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5.1% 늘어도 수입은 39.4% 증가.. 무역수지 되레 악화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강행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농업·서비스업의 피해가 불보듯 하는데도 국익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바로 며칠 전 스위스와 미국이 농업분야 이견으로 FTA를 철회한 것은 우리 정부의 일방적이고 저자세인 협상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가 한국의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동차·전자산업 등 재벌 중심 제조업 혜택서비스·농업 ‘직격탄’ 화학·금속 등도 피해 멕시코, 나프타 체결 이후 경제성장률 급락스위스는 농업 이해 엇갈려 협상 추진 철회 ▲이익 될것이 뭔가=정부는 한미FTA 체결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국민소득이 13조9000억원이 늘고, 대미교역량이 193억 달러 증가하며, 10만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논거는 아전인수라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 FTA 체결시 무역수지는 악화된다. 단기적으로 대미수출은 54억달러로 12.1%만 증가하지만, 수입은 96억 달러로 29.1%나 증가, 무역수지 흑자가 42억 달러 감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이 71억달러로 15.1%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122억달러로 39.4%나 증가, 흑자가 51억달러 감소한다. 또 국민소득이 증가한다고 하지만, 이는 비율로 볼 때 0.42~1.99% 증가하는 미미한 수준이고, 후생수준 증가율도 0.61%~1.73%, 생산증가율도 0.61%~1.94%에 그칠 뿐이다. 고용의 경우 단기적으로 8만5000명 감소하고, 장기적으로는 10만4000명 증가한다고 하나, 8만5000명의 일자리를 뺏어 10만4000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타당성이나 실현성 모두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FTA로 인해 농업부문에서는 단기적으로 7만1000~14만2000명, 장기적으로 5만8000~12만7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외통부는 한미FTA 필요성으로 제조업의 경우 대미수출이 44억 달러 증가한다는 점을 내세워 협상의 주 목적이 제조업 수출 증대란 점을 숨기지 않는다. 한겧?FTA 체결로 최대의 이익을 보는 업종은 자동차, 섬유 및 의류, 전자산업계이다. 그리고 이들은 재벌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외 고무제품, 신발·모자, 가죽제품도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제조업중에서도 85억 달러 상당의 화학공업제품, 61억달러 상당의 기계류, 22억 달러 상당의 일부 전자전기제품, 일부 섬유·철강금속 등의 수입 피해가 예상된다. 결국 정부가 FTA 추진의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는 수출증가는 어림도 없는 대신 농업의 붕괴, 서비스업을 비롯한 다수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게 한·미 FTA다. ▲다른 나라는=94년 미국과 북미무역자유협정(NAFTA)을 맺은 멕시코는 94~2002년 동안 교역은 두배 이상 증가했지만, 93년 4.3%였던 경제성장률은 2002년 1.4%로 낮아졌다. 또 농업분야에서 멕시코는 NAFTA 이전(91~93년)에 비해 NAFTA 이후(2001~2003년)에 곡물류 수입이 101% 증가했고, 이들 품목의 생산도 감소했다. 수입이 증가한 대표적 품목은 콩 750%, 옥수수 433%, 밀 142%, 보리 22% 등이다. 반면 스위스와 미국은 지난달 27일 양국경제공동위원회에서 양국간 FTA를 시작하지 않기로 했다. 로버트 포트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USTR)는 미국의 대외 FTA 협상의 기준은 ‘농업’이라고 강조했지만, 스위스는 농업 전분야를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FTA 협상을 할 때 드러난 전략은 모두 상대국에 적극적인 개방을 요구한 반면 자국 시장개방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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