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전에 태풍 얘니가 농민들의 가슴을 숯덩이로 만들었다. 풍년농사라고 말할 만큼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했던 농민들은 물에잠겨 수확자체가 어렵게 된 벼를 보며 하늘을 원망해야 했다. 그러나 정작그들이 농사짓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지 기후탓만은 아니다. 새정부가 들어서도 여전히 농업과 농민에 대한 시각은 변함이 없다고 느끼는듯하다. 추석을 맞는 농민들의 심정을 귀향하는 기자들을 통해 읽어봤다. 태풍피해가 컸던 경남 하동과 창녕지역. 특히 창녕지역은 상습침수지역이많은 곳으로 농민들은 제방이 없어 현재 공사중에 있으나 배수장의 설치를위한 사업비가 부족하다며 농림부의 지원을 요구했다. 한농연창녕군연합회전인석 회장은 “농업생산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이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수해는 올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언제든지 있을 수 있어요. 이것을 전제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고 말했다. 하동지역은 비교적 벼일으키기 작업이 잘돼 있었다. 그러나 도복피해가 커수확과 건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벼농사를 짓는 다수의 농민들은 산물벼 수매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태풍피해가 커 7∼80%의 벼가 쓰러진 전남 영암 나주 신안지역. 논바닥이채 마르지 않아 콤바인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확을 한다해도 싸래기가 많이 날 것이라며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영암에서 만난 한 농민은 “영암이 피해를 크게 봤는데 군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행정기관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했다. 경북 영주에서 과수농사를 짓고 있는 이중호 한농연 영주시회장은 “정부가 2년간 부채를 유예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어요.10년이나 20년 정도로 늘려야 합니다”라며 정부의 부채대책이 현실적이지못함을 지적했다. 경북 봉화군 법전면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희창씨는 부채문제를 대하는 정부를 보면서 농정전반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2년후에는 어떻게 할 겁니까. 지금보다 경제상황이 크게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고농민소득이 획기적으로 올라간다는 근거가 있습니까. 새정부는 청사진만 요란했지 이전하고 다를게 하나도 없어요. 부도기업을 살리는데 수조원을 씁디다. 농업예산은 왜 줄이는데 급급합니까.” 경북 포항시 기북면에서 양돈을 하는 이모씨는 2년유예마저도 현실적으로진행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2년간 유예한다고 하는데 실제농촌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대출기관인 농협이나 축협에서 재보증을요구하고 보증인에 대해서 실사를 합니다. 보증을 설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어떻게 유예가 되겠어요. 연체상태가 계속되는 겁니다” 충북 괴산에서 모돈 70여두의 규모로 양돈을 하고 있는 김모씨의 입장도마찬가지. “사료값이 두배 올라서 떨어질줄을 모릅니다. 이제는 현금이 아니면 아예 살수도 없어요. 그렇다고 돼지값이 올라간 것도 아니고 2년유예는 땜질식이예요.” 전남 장흥군 조양리 이모씨는 “몇백만원 정도되는 사람들은 크게 부채대책에 관심도 없어요. 하지만 규모가 큰 사람들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부의 금리인하조치도 없고 조합에서도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하고…” 실제로 장흥군 유치농협 고홍천 조합장은 “단위농협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전남 영암군 영암읍 박은호씨는 “김성훈 장관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사업추진과정에서 힘이 실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개혁을 약속했으면서도 시간만 끌 뿐 이렇다할 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경북 영주시의 한 농민은 협동조합의 개혁을 넘어 아예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만큼 협동조합이 농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농협직원들의 부도덕성도 한몫 하는 것같았다. 경북 포항의 한 단위농협에서는 직원이 공금을 횡령해 잠적하면서큰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 있다고 한다. 농진공과 농조의 통폐합에 대해서는 서로 자신들의 입장만 강변할 뿐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전남 영암의 한 농민은 “말만 무성했지 지금 뭐 된 게 있습니까. 통폐합한다고 한게 언젭니까” 전북 익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정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익산쪽은상습침수지역이 많은데 아직도 낫으로 베고있는 데도 있습니다. 경지정리사업도 기술적으로 새로 접근해야 하고 용배수 관리도 잘돼야 하는데 자칫 통폐합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기라도 하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큰비가 오기만 하면 침수되는 것을 보면서 농민들은 용배수 관리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조직이 통폐합되고 안되고를 떠나 얼마만큼 물관리를 잘하느냐가 그들의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공공근로사업의 구색맞추기에 대해서도 지적하는경우가 많았다. 농민들은 일손이 모자라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농촌취로사업이라고 나와서는 겨우 하천 풀베기 등으로 시간만 때우고 있다는 지적이다.<합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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