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폭우를 동반한 태풍 얘니가 영호남지방을 강타하는 동안 농림부가 있는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는 농조와 농조연합회 직원 1만여명이 모여 농진공·농조·농조연합회의 통합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그동안 수세폐지 문제 등으로 농민들로부터 시위와 비난의 대상이 돼 오던이들이 반대로 군중집회를 여는 장면은 매우 주목을 끌만 했다. 이들은 통합을 결정한 농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와 통합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는 농민단체, 시민단체, 학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자체개혁안을 받아들일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태풍이 오면 당연히 들에 나가 수문을 조작하고 수로를 점검해야할농조직원들이 자리를 뜬 결과는 참담했다. 전북 정읍, 부안, 경남 진주 등에서는 이들이 자리를 비워 배수관문 조작 등의 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않는 바람에 수확을 앞둔 수천ha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농림부는 이와 관련, 농조에서 저수지 및 배수문 관리 등 수리시설관리를 소홀히 한 농조직원을 조사해 문책 또는 고발조치할 것을 각 시·도에 지시했지만, 이미 피해를 입은 농민들만 억울하게 된 것이다. 농민들은 “태풍으로 들판 곳곳이 침수되고 벼가 쓰러지는데 물관리를 하는 농조직원들이 통합반대에만 눈이 어두워 농민들이 피해를 입게한 것은본말이 전도된 일”이라고 분개하면서 “정부는 관련자를 문책하고 통합작업을 신속히 끝내라”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농업관련기관·단체 개혁에 대한 집단이기주의적 반발이 이제는 직접적인 농민피해로 돌아오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개혁작업을 강하고 빠르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3개기관 통폐합에 대한 농조 등의 반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농조의조합장,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반대측은 농민들의 인장을 동의없이 찍어 반대서명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농림부에 따르면현지 표본조사 결과 60% 이상이 불법서명이고, 그외의 농민들도 구체적인통합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친분 등의 관계로 청원서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또 농조와 농조연 노조 등은 매우 논쟁적인 신문광고를 통해 정부의 통합방안은 허구이며, 자신들이 제시한 자체개혁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 일반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뿐만 아니라 3개기관 통합을 요구하는한농연과 전농 등 개혁지향적인 농민단체와 학자들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아 서울 지방검찰청에 고발까지 당했다. 개혁작업이 일부의 반발을뛰어넘지 못해 마치 기관간의 밥그릇 싸움처럼 비쳐지는 지경에까지 이른것이다. 이같은 혼란은 일부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당초 농림부가 기관단체 개혁에 대해 강력하고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빚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차피 3개기관의 기능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은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능동적인 개혁안을 마련하지 못하다가 7월초 기획예산위에서 통합을 결정하고 나서야 서둘러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3개기관의 기능중복은 엄연한 사실이고, 통합의 필요성도 분명한 만큼, 농민들에게 이를 분명히 알리고 지지를 얻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통합시 얻을 수 있는 수세폐지와 물관리의 효율성 등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기관 단체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개혁이 지연되다가는다른 곳의 개혁 또한 물건너 가게될 수 있는 만큼 개혁은 모두가 납득할 수있는 논리를 가지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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