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선부동에 사는 조성규씨(39세)는 2년전부터 고향이 하나더생겼다. 서울에서 태어난 조씨는 2년전 이웃주민 소개로 강화군 삼산면에 김장배추를 사러가게 됐고, 여기서 만난 이전상(55세)씨가 그후 조씨의 ‘먹거리 공급자’가 됐다. 특히 두딸이 자라면서 자녀교육상 농촌에 대한 중요성을 되새기게 됐고,휴가철이나 명절 때 관광지이외에 마땅하게 적을 두고 다녀올 시골이 없던조씨로서는 이씨와 더욱 잦은 교류를 맺게 됐다. 배추, 고추, 콩 등 2천여 평의 밭농사에, 12마지기 논농사까지 어느 하나부가가치가 높다고 볼 수 없는 평이한 농사꾼인 이씨는 조씨를 위해 여름에는 각종 과일, 가을에는 밤, 대추를 비롯한 명절 제상 음식재료까지 꼼꼼히챙기는 게 기분 좋단다. 조씨는 이런 이씨가 고맙기 그지없어 지난해엔 수매에 붙여지려던 이씨의 쌀을 이웃 주민과 자신의 사업체 직원들에게 전량고가에 판매하는 등 수고를 덜어줬다. 또 얼마전부터 이씨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10여명에 달하는 회사직원들에게 안정적으로 모두 공급되도록 알선했다. 이씨도 올해 IMF한파로 조씨의 사업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쌀, 배추, 고추, 젓갈 등 없는 물품은 애써 구입해서 반값에 건네 줘 고마움을 표시했다. 굳이 돈으로 계산해서는 안될 관계지만 이씨는 2년전보다 올해 약 4백여만원 정도 수익을 더 올렸다. 더욱이 별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안정적인수입이 보장된 상황이라 이제는 품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공급처를 알선해준 조씨를 생각해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상추나 토마토를 텃밭에 시작했고, 이제는 화학비료도 줄이고 그만큼 관리를 많이 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이씨는 좀 더 적극적인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내년부터는 아예 유기질 경작을 시도할 참이라 요즘 유기질 농법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또 올 휴가철에 대비 조씨 회사 직원들을 위해 옥수수종자도 구입했고, 그물도 네 개 정도 손질해 놨다. 무엇보다 20여명에 달하는 이들의 자녀들을위해 조그만 지게 두 개와 얕으막한 원두막도 준비했다. 조씨는 “농촌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선사해주는 이씨를 보노라면 ‘마음의 고향인 농촌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분같은 활동이 지역 시군단위 차원에서 충분히 발전될 수 있다고 보는데 노력이 없는 것 같다”고아쉬움을 말했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