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서상현>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의 세부원칙(Modality) 기본 틀 작성을 위해 열린 제5차 WTO 각료회의가 최종 결렬됐다. 13일 칸쿤 각료회의 초안을 배포한 WTO측은 각료선언문 작성을 위해 회의기간을 15일까지 회기를 연장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결국 이번 각료회의에서 새롭게 등장한 ACP 등 개도국들의 강력, 반발로 그 뜻이 좌초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04년 쌀 재협상을 앞둔 정부와 농업계는 DDA농업협상의 향방에 주목하면서 협상결렬이 가져올 국익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협상진행 과정과 우리농업에 시사하는 것을 검토했다.■협상진행 과정=칸쿤 각료회의는 농업협상을 포함한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의 세부원칙 기본 틀 마련을 위해 146개국 7000여명의 대표단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0일 개막됐다. 이후 각국 대표들은 수석대표자회의(HOD)와 실무급 회의를 공식, 비공식적으로 진행하며 농업, 비농산물, 싱가포르 이슈, 개발 등의 의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결국 선진국과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간 절충안을 찾지 못해 합의도출에 실패했다.특히 각국 대표단들은 각료선언문 작성을 위해 막판까지 절충을 시도했으나 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국가로 구성된 ACP 78개국 대표가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의장초안에 강력, 항의하며 각료회가 무산된 것이다.싱가포르 이슈의 의장초안은 무역원활화와 정부조달의 투명성 분야에서 규범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칸쿤 각료회의에서 협상을 시작하고 투자, 경쟁정책 분야는 농업과 비농산물 분야의 세부원칙 작성시기에 맞춰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농업분야 협상결과=칸쿤 각료회의 농업협상은 지난 10일 개막이후 14일 오전까지 관세와 보조금 감축방안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간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을 거듭해 큰 진통을 거듭했다.칸쿤 각료회의 농업분야 의장을 맡은 조지여(George Yeo) 싱가포르 통상장관은 지난 13일 카스티요(Castillo) WTO일반이사회의장이 8월 24일 제시했던 초안을 수정한 각료선언문 초안을 배포했다. 조지여 초안은 카스티요 초안을 바탕으로 했지만 관세상한 설정과 TRQ증량, 국내보조 상한 설정 등 농산물 수출국들의 요구를 대폭 반영하고 있어 우리나라, 일본, 스위스를 비롯한 G10(농산물 수입 10개국)의 강력한 반발을 쌌다.조지여 안은 카스티요에 비해 국내보조와 관련 품목특정 AMS(국내보조) 수준의 상한을 설정하도록 했으며 국내보조총액에 대해서도 감축률을 명시토록 했다. 또 허용보조(Green Box)의 요건도 강화를 했다. 다만 소수 비교역적기능(NTC) 품목에 대해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을 부대의견으로 달아놓았을 뿐이다. 개도국 우대는 낮은 감축률, 긴 이행기간을 주는 신축성을 부여했으며 우리측 요구인 특별품목(SP)을 인정하고 있는 정도다. 시장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품목전체관세의 평균감축률 설정을 시도했으며 선진국과 같이 개도국도 UR방식 외에 스위스공식으로 농산물관세를 감축토록 했다.하지만 농산물협상은 조지여 의장안에 대해 수출국과 수입국들이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싱가폴 이슈의 합의실패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더 이상의 진전없이 논의를 중단했다.■시사점=DDA농업협상은 지난 3월말까지 세부원칙 최종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한을 넘긴 이후 칸쿤 각료회의에서는 세부원칙을 도출하기 위한 기본 틀이라도 마련하자는 수준에서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DDA농업협상은 전체 일정이 어느 정도는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DDA농업협상 결과를 2004년 쌀 재협상의 가이드라인으로 여겼던 우리정부의 대책에도 일정부분 차질이 예상된다.하지만 이번 각료회의의 무산이 곧 DDA농업협상을 여기서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WTO 참가국들은 지속적인 세부원칙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재개될 DDA농업협상의 기본바탕은 관세상한 설정, TRQ증량, 보조금총액설정 등 한국농업에 불리한 조지여 장관의 초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칸쿤회의에서 우리정부는 기자단 브리핑 때마다 G10과 연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협상결과를 주목할 것을 강조했지만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지여 초안은 한국농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더구나 우리측이 협상의 성과라고 주장하는 관세상한 예외근거의 설정도 부대의견으로 반영된 수준이다.조지여 의장초안을 분석하며 이번 협상에서 기존의 농산물수출 강대국과 수출개도국, 수입국의 삼각구도 속에서 수출국들의 입김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협상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입국에게는 점점 불리하게 전개될 것임을 뜻한다.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번 칸쿤 협상과정과 그 결과를 철저히 분석, 국내농업과 농촌,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특단의 통상대책을 마련하고 이것을 통상협상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다양한 근거와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칸쿤 각료회의가 우리 농업에 던져준 숙제인 것이다.칸쿤 현지시각 2003년 9월 15일 00시 25분
서상현seosh@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