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석 자>
김성훈 중앙대 교수, 부총장성진근 충북대 교수황창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황민영 본사 사장(좌장)·일시 : 1997년 12월 24일(수)·장소 : 한국농어민신문 회의실
▲좌장=이번 대선은 득표율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기존 ‘여촌야도’성향과 달리 농민들의 상대적 지지로 정권이 교체됐다. 그러나 DJ(김대중 당선자의 영문이니셜)정부는 출발전부터 IMF(국제통화기금)라는 충격을 안고 있다. 새정부의 농정공약이 잘못되면 빌 공자(空) 공약이 될 수 있어 우리 농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 분을 모신 가운데 ‘새정부 농정공약이렇게 추진하자’란 기획토론을 마련했다.
▲김성훈=이번 선거는 농민들의 승리라고 본다. 전국 농어촌에서 48%에 가까운 지지표가 나온 것은 간과해선 안될 사실이다. 그것은 농민들이 정권이바뀌지 않고는 살길이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정권교체하에서 농정이(잘)안되면 정치권은 총체적 불신으로 줄달음칠 것이다. 새정부는 농정공약이행에서 현정부의 정책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IMF에 따른 국가위기로공약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라도 투명성있게 농민을 이해시켜야지 호도해서는 안된다.
▲성진근=IMF 환율폭등으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즉 환율이 폭등하면코스트(원가)가 인상되고 소득이 감소하면 수요가 줄어든다. 지금까지 농업은 기형적으로 발전한게 사실인데 사료와 농업에너지는 외국의존형이다. 수요급감에 따른 농업의 대응방법이 가장 큰 문제다.
▲황창주=이번 대선에서 기존 ‘여촌야도’양상이 바뀌었다. 농민들이 48%의 지지를 보인 것은 절박한 심정에서였다. 농촌과 농민이 같이 살아야하는심정으로 지지한 것이다. 특히 IMF체제로 농업이 염려된다. 정부는 농업에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고 어려운 상황이나 농정공약을 지켜야 한다. 한농연도 농정공약을 지키게하는 역할을 다하도록 대처하고 있다.
▲좌장=구조적 측면에서 IMF를 맞아 대외의존적 농업재편을 위한 정책재검토가 필요하다. 전업농·기업농중심 정책도 해외의존적인 것으로 이번에 축산업에서 취약성이 드러났다. 앞으로 한국농업도 IMF와 직결되는데 진단이중요하다.
▲김성훈=정부는 그동안 우리농업의 살길로 자본농업과 대규모 전업농을생각했다. 그러나 (IMF금융공황으로)이들 전업농은 위기를 맞았다. 처음부터 방향자체가 틀린 것이다.한국의 특수여건인 다인구, 부족한 농토, 고지가하에서 농업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은 품질과 안전성, 유통구조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옛것을현대화하는 ‘온고이지신’이며, 전통농업과 현대 과학기술의 접목에서 경쟁력을 찾는 한국적 농업이다. 따라서 환경친화적농업과 가족농을 육성해야하고 회사식, 농장식농업의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특히 축산농가가 고통받고 시설원예 농가가 겨울철 영농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긴급처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사료곡물의 원활한 확보를 위한 긴급대책을 강구하고, 또 농업용 유류세면제와 사료곡물 부가세면제를 철폐하려는 움직임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과 정부대 정부로서미국의 투자조치 요구를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농업은 다른부문에 비해)사소한 문제라고 방치한다면 오는 3월 채소와 축산물값이 폭등해전체적인 국민경제가 (파탄나는)‘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성진근=IMF가 요구하는 내용을 잘 살펴봐야 한다. 첫째는 10%이상의 재정긴축이 예상된다. 이같은 요구로 1백년대계인 농업과 교육투자가 급하지않다고 방치될까 우려된다. 둘째는 물가다. 국내농업은 개방 이후 토지와인력 등의 부존자원이 없어 외국자본에 의존했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사라지면 물가인상으로 귀결되고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무제한 수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황창주=농업은 절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소득감소로 수요가 줄어들면공급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시설원예농가는 한 달만 지나면 비축유류가 바닥나 문을 닫을 것이다. 축산사료도 대리점에서 1주일분만 공급해주고 그다음은 농가가 알아서 구입하라고 한다. 따라서 농민공급이 미비하면 (충격이)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된다. 정부가 식량만큼은 해결하는 차원에서 IMF체제라도 농업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좌장=IMF 충격은 이것으로 정리하고 대선과정에서 각당 후보들에게 농정공약을 약속받은 것은 역사적으로 처음이다. 새정부는 과거농정이 실패한만큼 농정이행에 대한 구체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현정부의 농정개혁은 농발위(농어촌발전특별위원회)에서 대책을 세웠으나실패로 끝났다.
▲황창주=새정부는 한농연이 제시한 10대 농정개혁과제 이행을 약속했다.현재 (IMF라는)어려운 장애물이 나타났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찾아야 한다.
▲김성훈=농발위 참여인사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농발위의 대책안 자체는 80점짜리였으나 집행과정에서 농림부와 해당부처간 기득권 및 이해상충이 맞물려 40점짜리로 나타났다. 특히 시행과정에서 두 가지 착오가 발생했다.
하나는 관료들의 구태의연한 자세와 권위주의, 중앙집권적 행정집행이 그것이다. 다음은 집행과정에서 농민의 목소리가 가장 커야하는데 대표성이약한 점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농업경시 태도를 답습한데 그쳤다. 농·축·수협, 농민단체, 품목별조합 등 생산자조직의 주도적 참여가배제돼 기능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구랍 23일 ‘21세기 농업개혁위원회’ 구성모임은 농정개혁의 실현기구로 지자체는 물론 한농연 등 생산자조직이 주도할 수 있는 의지의 발로였다. 새정부는 어떤 형태의 농업개혁위원회가 나오든 현정부의 농발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발위가 한시적 기구인 점도 한계였다.집행과정의 감시가 필요했다.
▲성진근=농발위 실패의 연장선상에서 당시 대통령은 쌀자급을 공약으로제시했으나 농지와 인력확보라는 전제가 없었다. 즉 소득저하로 농가가 기피하는 만큼 직불제를 포함해야 하는데 공약이 안됐다. 무엇보다 인기중심,여론무마용으로 방만하게 짜여졌다. 또 농업장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제시가없었다. 유럽식 가족농이냐 미국식 기업농이냐도 검토가 필요하다.특히 성과중심으로 진행돼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더욱이 목표없이 설계주의로 흘러 (정책이)잘못돼도 책임지는 자가 없다. 새정부는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지자체, 농민, 협동조합 등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김성훈=새정부는 IMF시대의 농정원칙을 정해야 한다. 즉 돈이 추가로 많이 드는 부문과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시행할 수 있는 공약의 구분이다.돈이 많이 들어 당장 시행할 수 없는 것은 시행시기에 대해 정부가 투명한일정을 제시하면 농민들도 납득할 것이다.
다음은 돈이 많이 안드는 공약은 차질없이 시행해 개혁의지를 즉각 표시해야 한다. 이 부분은 대통령 당선자가 즉시 팀을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 특히 의료보험통합이나 마사회이관, 환경친화적 농업육성, 상수원보호법, 농업회의소 설립 등은 현단계에서 착수의지를 명백히 함으로써 농민·농업을살린다는 가시적 행동을 보여줘야 농민들이 인내할 것이다.
환경친화적 농업을 유기농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비료와 농약의 양을 줄이는 것도 환경친화적 농업이다. 즉 사람을 살리는 농업이 필요한 것이다.농업회의소 설립도 한농연을 비롯한 생산자가 중심이된 경제 6단체가 돼야한다. 이것이 선진국형 농업·농민의 이익과 권익실현을 위한 대안이다.
결국 정책당국과 농민이 소비자 기호에 맞추는 농업을 해야한다. 이번에도그것을 못하면 (농업의)마지막 받침대가 무너진다.
▲황창주=대통령 당선자는 당선후 농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당선자가(농정개혁에) 관심을 갖고 적극 해결토록 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이라고 그냥 있어서는 안된다.
▲좌장=고실업시대를 맞아 직접적인 농업종사자가 현재 전체인구의 5∼10%일지 몰라도 종합산업화시 25%까지 상승할 수 있다. 또 농촌이 고령화·부녀화된 점을 감안할 때 고실업시대에 농업이야말로 실업을 흡수하고 고용을창출하는 창구다.
농업측면에서 그동안 농민들은 지도자를 뽑아놓고 (농정의 잘 잘못에 대한)감시를 안했다. 따라서 새정부의 농정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농민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성진근=정부의 외화의존적 농업육성은 문제가 있다. 이제라도 우리먹거리를 지키는 일부터 시작하고 농민단체가 끌고 나가야 한다. 또 이 기회에농민의 공짜심리도 없애야 한다. 이것이 (개혁의)출발점이다.
▲황창주=공감한다. 한농연도 이제는 ‘공짜를 바라지 말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도 무료로 참가하면 졸아도 교육비를 내면 열심히 듣는다. 공짜심리를 버릴때가 됐다.
▲좌장=결국 새정부의 농업정책은 농민이 변하는 만큼 변할 것이다.

문광운moon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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