 결혼과 함께 전남 고흥으로 내려와 현재 고흥 도화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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