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농심에 기름 끼얹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문경식)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농민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쌀협상 이면합의 규탄, 국정조사 촉구, 쌀협상무효 전국농민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농민들은 대회를 통해 쌀 협상 이면합의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농민 800여명은 지난달 27일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전국농민대표자대회를 갖고 쌀협상 이면합의를 강력히 규탄했다.

경찰 과잉 대응에 몸싸움 격렬 ‘부상자 속출’6월20일 농민총파업…농산물 출하거부 별러▲전개과정=농민대회가 예정된 시간은 오후 2시. 트럭과 봉고 등에 나눠 탄 농민 800여명이 오후 1시경부터 각종 농민집회가 여러 차례 열린 바 있어 지리에 익숙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으로 속속 집결했다. 또 경북 청송, 영주 등 사과주산지 농민들은 중국산 사과·배에 대한 검역절차를 완화해준 것을 항의하기 위해 직접 재배한 사과를 가져와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외교통상부 앞에 열린 ‘쌀 협상 이면합의 규탄 나주농민결의대회’에 참석했던 농민 150여명이 1시 20분경 도착하면서 농민대회 분위기도 고조됐다. 그러나 농민대회는 오후 1시 45분경 경찰과 농민들이 몸싸움을 하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이 무대 위에 놓여져 있던 사과·배를 빼앗기 위해 집회장소로 접근을 했고 농민들이 “합법적 집회를 왜 막느냐”고 항의하면서 양측이 10여분간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것이다. 이 과정에 석자균 전 영주시농민회 회장이 코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농민부상자가 속출했다.이에 농민들은 영등포경찰서장의 사과를 요구했으며, 오후 2시 20분경 조만기 영등포경찰서장이 찾아와 “사과, 배를 수거하려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문경식 전농의장과 강기갑 의원에게 해명을 했다.오후 2시 25분부터 시작된 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은 쌀 협상 이면합의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처벌,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쌀 협상 이면합의는 제2의 마늘협상을 넘어 농민배신, 국민기만의 극치”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쌀 협상 이면합의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수호 민주노총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이 참석해 “농민들의 처절한 식량주권 싸움에 노동자들도 함께 할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오후 3시 45분경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각자 대중교통편을 이용해 열린우리당 당사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항의 방문했다. 장동화 전농 강원도연맹의장 등 농민대표자 3명은 오후 4시 10분경, 홍만희 열린우리당 시민사회국장을 면담하고 ‘국정조사와 쌀협상 국회비준거부’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후 농민들은 오후 6시경에 자진해산했다.▲농민요구는=농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중국산 과일에 대한 검역절차 완화 등은 이면합의는 없다고 말해온 정부주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중국 등과 쌀 협상 이행점검을 위해 연례협의를 개최키로 함에 따라 지속적인 농산물 수입개방 확대압력을 받을 것이란 주장이다.따라서 농민들은 쌀 협상의 또 다른 이면합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쌀 협상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고 한중마늘협상, 한일어업협상 등 잘못된 농업통상관례를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이와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6월 20일 농산물출하거부 농민총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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