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수축협중앙회 신용사업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농어민을 위한 것인가 중앙회를 위한 것인가, 협동조합 개혁논의가 심화될수록 중앙회 신용사업의 실체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이 요구되고 있다. 현행 중앙회 신용사업은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을 위해 충실한 것인가, IMF 관리체제와 금융개방 아래서 경쟁력은 있는 것인가, 조합 상호금융과는 어떤 관계인가 등. 중앙회의 올바른 구조조정을 위해 지금껏 정확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신용사업의 모든 것을 구체적 자료와 함께 분석한다.
농수축협중앙회는 그동안 “은행사업으로 돈장사에 치중하고 경제사업에는소홀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중앙회 신용사업에 대한 불신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그것은 중앙회가 영위하는 신용사업(은행사업)이 당초 경제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한 농업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시작됐는데도 불구하고 점차 방향성을 잃고 그 자체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부채의 급증, IMF로 인한 경영악화, 고금리 등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으면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어민들이 번듯하게 늘고만 있는 중앙회 은행점포를 곱게 볼 리 없다.
물론 중앙회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불만이 높다. 유통사업을 비롯한 경제사업은 그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은 시너지(상승)효과를 가져오면서 상호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경제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매년 신용사업에서 1천억원 이상 보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농산물 유통 등 경제사업에 필요한 자금 3조4천3백25억원의 70% 이상인 2조4천6백73억원을 신용사업에서충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사업량이나 종사인원을 놓고 비교하는 것은 수십년간의 누적사업량을 집계하는 금융업 자체의 특성을 몰라서하는 소리라고까지 항변하고 있다. 축협중앙회는 3천3백14억원, 수협중앙회는 2천6백억원을 신용사업에서 경제사업에 지원하고 있다며 “신용사업은 농어민들에게 오히려 효자”라고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은 구체적인 설득력을 가지고있다. 이것은 몇가지 수치와 지수만 보아도 곧바로 드러난다.
사업규모를 볼 때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 매출액이 97년 기준 6조8백58억원인데 비해 신용사업의 총수신평잔은 그 5배인 34조8천4백42억원이다. 총조수익 1조3천1백70억원중 90%가 넘는 1조1천9백75억원이 신용사업의 조수익이다.
인력구성을 볼때는 신용사업 치중현상이 더 심하다. 농협중앙회는 97년말전체인원 1만7천8백72명 가운데 72%인 1만2천8백48명이 신용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올 8월말 현재 전체인원 2천5백77명 가운데 신용사업부문에 60%인 1천5백59명이 일하고 있다. 다만 축협중앙회는 신용사업이33%이고 오히려 경제·지도사업이 67%에 달하고 있지만, 경제사업중 사료,유가공, 육가공 등 여러 분야가 회원조합과 경합사업이라는 점에서 빛을 잃는다.
조직측면에서도 중앙회의 각 시도, 시군 계통조직은 시도금고, 시군금고유치를 비롯한 신용사업에 매달리는 반면 경제사업은 겨우 중계기능이나 물량집계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중앙회의 지방조직들은 은행사업을 영위하면서 지역조합들과 신용사업에서 피나는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경제사업은 왜소할 수밖에 없다. 농협중앙회는 사업물량의 30% 이상이 정책사업이고, 축협중앙회 판매사업의 경우 최근 개선되기는 했지만 얼마전까지 외국쇠고기 수입 및 포장가공 판매비중이 50%이상이었다. 수협은 정부 비축사업이 절반이다.
결국 은행사업에 쏠려있는 현재와 같은 중앙회 구조로는 아무리 농수축협중앙회가 농어민을 위해 일한다고 해도 그들에게 실익이 돌아가는 경제사업이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중앙회들의 신용사업이 뿌리부터 개혁돼야 하는 첫째 이유가 되는 것이다.<이상길·김정경 기자>발행일 : 98년 9월 3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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