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문제가 심각한 정치·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현안으로 급속히 대두되고 있다. 농가부채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새정치국민회의 당사를 방문했던 농민단체대표들이 강제연행되고 입건까지 된데다 수만명이 모이는 전국단위 농민대회가 15일 개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업인들의 절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농가부채문제의 심각성이나 부채대책의 필요성에 대해 합의된 인식에 이르지 못하고 있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황창주 회장을 비롯한 임원과 지역대표 등으로구성된 한농연 농가부채대책 촉구단 46명은 10일 오후 4시 50분 농가부채해결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국민회의 당사를 방문하려했으나 무장경찰들에 의해 저지당하고 몸싸움을 벌이다 오후 6시 20분경 전원 영등포경찰서로 강제 연행됐다. 이들은 이날 밤샘 조사를 받고 이튿날 오후 4시를 전후해 대부분 훈방조치됐으나 황창주 한농연 중앙회장, 송민구 충남도연합회장, 박종부 경남도연합회장, 황장수 한농연 사무총장 등 4명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한농연은 “농민의 의사를 대변하기 위해 집회신고까지 마치고 정당대표 면담을 요구한 농업인을 강제연행하고, 유치장 신세를지게 한 것도 모자라 대표를 불구속 입건하는 만행은 농업인 홀대를 넘어박대행위”라고 비난했다. 한국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도 11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농가부채대책 촉구방문은 농가부채문제의 심각한 상황과 중요성을 알리고정치권의 적극적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자구적 노력으로 정당한 활동임에도이들을 집시법 위반 등의 명목으로 구금하는 것은 부당한 농업인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같은 날 이회창 총재가 직접 한농연 대표단으로부터 농가부채대책의 조속한 수립을 촉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받았으며, 11일성명을 통해 정부의 농어촌부채지원대책을 더 강화할 것과 농수산 예산규모축소를 극히 우려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특히 강제연행과 불구속 입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한농연 조직에서는대대적으로 항의방문단을 구성, 서울로 집결하려는 움직임이 이는가 하면,15일 개최될 예정인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의 전국농민대회에 지역별로 연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는 등 강력대응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한편 농가부채해결을 촉구하는 한농연 대표단은 이에 앞서 오전 11시 한농연 사무실에서 정부에게 농가부채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오후 1시부터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농가부채의 심각성과 농가부채 대책의 시급성을 알리는 가두 홍보전을 전개했다. 또 이들은 3당 대표를 만나 이같은 농업인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정치권 차원에서 농가부채대책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기 위해 자민련과 한나라당, 국민회의 순으로 당사를 방문했다. 그러나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만 이회창 총재와 이해구 전 정책위원장(농림해양수산위원), 윤한도 농림해양수산분과위원장, 박종근 제2정책조정실장, 총재비서실장 등과 총재실에서 면담이 이루어졌을 뿐 집권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는 당사진입은 커녕 책임있는 당직자 한명 나와보지 않는 박대를 받았다.<권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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