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IMF 한파로 농수축산업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류가격·사료가격등 각종 영농자재의 폭등으로 생산비는 엄청나게 늘어난 반면 국가경기 침체로 농축수산물 소비는 극도로 위축돼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것이다. 이에따라 농민들은 정부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또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도 선거기간동안 농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해 왔고 농민들도 농업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이에 본보는 각 품목별로 현장농민들이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염원의목소리를 들어본다.<참석자>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시설채소농가박갑선(44세) 박수연(45세)이용구(39세) 안영숙(44세)박치석(40세) 이성준(43세)장석현(38세) 한희복(36세)전후식(40세)▲최근 날씨가 좋아 난방비가 많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유가 폭등으로 어려움이 크다. 1월부터 본격적인 겨울 날씨가 시작된다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난방비도 안나오는 농사를 지을 수는 없지 않는가▲난방비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농산물소비는 급격히 위축돼소득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나가 일용직 근로자생활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영농을 포기하는 농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최근 신문지상에서 환율이 폭등하는 반면 증시는 폭락했다고 연일 대서특필하지만 우리 농민들은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다만 최근국가 경제가 어려워 도시 소시민들이 어렵다는 사실만 느낀다. 농민들도 유류가격 폭등과 각종 농자재가격의 인상, 농산물소비의 부진에 따른 가격하락 등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은 일반 대중이 아닌 정책입안자들의 것이다. 그들이 방향을 잘못 잡은 탓이다. 그 동안의 정경유착은 국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기업 위주였다. 그들이 커넥션을 형성해 국가를 운영하다보니 나라가 이 지경이다. 대통령이나 재정경제원의나라경영의 기준이 없었다. 서까래가 무너지는 판국에 어느것이 버틸 수 있는가.국가경제에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희생되는 것은 농업이요, 농민이다. 이제는 안된다. 국가안보차원에서라도 농업, 농촌, 농민은 보호받아야 한다.▲농업의 기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공급된 농기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면세유의 양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쳐 기계별 면세유 배정량이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수막시설 하우스에서 상추를 재배하느라 난방기를사용치 않아 기름값이 오르는 것에 대해 피부로 느끼지 못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점점 절실해 진다. 1월1일부터 또다시 기름값이 오른다고 하는데농사를 지어야 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일부에서는 1월부터는 하우스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지금보다 면세유의 양을 늘려줘야 농민들이농사를 지을 수 있다. 영농면적과 기계보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면세유양을 배정해야 한다.▲정부에서는 국제원유가격이 내려갔을 때 공급가격을 인하하는 대신 가격하락에 따른 이익금을 국제원유가격 폭등에 대비, 석유가격안정기금으로 비축해 놓았다. 최근 국제원유가격 인상이 아닌 환율인상 때문에 유류 소비자가격이 폭등한 만큼 정부에서는 석유안정기금을 풀어 유류의 공급가격 안정을 꾀해야 한다. 또 농협차원에서 농업용 유류를 비축, 농민들에게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비료·농약 등의 농자재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가격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이들 농자재를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면 심각한 피해가예상된다. 특히 올 초부터 비닐값이 50% 이상 인상된다고 한다. 이는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이 곳 조안면은 난방과 수막을 병행해 하우스농사를 짓고 있다. 주작목은 무가온 수막재배가 가능한 상추에서 난방이 필요한 깻잎, 토마토다. 최근 기름값 폭등으로 깨농사를 포기하겠다고 한다.▲특히 이 지역은 상수원보호지역이라 농협·정부지원 부채가 가구당 적게는 4천만원에서 평균 6천만원 정도 된다. 유기농업자금으로 지원받은 이 돈은 당장 올해부터 1천만원씩 원금 상환과 함께 연 5%의 이자도 상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정부가 유기농업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유기농산물의 판로가 없다. 정부가 상수원보호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이우리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은 거치기간이 짧고 이자가 높다. 상수원보호지역 유기농가들에게는 직접지불제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우리의 피해로 혜택을 받고 있는 서울시민들의 수도세에 상수원보호지역 농민들의 고충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과세를 해, 이 돈으로 보호지역 주민들에게 직접지불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약속사항이기도 하다. 김 당선자에게 이 약속이 유효한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경제가어렵다는 이유로 많은 공약이 파기되고 있지만 유기농업 직접지불제 공약은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보호지역내 농업의 무조건적인 제약은 안된다. 최소한 저온저장고 등 기본시설물에 대해서는 제재가 가해져서는 안된다.▲1가구당 정책자금 포함 농가부채가 1억원 이상돼 영농어려움이 가중되고있는 실정이다. 유기농산물에 대한 판로가 생각보다 어렵다. 1일 납품량이1만원 미만이다. 나머지는 시장에 출하하고 있으나 일반 농산물과 가격차가없어 손해가 크다. 이렇게 판로가 미비해 빚더미에 묻힐 지경이다. 유기농업 정책자금 상환능력이 없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농가부채 탕감은안되지만 거치기간,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고 정책자금 이율도 현행 5%에서최소한 2∼3%로 낮춰야 한다.▲정책자금을 지원받을 때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정부가 지원할 당시만해도 가능성이 많은 사업으로 인식됐으며 정부에서도 각종 홍보를 통해 장미빛 환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정부지원을 받아 하우스농사를 짓고 출하할때가 되면 각종 농산물가격이 폭락해 오히려 빚만 늘어나 농민들을 악성 채무자로 만들어 놓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을 농민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된다. 정책입안자들이 지원받은 농민들에 대한 대책을 전혀 수립하지 않은 결과다.▲강남과 상계동에 품질인증을 받아 채소류를 납품하고 있다. 최근 강남지역은 그런대로 소비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상계동은 60%가량 손님이줄어 소비부진이 심각하다.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농산물 소비는 위축될수밖에 없다. 상계동의 경우 대폭 세일을 단행해도 손님이 없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다.▲정부의 물가정책이 농민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민들도 농산물가격에 대해서는 민감한 반면 농산물 생산비 인상요인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정부가 물가안정의 목소리를 높일 때 제일 먼저 대상이 되는 것이 농산물가격이다. 그러나 실제 물가에 농산물 가격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공산품의 경우 생산비가 오르면 바로 출고가격에 반영된다. 반면 농산물은생산비가 턱없이 오르더라도 출하가격에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결국 농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 정부의 물가정책 변화가 요구된다.▲새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50년 정치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김 당선자에게 농민들은 선거기간동안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 이유는 누구보다도 농업에 대한 이해가 크고우리나라 농업을 한단계 발전시킬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농민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란다.▲이제 새정부가 들어서면 더 이상 농민이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과거 정부가 공업우선정책을 펴나가면서 그 이면에 농민들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그동안 농민들은 국가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항상 양보하고 희생하면서살아왔다. 이제 그같은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겠다.▲일부 재경원 간부들이 비교우위론을 주장하면서 농업을 경시하는 경향이짙은데 세상은 단순비교만으론 안된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관료들이 존재하는 한 농업은 요원하다. 행정관료들의 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 이제 행정관료들도 현장을 발로 뛰면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업기반이 무너진 후 국제곡물메이저들이 쌀 80㎏ 1가마당 1백만원을요구하면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다. 농업을 살릴수 있는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농지를 만든다고 하면서 재벌들이산업폐기물을 매립해 농토가 썩어가고 있다. 또 농지를 투기목적으로 이용하는 한편 기업이익을 위해 농지를 내놓으라고 한다. 말도 안된다. 대기업들은 외국에서 차관을 도입해 농지투기에 앞장섰다. 그 결과가 현재의 IMF파국에 따른 국가부도사태 직면이다.▲김 당선자는 선거기간동안 많은 농정공약을 제시했다. 공약대로 된다면우리나라 농업은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농정공약사항을 지키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김 당선자가 선거공약으로 농가부채 경감과 유통구조 개선을 약속했다.잘못된 정책으로 농민들이 악성 채무자가 된 만큼 정부차원에서 부채문제는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정책자금 상환기간을 장기적으로 유예해주고 일반영농자금을 포함한 정책자금 이율도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한다. 정책자금 거치기간도 최소한 5년이상 연장돼야 하고 이 기간동안 이자 상환은 취소돼야한다.또 유통구조를 개선해 농민들은 제값받고 소비자들은 싼 값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거래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농업과 관련한 정부조직 개편도 현실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농촌진흥청의 경우 행정기능보다는 연구기능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많은 신기술은 이미 농민들이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연구기관의 신기술개발능력이 농민들보다 뒤떨어진다면 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많은 농업관련기관들이 업무가 중복돼 진행되는 등 비효율적이다. 과감한 조직개편을 통해 기관별 효율성을꾀하고 연구업무의 민간화를 통한 경쟁체제를 갖춰나가 좀 더 발전적인 성과물들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우리나라 같은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기업농 중심의 전문경영인 육성정책은 어불성설이다. 향후 농정은 가족형 전업농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지역특화작목 육성이 시급하다.▲영농위탁회사들이 수지가 안맞아 다 망했다. 또 영농법인도 우리나라 실정에 안맞다. 정부가 영농법인을 설립할 경우 막대한 정책자금을 지원했는데 이것이 다 빚이 됐다. 결국 대규모 법인육성이 농민들을 빚쟁이로 만들었다.▲각종 지원사업 대상자 선정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원사업 대상자 선정은 희망하는 전체주민들을 모아놓고 사업설명회를 거쳐 공정하게 선정돼야 하는데 주민들이 모른는 사이 소수만이 혜택을 보는경우가 종종 있다. 정책사업자 선정과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또 정부가 시책사업에 대한 홍보를 소홀히 해 주민들이 어떤 사업이 우리 면에배정됐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책사업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유기농산물이란 특성 때문에 대도시 대형 유통망을 판로로 확보하고 있으나 최근 경기 불안으로 대형 유통업체들의 부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 농민들 피해가 예상되는가 하면 농민들이 판로가없어지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안정적 판로확보를 위해서 농협이 적극앞장서야 한다.<김영하·정양진 기자>발행일 : 98년 1월 5일
김영하knong120@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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