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3월 이후 쌀값 하락을 예상하며 농가보유미의 조기방출을 유도하고 있으나 농업인들은 쌀생산량 감소, 품질저하 등을 근거로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농림부는 최근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농가가 정부수매에 응하거나 시중출하를 꺼리고 아직도 많은 양의 벼를 그대로 갖고 있다”며 “학자금 등 자금수요가 몰리는 3월경이면 농가보유미가 한꺼번에출하돼 쌀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지난 14일부터 농가와 산지유통업체의 벼재고 동향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전북 김제지역 점검을 담당했던 농림부 한 관계자는 “농가들의재고조사 결과 중소농의 경우 자가소비외에 남겨둔 벼가 거의 없지만 대농의 경우 수해를 입지 않은 논에서 생산돼 품질이 좋은 쌀을 중심으로 상당한 보유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특히 농림부는 “지난해 쌀생산량이 97년에 비해 줄기는 했으나 97년이워낙 풍작을 이루었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평년작 수준을 기록했다”며 “97년 재고미와 98년 생산량을 감안하면 쌀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상태”라고덧붙였다. 그러나 쌀전업농 등 지역 농업인들은 농가 벼보유량에 대해 농림부와는크게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쌀전업농인 전북 고창군 부안면의 서기명씨(39·벼농사 13ha)는 “주변의대농가들이 대부분 절반정도는 출하하고 절반정도는 아직 가지고 있다”며“이같은 보유량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쌀값상승을 그대로 놔둘리 없다는 것을 농민들이 잘 알고 있다”며 쌀값상승을 기대하고 출하를 하지 않는다는 농림부 주장을 일축했다. 역시 쌀전업농이면서 벼농사 18.7ha를 짓는 김주호씨(46·충남 홍성군 갈산면)는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보다 IMF로 자금사정이 어려워대부분의 농가가 쌀을 다 출하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전남 담양군 담양읍 윤중천씨(39)는 “동네 이장을 보는데 집집마다나락이 없다.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낼 쌀이없는 것”이라며 “앞으로 쌀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유통전문가들은 “정부수매가보다 시장쌀값이 더 높았기 때문에 일반도정공장이나 미곡종합처리장 등이 원료곡을 예년보다 많이 확보해 놓고있을 것”으로 추정했다.또한 농업인들이나 유통관계자들은 “3월 이후 쌀값은 기본적으로 정부의공매에 의해 좌우된다”며 “3월 이후에도 쌀값이 내리기보다는 현 수준을유지하거나 약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3월 가격하락설을 흘리는 것은 아마도 3월부터정부 공매를 통해 가격을 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충격을 사전에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안기옥·권사홍 기자 ahnko@agrinet.co.kr/kwon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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