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IMF는 이제 능력이 없으면서도 시장에 붙어 있는 ‘한계적인 기업’을도태케 하는 것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금융긴축과 재정긴축. 수입선다변화품목 해제. ‘국내기업 보호우산’이 걷어지면서 보호체질에 익숙한 국내기업들은 하루아침에 거센 경쟁력을 갖춘 해외기업들과 샅바를 맞잡아야 한다. IMF 이후 농관련산업 구조조정 대책을 기획테마로 집중보도한다.이용국 농기계학회장은 농기계산업의 구조조정이 너무 늦었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모두 직무유기를 한 셈이라고 곱씹었다. 문은 다 열렸고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속에서 살아남을 농기계업체가 얼마나 되겠냐고 걱정하고 있다.이 교수는 우리 시장규모는 경제규모가 안되고 해외시장 수출로 돌파구를찾아야 하는데 주요 농기계들은 기술면에서 완전히 일본에 예속돼 있어 일본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것도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국내시장도 기업별로 전문화가 안되고 나눠먹기를 하고 있어 수익도 적고 기술개발여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술경쟁력과 자본경쟁력 모두취약하기 짝이 없다는 한탄이다.한 전문가는 이 모든 결과가 농기계가격정책이 잘못돼서 그렇다고 단언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도태되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경쟁력이 크든 적든 다 함께 사는 산업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농기계가격은 자율화를 원칙으로 하고 신고토록 돼 있지만 정부의가이드라인을 넘어선 자율화를 하면 융자기종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사실상가격규제상태다. 이러한 상태에서 업계는 가격담합을 하고 있다.한 예로 승용식산파 동력이앙기는 대동공업, 국제종합기계, 동양물산기업이 똑 같은 8백54만5천원이다. 4조식 산물형콤바인은 대동이 2천5백60만원,국제가 2천5백50만원, 동양이 2천6백40만원이다. 정부도 할말이 있다. 농민에게 값싼 농기계를 보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의 지원이 따랐고 정부지원의 효율을 위해 가격을 단일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가격경쟁이 없는 농기계시장은 거품을 양산했다.한국농기구공업협동조합의 자료에 의하면 경운기생산라인 가동률은 대동공업과 동양물산기업이 70%선, 그런데 1만5천대분의 국제종합기계는 30%대다.트랙터의 경우 4천대분의 LG기계가 60%대, 7천대분의 동양물산이 50%대이나2만5천대분의 대동공업, 2만대분의 국제종합기계는 20%대에 머물고 있다.고정비용의 규모가 다른 것이다.또 국산화비율 차이에 따라 가격상승폭이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격이동일하다는 것은 국산화비율이 가장 낮은 기업도 경영이 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외에 다름아니다. 딱히 국산화를 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또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이다. 금융긴축과 재정긴축기조하에서 회사의 재무구조가 튼튼한 회사만이 살아 남는다. 농기계업체의부채비율은 대략 2백50%에서 4백%대. 국제종합기계는 동국제강이 인수하면서 부채비율이 1천5백%에 달한다. 부채비율의 차이에 따른 금융비용도 각기업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정비용이 다른데도 가격이 같다는 것은 고정비용이 큰 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 외에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하다. 재무구조가다름에도 가격이 같다는 것 역시 가장 재무구조가 나쁜 기업도 살아갈 수있도록 가격이 결정되고 다른 기업은 이익을 더 보는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이 불가능하다. 결국 현재의 단일화된 농기계가격정책은 너도 살고 나도사는데 더 잘 살고 못 살고는 차이가 있는 정도이다.정부가 농민에게 싼 농기계를 공급하기 위해 벌여온 가격규제는 자발적 기술개발, 자본축적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결국 한계기업 살리기에 다름아니게 됐다는 지적이다.IMF상황에서 늦게나마 정부의 농기계정책은 생산보급 위주에서 유통정책으로 전환해서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적극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높다.또 농협중앙회 등 생산자단체도 업체별로 가격경쟁을 유발하는 유통전략이적극 실행돼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른다.<안기옥 기자>발행일 : 98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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