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는 농정분야에 있어서도 어느 정권보다 강력한 개혁의 열망을안고 출범했다. 42조구조개선투자와 농특세사업 등 그동안의 농업투융자사업을 평가하고 효율화해야 하는 과제는 물론이고 정부조직과 농정추진체계,농산물유통, 협동조합, 투융자제도, 양곡관리제도 등 전방위에 걸쳐 개혁의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정권출범전 가동된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이를 농정분야의 5대 개혁과제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출범 8개월을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국민정부 농정개혁은출범초기의 의욕과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팽배해 있다. 우선 농업인들은 농업을 국민경제의 당당한 일 주체로 인정하고대접하겠다는 새정부의 약속이 과연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의혹의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농업인의 가장 큰 관심사인 농가부채대책에 있어서농민단체들의 요구와 정부의 입장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98년에 이어 99년 농업예산도 삭감될 전망이다. 또한 2단계 투융자계획을 수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농업투융자사업 비리와 비효율성을 대대적으로공략하는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의 집요함에 무슨 흑막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 농업인들의 일반적 정서다. 뿐만 아니라 농조·농조연·농진공의 통폐합, 협동조합의 개혁, 농산물유통개혁 등은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딪혀 한발짝 앞으로 나가기 버거운 상태고 이해집단간의 대립이 개혁의 본질인양 궤도를 벗어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투융자제도의 개혁이나 양곡관리제도의 개선 등 실질적인 제도와 내용적 개혁부문에 대해서는 선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접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김성훈 농림부장관은 정부는 물론이고 농업인과 소비자, 전문가그룹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를 통해 열린농정을 구현함으로써 개혁의 방향을정하고 추진력을 얻고자 했다. 농정개혁위원회, 농산물유통개혁위원회, 협동조합개혁위원회, 부채대책위원회, 농조·농조연·농진공 통폐합추진위원회, 농가부채대책위원회 등이 그것으로 농민단체와 소비자들을 농정의 주체로 참여시키는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위원회 농정이 이해집단과 기득권세력의 반발이 불보듯뻔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입장표명 없이 이해당자자들이 모여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개혁주도성과 추진력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여 수많은 토론을 거쳐 결정된 위원회의 개혁방향이 그대로 지켜지지도 못하고 있다. 농산물유통개혁의 경우이미 결론이 난 도매상제 도입문제에 대해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측이 뒤늦게 전격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위원회를 운영한 의미자체를 크게 손상시키고 있다. 또 협동조합개혁에 있어서도 이미 위원회안이 나왔음에도 또다시 자체개혁안을 받고, 공동의 개혁안이 도출되지 않자 위원회가제시한 개혁안과는 별도로 ‘제4의 안’이 거론되기도 하는 등 혼선을 빚고있다. 이와 함께 개혁 우선순위 설정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조·농조연·농진공 통폐합 문제가 갑작스레 불거진 것과 관련, 협동조합 개혁을 물타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그것. 현실적으로 농림부의 현재 역량으로는 3개기관 통폐합과 협동조합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한꺼번에 두 개의 전선을 형성함으로써 강력한 개혁추진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성훈 장관은 “당초에는 3개기관 통폐합을 마무리한 이후 협동조합개혁을 추진할 방침이었으나 농림부의 협동조합 개혁의지가 미흡하다는 여론 때문에 협동조합 중앙회장을 불러 통합을 포함한 철저한 개혁방안을 도출하도록 요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들은 개혁추진에 있어 농림부 공무원들의 개혁의지도 문제가많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최근들어 농림부 고위공직자들이 각종 현안과 개혁추진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장관만이 개혁을 부르짖는 형국이라는 것. 이와 관련 어느 장관때보다 산하기관에 농림부출신 인사의 기용이 눈에 띄게 많은 등 아직도 혁신적이지 못한 인사스타일이 농림부 공직자들을 개혁전선으로 끌어들이지 못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권사홍 기자>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