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선 선생의 교단일기

논술유학생 속출하고고액과이·특강에얼룩진 교육 벗어나우리 아이들,자기삶의 주인 되도록문제·비판의식쑥쑥 커졌으면… 열흘 동안 전남도교육청에서 마련한 ‘논술 연수’를 마쳤다. 담양 소쇄원 옆에 마련된 연수원 근처 푸른 산과 들 아래 분홍빛 백일홍 꽃나무가 눈부셨다.

최근 대학입시와 맞물려 강조되는 논술 열풍을 반영하듯 쟁쟁한 논술 강사들과 대학 교수, 고등학교 교사들의 모범적인 사례가 이어졌다. 서울 어느 고등학교의 철학 교사이면서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논제를 학생들과 토의하고 논술문을 쓰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사립 고등학교의 재단과 동문들이 후원하는 장학반 위주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교과의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모여 논술 논제에 대해 토론하는 사례도 들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학생들과 논술문에 대해 첨삭 지도해 주는 경우도 있었고, 국어과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교과의 교사들과 통합 논술을 지도해 주는 사례도 들었다.

나는 논술 교육이 또 다시 대학 입시의 도구로 위용을 떨치면서 도시 농촌간 교육 격차를 부채질하겠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참을 수 없었다. 지방의 고등학생들 중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수능을 마친 후 서울로 가서 300만원대의 고액을 내면서 속성 논술 지도를 받는 ‘논술 유학생’이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는 서울의 논술 학원 강사가 내려와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전남에 속한 대학교는 현재 논술 고사를 치르지 않고 있어서 고 3학생들은 “제가 지원하는 학교는 논술 고사 안보는데요.” 하면서 논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학 입시 방향과 연계한 논술 교육의 경우 교육, 문화 시설 등이 열악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경우 또 다른 소외 현상이 예상된다.

그래서 도시의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논술의 모범 사례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논술 교육이 단순히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인간을 육성한다는 차원으로 본다면 결코 등한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과거 권위적인 체제에서는 무조건 많이 외우는 획일적인 교육이 중요시된 것에 비하면 문제 의식을 갖는 논술 교육이 참으로 반갑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시 지역의 큰 규모 고등학교 위주로 논의되고 실행되며 많은 지원을 받는 현실 속에서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는 논술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라는 곳에서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가르친다면 사회에 나간 그 아이들은 또다시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 할 지 모른다.

논리적 생각을 펼치고,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는 일, 논술 교육이 담당할 몫일 것이다. 그래도, 우리 농촌의 여건이 참으로 열악하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방의 고등학생들, 이젠 서울에 있는 대학 가기 힘듭니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시골에서도 서울의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지만...... 개천에서 용을 키울 수 없게 되었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선생님들끼리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근처 소쇄원에 들렸다.

대밭에 어울어진 작은 정원의 기운을 마시고 싶었는데, 입구에서는 전과 달리 입장료를 받기 시작해서 마음이 많이 언짢아졌다.
서울 처녀였던 조경선 선생님은 1998년 결혼과 함께 전남 고흥으로 내려와 현재 고흥 도화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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