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밀어 부치고 농업예산 10% 확보 ‘공염불’

여의도 한강둔치 공원에 집결한 10만여명의 농민들이 초겨울 강바람도 아랑곳 없이 '개방농정 철폐', '한-칠레FTA비준 거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부 수입개방 불가피 여론 호도생색용 대책으로 면피에만 급급“이경해 열사 정신 계승, 우리농업 사수·쌀지키기·농민생존권 쟁취.” 19일 전국농민대회의 목적이다. 한·칠레 FTA 비준안 국회 상정, WTO 농업협상, 2004년 쌀 재협상 등 농업의 최대 위기를 맞아 400만 농민의 단결된 투쟁으로 개방농정을 철폐하고 농민생존권 쟁취의 과제를 전국민적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이다.그동안 수많은 농민들이 무분별한 수입개방과 농산물가격 폭락, 농업정책 실패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농가부채를 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정부의 개방농정은 변한 것이 없다. 지난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5차 각료회의는 우리 농업 사수와 WTO반대를 외치며 자결한 고 이경해 열사의 숭고한 희생과 전세계 농민을 비롯한 민중들의 투쟁속에 무산됐지만, 그것으로 끝난게 아니다. 여전히 WTO/DDA(도하개발아젠다) 농업협상은 내년 말 타결을 목표로 진행중이고, 내년중으로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에 따라 우리나라와 이해당사국간 쌀 재협상을 마쳐야 한다. 특히 참여정부는 농민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정부 실책으로 체결된 한·칠레 FTA의 국회비준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쳐 국회 통외통위가 이를 상정한 상태이고, 농해수위 역시 FTA 지원특별법을 상정해 놓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내용이 미흡한 몇가지 대책으로 생색을 내면서 향후 추가적인 수입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대다수 농가의 탈농을 유도하는 농업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인의 날인 11월11일 발표된 119조 농업·농촌 투융자계획의 경우 마치 농촌에 돈벼락을 안겨주는 것 같지만, 기존 농업예산만 10년 동안 합친 것과 다를게 없으며,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농민들이 요구해온 식량자급률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다는 지적이다. 농가부채특별법은 핵심내용인 상호금융과 농업경영개선자금을 제외시켰고, 농특세는 5년만 연장하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국가예산중 농업예산 비중을 10%로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이미 공염불이 됐고, “쌀 관세화 유예를 포기할 수도 있다” “농업개방은 불가피하고 제2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식의 정부 고위급들의 잇따른 발언은 농민들의 분노를 증폭시켜 왔다.농민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경해 열사의 숭고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정부의 개방농정, 농업포기정책을 끝장내지 않는 한 농업·농민·농촌이 다 죽는다는 인식에 공감하게 됐고, 그것이 10만명 규모의 이번 대회로 표출된 것이다.민족 농업을 미국과 초국적 독점자본에 빼앗길 것이냐, 아니면 농민들의 강고한 투쟁으로 민족농업을 지켜낼 것이냐 하는 기로에서 농민들은 전국농민연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쟁에 나선 것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이경해 열사의 고귀한 희생으로 조성된 우리 농업보호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고, 농민들의 요구를 전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그것을 관철시키자는게 대회의 목적이다.농민연대는 이번 대회를 투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12월6일로 예정된 2차 전국농민대회를 비롯 향후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개방일변도의 농업축소 정책과 껍데기뿐인 119조 투융자계획 등 기만적인 정책으로 일관하는 참여정부의 농업정책을 대중적으로 심판해 간다는 것이다. 당장은 현재 국회에 상정된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고, 쌀 수입개방 반대, 농가부채 해결, 농협중앙회 신·경분리와 시군지부 폐지 등 핵심요구사항을 반드시 관철해 내겠다는 방침이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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