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림수산 기관·단체 개편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 개혁을’ 바라는 농어민들의 기대를 업고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실현한 만큼 거론되는 개편의 범위와 수준은 지금까지와 사뭇 다르다.지금 농림수산기관·단체는 IMF 한파도 큰 문제지만 조직개편이야말로 ‘발 등의 불’이다.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곳도 있고 납작 업드린 곳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 촉각을 온통 곤두세우고 여기 저기에 줄을 대거나 로비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진다.그러나 조직개편 문제는 엄정해야 한다. 농어민들은 “이번 만큼은 농림수산기관·단체의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며 냉정한 시선으로 개편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농림수산기관·단체의 개혁 없이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농어업의 지속적인 발전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취임 전에 모든 조직개편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정해놓고 여러 경로를 통해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다. 기본방향은 통폐합과 축소, 민영화, 조직간 업무 조정과 지방화로 요약된다.개편논의는 대통령직인수위, 총무처, 재경원, 농림부, 행정쇄신위, KDI(한국개발연구원), 공공정책학회 등에서 다양하게 개진되고 있으며, 김 당선자측의 정부조직개편심의위가 1차 시안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이런 국면에서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농민단체와 학계대표들로 구성된 범농업인 21C농업개혁위원회도 관계요로와 채널을 마련, 개편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알려진다. 분명한 것은 방만한 기존 조직은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다.조직개편 논의의 대상이 되는 곳은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실을 비롯, 농림부, 해양수산부, 지방행정조직, 농·수·축·임협,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 농수산물유통공사, 농촌진흥청, 산림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농림수산정보센터 등 모든 기관·단체가 망라된다.지금까지 알려진바에 따르면 농림해양수석비서실은 비서실정치를 지양하겠다는 김 당선자의 의중에 따라 폐지가 거론되고 있으며, 경제담당 수석비서실에 농수산담당 비서관을 두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농림부와 해양수산부의 경우 행쇄위가 개편위에 제출한 제2안에 농수산부로 환원하는 것으로 돼 있고 총무처안과 공공정책학회안에서 농림부로의 통합이 거론됐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 내부에서는 각자 1백% 존속을 확실시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과학기술처, 정보통신부와 통폐합하는 방안도 나왔다.외청들은 그야말로 ‘태풍’에 휘말려있다. 농촌진흥청은 폐지하고 농업과학원으로 개편, 순수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 역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등과 합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본청이 가지고 있던 지도기능은 완전히 지방으로 이양한다는 얘기도 있다. 특히 연구기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생명공학연구소처럼 공사화하는것도 연구경쟁력강화 차원에서 검토된다. 한식연은 민간컨소시엄 형태로 전환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안도 있다. 이에 대해 농진청은 농업의 경우 일반산업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지도기능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에 위협이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산림청의 경우 농림부의 일개 국, 즉 임산자원정책실 정도로 흡수하거나환경부로 이관이 거론된다. 그러나 산림청은 조림, 육림, 산림자원보호 등집행업무가 대부분이어서 농림부 내국이 되더라도 별도의 행정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이를 반대하고 오히려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산림청에 이관하는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농어촌진흥공사와 농지개량조합·농지개량조합연합회는 통폐합해 농지 및물관리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으며, 사업을 지방으로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다. 농진공은 생산기반정비사업으로 정예화하는 방안도 이와 맞물려 제시된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수출전담기구로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농수축임협은 가장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가운데 새정부가 어느 정도로 칼을 댈 지 관심이 높은 분야이다. 개혁적인 농민단체에서는 농수축임협중앙회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으며, 최소한 농축협중앙회는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농축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지역조합 통폐합 가속화는 정부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협은 협동조합중에서도 특수성이 있다고 자체판단,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분석을 하고 있으며, 일단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다. 농협중앙회의 경우 신경분리시 중앙회의 회원조합에 대한 지원이 대폭 감소돼 회원조합의 부실화가우려된다는 기존의 논리를 고수하면서 우선 회원조합의 경영자립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농협은 일단 사업기반이 취약한 농산물 판매, 영농자재, 생활물자 등 경제사업을 우선적으로 자회사로 전환하고 공제사업은농협법을 개정한 뒤에, 신용사업은 회원조합 합병을 통한 자립기반이 구축된 후 즉시 자회사화 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이같은 개편바람 속에서 이들 관련기관·단체들은 정권인수위나 정부조직개편위, 새정치국민회의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등 치열한 살아남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도 이들 기관단체들의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범농업인 21C 농업개혁위원회 주변에서도 관련기관단체관계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1월 15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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