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임·삼협 등 협동조합의 개혁은 농업개혁의 핵심사항으로 간주된다. 그러면서도 가장 어려운 개혁으로 여겨진다.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국민의 정부는 집권 직후 협동조합 개혁을 국정의 주요과제로 정하고, 이번에야말로 협동조합이 농어민의 협동조합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조직이 되도록 철저히 개혁한다는 방침으로 개혁을 추진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협동조합의 개혁은기득권층의갖은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정부는 당초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협동조합의 개혁을 제시했으며,정권인수과정에서 꾸려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민의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이를 포함시키는 등 최우선의 과제로 추진해왔다. 국정과제는 농수축임협 등 생산자단체는 농민의 자조적 경제활동에 기초를 둔 상향식 협동조합으로 재편을 검토하되 회원조합은 지역간, 조합간(농-축-임협), 품목간 통폐합을 유도해 규모화하는 것으로 돼 있다. 또한 지역 및 품목별 연합회 기능을 강화하고, 중앙회는 교육,농정, 감독등 기능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로 하여금 ‘협동조합개혁단’을 설치,이달말까지협동조합 기능 및 조직개편(안)을 마련토록 했다.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이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 4월13일 정부를 비롯한 학계, 협동조합, 농민단체 등으로 농림부 자문기구 성격의 협동조합개혁위원회(이하 협개위)를 구성했다.이와 비슷한시기에 농-수-축-임-삼협중앙회는 자체개혁위를 구성했고, 해양수산부도 개혁위를 가동시켰다. 협개위는 7월31일까지 활동하면서 중앙회 조직개편, 지역조합 합병, 책임경영체제 확립, 지도감독 강화 등 각 분야에 걸쳐 50여개의 개혁방안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협개위는 중앙회 조직개편과 관련,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독립사업부제로가자는 협동조합측 위원과 기능별 분리 또는 조직통합을 주장하는 학계-농민단체 등 개혁측 위원들의 의견이팽팽히 맞서 단일안을 내지 못하고 3개안을 복수로 제출해야 했다. 협개위가 도출한3개안은 △현행 독립사업부제 강화 △농축임삼협중앙회 설치 및 경제사업연합회 설치, 협동조합은행 설립△1개 중앙회로 통합 등이 내용이었다. 당시 협개위는 입장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정부측 인사와이해주체인 협동조합 임원·간부가 대거 포함돼 단일안을 도출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협개위의 개혁안이 사실상 마무리된 시점인 7월28일 농-축-임-삼협 등 4개 협동조합의 중앙회장을 불러 “협동조합별 자체구조개혁방안은 8월말까지, 중앙회통합문제를 포함한 공동개혁안은 9월말까지 농림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4개 협동조합은 지난 8월말 평균 17.2%의 인력을 감축하는 자체 개혁방안을 제출했으나 공동개혁방안은 제출시한인 9월말이 지났는데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는중앙회 조직개편과 관련, 농협은 4개 중앙회의 통합을, 축협은 현행 독립사업부제 강화를, 임협과 삼협은 기존체제에서 총괄연합회를 두는 안을 내고 끝까지 버텼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4안인 총괄연합회를 선택했다는 말이 흘러나오는가 하면정부가 이를검토하지 않고 국회로 개혁과제를 넘긴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어 정부의 개혁의지가 무딘 것이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실제 국회쪽에서는 정부가 국회에 책임을 넘기려 한다는 불만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협동조합의 임직원들을 비롯한 기득권세력은 공식, 비공식적으로가능한 모든수단을 동원해 개혁을 호도하거나 시늉만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혁이 국회에 맡겨질 경우 기득권층들의 로비는 물론 정치일정과 맞물려 개혁 자체가 물건너 갈 수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소한 내년 3월이나 돼야 법이 개정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어 우려를 짙게 하고 있다. 일부 중앙회 관계자들은 이미 개혁이 물건너 갔다고기대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개혁은 이 정도 수준에서 끝날 성질의 일이 아니라는게 농어민 조합원들의 여론이다. 물론 정치논리로 해결될 사안은 더욱 아니다. 국민의 정부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협동조합 개혁이 영원히 물건너 간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시 개혁의 의지를 다져야 한다고농어민들은지적한다. 기득권층은 즉시 개혁외에 모든 움직임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도 이 문제를 당리당략이 아니라 농어민과 국민을 위해 ‘원칙’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의 정부 농정이 가장 확실하게해결해야 할과제는 역시 협동조합 개혁이고, 그것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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