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협중앙회가 지난 61년 창립 이래 15일로 창립 37주년을 맞아 14일 기념식을 갖고 ‘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활력에 찬 농촌건설’을 ‘민주농협 3기 운영지표’로 선포했다.
아울러 △창의와 절약으로 고효율농업 실현과 현장중심의 종합서비스 체제확립으로 농업인 실익 증진 △식량자급과 안전농산물 생산, 신물류 정착과직거래사업 확대로 국민경제 기여 △편리하고 튼튼한 슈퍼뱅크 구축과 정보화, 전문화로 선진경영 구현 등을 ‘힘써 할 일’ 항목으로 정했다.
이어 기존의 ‘임직원 행동강령’을 ‘농협인의 다짐’으로 개정해 △항상농촌현장을 생각하면서 농업인 실익증진에 최선 △고객입장에서 생각하는최고의 봉사자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고 균형발전하는 지역사회 건설 △구체적 실천으로 개혁주도 △창의와 도전으로 21세기 무한경쟁 극복 등을 다짐했다.
농협은 이날 이같은 사항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전 농협가족이 결연한 의지와 각오로 이의 실현에 총력 매진해 IMF 체제에서도 성공하는 농협이 될 것을 결의했다.
원철희 농협중앙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정부는 4개 협동조합이 스스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제 구조조정은 누구도 피할수 없으며,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다시 원점에서 농협을농민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 회장은 특히 “죽기로 각오하면 살것이라는 ‘필사즉생’의 신념으로 대처한다면 오늘의 위기는 반드시극복될 것”이라며 매우 강한 톤으로 개혁을 강조했다.
농협의 이런 변화는 IMF로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조합원 중심으로 농협을 개혁하고 고객에 대한 무한봉사를 통해 신뢰받는 농협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농협 임직원들의 의식을 개혁함으로써 범 사회적인 협동조합 개혁 분위기에부합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사실 농협은 창립 37주년을 기념하는 자리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산물과 금융시장 개방에 이어 IMF구제금융으로 몰아닥친 경제위기가농협에도 크게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협은 올해 결산상황이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미 초긴축의 경영으로 나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농협은 그동안의 일정한 개혁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산자협동조합의 본령인 경제사업보다는 신용사업에 치중하고 중앙기구의 비대화, 하향식 조직운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조합부실화와 거액의 부실채권과 관련,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여론에 직면해있다. 또한 급변하는 유통, 금융시장의 여건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새정부들어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에서 제기된 협동조합 개혁여론은농림부 자문기구인 협동조합개혁위원회를 통해 이미 개혁안으로 구체화돼있고, 이제는 장관 지시에 따라 자체개혁안은 이달까지, 중앙회 통합을 포함한 4개 협동조합 개혁안은 9월까지 내야하는 상황이다. 원 회장이 “개혁은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규정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립 37년을 맞는 농협의 고민은 어느때 보다도 어렵고 깊은 것이되고 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농민의 농협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존립하지 못하는, 절대절명의 명제가 주어져 있는 것이다. 지금 IMF로인한 경영난에다 종잡을 수 없는 폭우로 아사 직전에 있는 농업·농민·농촌을 생각해서라도, 구조조정의 물결에 시름 깊은 임직원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누구보다도 먼저 개혁을 기치로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농협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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