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지난 93년 12월 UR협상이 처참한 상처를 남기고 타결됐을 때 우리 농업계에서는 사전에 철저한 대비를 못한 것을 크게 후회했다.그것은 UR협상이 과거 8년이란 세월을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출국들에 대한 개방압력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우리 농업, 농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UR협상 이행 3년이 경과된 지금 우려했던 농업의 붕괴나 예상했던 만큼 농산물 수입이 증가하지 않고 있지만 7백만 농민들은 아직도 개방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농업계에서는 오는 99년말 전후에 있을 차기협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현재 UR이나다름없는 제2의 다자간 국제협상에 대해 부처간 이해부족과 잦은 보직 순환및 장관의 경질로 인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현 상태로 가다간 국제협상의 대비 부족으로 제2의 UR사태를 몰고 올지도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차기협상은 현재 UR 협상처럼 포괄적인 새로운 라운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농산물, 서비스 등을 포함한 미니 라운드가 될 것인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차기협상에서는 UR 협상시 다양한 이해그룹의 표출과 함께 개도국의 참여가 보다 적극성을 띨 것으로 보인다.<차기협상의 예상쟁점 내용>쌀관세화 유예문제고율 관세의 대폭 감축시장접근물량 및 세율 인하국영무역조항보조금 감축문제수출신용장제도개도국 우대제도의 철폐무역관련 위생 介 SPS) 분야UR 협상에서는 사실상 미국, EU, 케언즈그룹이 주도하면서 한국, 일본 등이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향후 협상에서는 UR경험을 바탕으로 이해 관계국간 편짜기가 다양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첸콘등 가입여부도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수출시장 확대를 통해 농산물 생산을 촉진시킴으로써 국내소득지지, 국제수지 개선, 농업재정부담 감축 등을 한꺼번에 추구하고 있으며 EU는 ‘아젠다 2000’의공동농업정책개혁내용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차기협상에서의 입장이결정될 것이나 전반적으로 협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케언즈그룹 주력국가들은 가능한모든 변수를 걸어서 개방확대를 위해 노력을 강화하고 미국을 끌어들이려고하고 있지만 국내 쌀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은 차기협상에서 쌀 관세화 유예를 고수할 뿐 아니라 MMA물량도 줄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주목된다. 식량순수입 개도국들은 협상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협상결과에따른 식량원조의 감소 및 식량가격 상승에 보다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이에 대한 보완조치를 주장하는 선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결국 이러한 차기협상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분석해 볼 때 주요 논의 예상과제로 UR이행 결과를 토대로, 시장 접근분야와 보조금분야의 규범을 크게강화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후속협상에서도 관세율 감축폭과 보조금 감축수준을 어느정도 할 것이냐가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이며 국내 보조금 분야와 함께 수출보조금의 감축문제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UR협상시 관세분야도 대체로 방향설정이 되어 있는 만큼, 차기협상에서는오히려 비관세분야(국영무역, 위생, 검역 등)의 새로운 규범 마련 문제가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그러나 우리의 차기협상에서 논의될 수 있는 가장 큰 주요의제는 무엇보다쌀 재협상과 관련, 관세화유예조치 여부이다. UR협정 부속서 5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쌀에 대한 관세화를 각각 정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에 관해서는수출국들이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과 케언즈그룹 국가들은 관세화 유예조항을 없애자고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USDA 슐마쳐 차관보는 최근 하원농업소위원회의신속협상권 관련 공청회에서 차기협상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해 관세화를 강하게 추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EU는 과거 UR협상시에는 우리가 여러 분야에서 EU측 입장을 지지해준 데대한 보상으로 우리나라의 고관세화 유예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고 있으나기본적으로 예외조항을 두는 데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본은 관세화 유예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나 최근 국내적으로 관세화유예의 대가로 최소시장접근을 많이 허용하여 재고가 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늘고 있다. 이는 최근일본농업신문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관세화할 수밖에 없다”와 “고관세 등 조건여하에 따라 받아들여도 좋다”를합한 관세화 수용가능 입장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있다. 결국 우리의 쌀 협상은 일본의 협상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므로 차기협상에서 일본을 적극 지원하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또 시장개방분야중 쟁점부분으로 예상되는 것은 고율관세의 대폭 감축문제이다. 관세화 품목은 국내외 가격차를 관세상당치로 전환하여 수입을 자유화했으나 실질적으로 관세가 높아 고율의 관세로는 수입이 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수출국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선진국 36%삭감폭이 평균 개념으로 된 만큼, 실질적인 삭감폭은 그 이하 수준이라는것이 수출국의 불만(예:특정품목의 관세를 0으로 전환시 1백% 감축효과)이다. 따라서 차기협상에서는 고율관세를 대폭 삭감하여 (예로 50% 일괄 삭감등)실질적으로 수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또한 고율관세 삭감과는 별도로 저율관세로 수입되는 시장접근물량을 대폭늘리고 적용되는 세율자체도 인하함으로써 수입국에 대한 시장접근기회를대폭 확대하려는 시도도 예상된다. 이는 그동안 수출국들이 시장접근물량수출을 통해 상당한 수출증가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차기협상에서 이를늘리려는 시도는 매우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요망된다.이와함께 국내보조분야에서 허용대상보조의 범위를 축소하고 감축대상보조를 대폭 삭감하며 삭감방법도 대폭 강화하려는 수출국들의 시도가 예상된다. 수출국들은 상당수 국가가 감축되는 국내보조를 보상하기 위해 여러가지 지원정책을 허용정책으로 분류하여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막기위해허용대상정책의 기준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만들어 규제하려는 움직임이일고 있다.개도국 우대제도의 철폐문제도 차기협상에서 제기될 전망이다. UR당시 우리나라는 농업의 취약성을 인정받아 개도국 우대의 혜택을 입었으나 차기협상에서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도국이 아니라는 주장들이 만만찮을 것으로보인다. 특히 우리의 경우 과거 UR당시에도 개도국 지위를 받는데 어려움이많았으며, 이미 OECD에 가입한 이상 차기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받는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이외에도 수출국들은 현행 GATT 제17조의 국영무역조항이 현실적인 실효성이 약해 이를 엄격히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최근 무역관련위생·검역분야(SPS)에 대한 교역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SPS협정중 해석상 모호한 조항에 대한 수정문제가 핵심과제로 제기될 전망이다.어떻든 오는 99년말 전후에 있을 차기협상은 우리 농업, 농촌발전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UR 협상때처럼 농산물 수출국에대한 전략과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없는 상황에서 빚어진 오류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차기협상의 쟁점의제와 각국의 동향을 정확히 파악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다행히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도 정부내 통상협상 전담기구를 설치하여 제2의 UR협상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대통령 당선자의 결심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관련전문가와 정부 및 농어민단체 등이 중지를 모아 대처해야 할 것이다.정부는 차기협상에서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여 협상에 임해야 하며 협상과정도 투명성 있게해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잦은 보직 순환과 장관의 경질로 협상전문가를 양성하지 못하는 인사정책은 새 정부에서는 근절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전문가 진단> 배종하 농림부 국제협력과장“과거 UR 협상에서는 협상내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정이 미흡하여 최후까지 버틴 쌀에 대한 관세화유예를 얻어내는 등 최선을 다했음에도불구하고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시는 이러한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농림부에서 WTO 차기협상 대응방안 마련에 실무 주역을 담당하고 있는 배종하 국제협력과장은 첫마디부터 UR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철저한준비를 통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배 과장은 특히 “차기 농산물협상과 관련한 논의는 WTO에서만 있는 것이아니고 여러 국제기구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OECD, APEC, FAO 등 국제기구의 동향도 빠짐없이 파악하여 협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APEC은 WTO의 자유화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WTO의연장선상에서 대응하고 있으며, FAO는 식량안보논리 제공의 기반인 점을 감안하여 이들 기구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적극 대응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배 과장은 “무엇보다 다른 국가와 대항해서 우리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우리와 유사한 입장을 지닌 국가들과의 협력을강화하며 아울러 수출국들에게 우리 농업의 어려움을 인식시키고 이해를 구하는 역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윤주이 기자>
윤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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