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Free Trade Agreement) 체결방침이 지난해11월 공식화 된 이후 자유무역협정이 농업계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있다. 아직 농업인들에게 생소한 듯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은 그 상대국과 체결내용에 따라서는 국내 농업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UR협상에서의 쌀시장문제 이상으로 비화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협정이 농업계를 불안케하는 것은 여타 산업과 달리 대부분의 협정 체결국에 비해 열세에 있는 국내 농업의 취약성 때문이다. 무관세와 모든 비관세장벽 철폐로 교역의 완전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있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경우 일본을 제외하고는 상대국이 어느 나라이든 국내 농업은 거의일방적인 공세에 시달리게 된다. 협정 체결국에 내다팔 농산물은 없고, 이들국가로부터 들여올 농산물밖에 없는 것이 우리 농업의 현실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국내 포도농가의 절반은 포도농사를 포기하게 될 것으로우려되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그 영향이 포도와 일부 농산물에 그친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호주 등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 농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자유무역협정 체결 주무 부처인 외교통상부는 칠레에 이어 추가 체결 우선 대상국으로 호주 남아공 이스라엘 등을 꼽고 있다. 다음으로 일본중국 미국 EU 등과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호주 미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국내 농업에 거의 치명타를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회있을 때마다 집요하게 한국의 농산물시장개방을 요구해온 미국과 호주는 한국 농업의 대표적 작물인 쌀과 한우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국가와 협정 체결시 단계적 기간을 두고 관세인하와 시장개방폭을 설정하겠지만 무관세와 각종 비관세장벽 철폐를 궁극적 목표로 하는자유무역협정의 본질을 고려하면 그러한 조치는 결코 보호막이 될 수 없다.익명을 요구한 농림부 관계자는 “호주나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사실 WTO 협상도 별 의미가 없게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우려되는 것은 협상에 임하는 정부 주무부처의 태도다. 비교우위론에 입각 열세에 있는 농업보다는 자동차 전자 등 공산품에주력한다는 것이 농림부를 제외한 여타 부처의 일반적 시각이다. 실제 이러한 시각은 지난해 12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다룬 세미나현장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이재길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는 앞으로 다른 국가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 칠레와 협정체결은 국내 농업에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갑 산업자원부 국제산업협력심의관은 “장차 한국의 모습은 자본과기술 등을 받아 들여 결국 홍콩이나 싱가폴처럼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밝혔다. 공산품 수출로 획득한 외화로 값비싼 국내 농산물보다는 값싼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고 사는 것이 국가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사고다.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국내 농업기반 붕괴 등은 이들 부처에게는 그리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농업분야의 경우 자유무역협정은WTO협상 테두리 안에서 추진돼야하고, 국내 농업과 WTO 차기 농산물협상 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업계는 국내 농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미국 호주 등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령 이들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더라도 농업 부문은 예외가 될 수 있도록 협상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부득이 자유무역협정을 맺더라도 개방폭이나 시기 등은 UR협상테두리 안에서 타결돼야 그나마 국내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춘신 기자 lee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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