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에서 광역합병이 당면 현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한 해만도 1천2백86개 회원농협 가운데 1백30개 농협이 합병에 참여해 82개 농협이 소멸되고 현재 추진중인 곳도 1백20개에 이른다. 이런 합병은 변화하는 농업내외의 상황에 대응해 사업기능을 강화하고 조직과 경영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합병의 현장에서 바람직한 합병의 방향과 과제를 진단한다.<> 합병 추진상 문제점 <> 지역농협의 합병은 농협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대세로 인식된다. 밖에서부터 진행된 농산물시장과 금융시장의 개방, 안으로 심화되는 산지간 경쟁, 지방자치의 진전과 생활권의 광역화, 조합 경영의 악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광역합병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농협은 2001년까지 조합수를 5백개로 합병한다는 계획을세우고 96년 이를 뒷받침하는 농협합병촉진법까지 제정했고, IMF 이후에는구조조정 차원에서 이 계획을 1년 앞당겨 2000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농협은 합병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각종 자금지원은 물론 경영부실이나 약체조합을 대상으로 합병권고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97년 1월1일합병촉진법이 시행된 이후 같은 해 64개 조합이, 지난해에는 82개 조합이소멸됐다. 이는 73년 면 단위 합병 이후 한해 동안 실적으로는 최대의 실적이다. 그러나 합병이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당초 농협중앙회의 합병계획은 97년 1백80개, 98년 1백40개, 99년 1백개, 2000년 2백50개, 2001년1백80개였지만, 최근 그 계획은 97년 65개, 98년 1백60개, 99년 2백50개,2000년 3백76개로 수정됐다. 계획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것이다. 일부 조합은 경영부실로 인해 합병대상으로 지목되고도 자립경영을 내세우며 버티는가 하면 획일적인 합병 추진으로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도 많다. 경남의 H농협, 충북의 또다른 H농협, 충남의 E농협 등이 그런 케이스다. 합병권역안의조합이 다 합병됐는데 혼자만 버티는 조합, 합병한 뒤 서비스가 개선되지않아 분할여론이 발생하는 조합, 정작 합병해야할 조합은 버티고 엉뚱한 조합간에 합병하는 경우도 있다. 또 통합후 조직 및 조합원 관리시스템이 아직 정착되지 않아 협동조합의기본정신인 조합원의 참여가 미흡하게 되는 경향도 보인다. 특히 조합장 선거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합장들이 비교적 합병에 협조적인태도를 취하는 임기만료 시점이 2001년에나 도래한다는 점도 합병의 매우현실적인 걸림돌이다. IMF로 합병에 대한 자금지원이 줄어든 것도 우려되는점이다.<> 개선방향 <> 관계전문가들은 합병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이뤄진 만큼 농협이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합병을 추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농림부 장관자문기구인 협동조합개혁위원회에서도 1개 시·군 1개 조합을 원칙으로 합병을 추진해 나가되, 시·군단위로 합병된 지역의 중앙회시·군지부의 지점화와 함께 장기적으로 시·군지부의 신용사업부문을 조합에 이관을 검토하는 개선방안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조합원 보유조합에 대해서는 중앙회에 대한 부가의결권을 주는 방안과 합병조합에 대한 자금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부실조합에 대해서는 경영진단을 통해 합병권고, 인가취소, 해산 등의 강력한 감독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이미합의된 사항이다. 따라서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원활한 합병을 위해 가능한모든 자금지원과 지도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질적인 합병추진의 총괄기능을 수행하는 농협중앙회가 분명한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협 임직원들이 “합병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농민의 자주적 협동을 통해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기하는’농협본래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임을 제대로 농민조합원에게 알리고 합의를 이끌어 냄으로써 합병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게 한결같은 견해다.<이상길 기자 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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