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협중앙회장의 임기가 오는 3월23일로 만료되면서 민선 3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농협 개혁을 위해 지난94년 12월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치러지는 첫 번째 선거여서 그 의미는 크다.이번 선거와 관련, 지금까지는 출마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후보는 없고농협 주변이나 여타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 사이에서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5~6명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차기 회장 후보로 일찌감치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다름 아닌 원철희 현 회장. 농협중앙회 기획담당 상임이사였던 원 회장은 문민정부 이후 협동조합개혁과정에서 한호선 전 회장의 구속에 따라 94년 3월23일 실시된 선거에서63.1%의 득표율로 다른 두 후보를 제치고 회장에 당선됐다. 원 회장은 지난96년 고향인 충남의 모 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면서일찌감치 후보 물망에 올라 있다.농협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원 회장이 취임 이후 농협법 개정 및 독립사업부제의 실시 등 후속적인 개혁조치에 무난히 대처했으며, 신용사업 수신고1위,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의 비약에 남다른 업적을 보이는 등 농협중앙회운영 능력이 돋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다른 역대 회장들과 달리 농민단체들과 각별한 우호관계를 유지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고, 서울대 법대출신으로 국회,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미지를 구축해 온 점을 꼽고있다. 농협중앙회 주변에서는 원 회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다만 원 회장은 지난 94년 회장에 당선된 직후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2년 뒤라도 농협 개혁이 마무리되면 언제든지 회장 자리를 뜨겠다”고 했었고, 지난 96년말 본보가 발행하는 계간 농정과 자치와의 인터뷰에서도 “회장을 한 번 더 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밝힌바 있어 이와 관련한 행보가 주목된다.원 회장의 출마여부는 지난 12월 원 회장이 건강문제로 입원중 소구영 현금융담당 부회장보와 남봉환 상임감사가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되면서간접적으로 확인됐다. 당시 소구영 부회장보와 남봉환 감사는 중앙회장 출마를 위해 상근 임직원은 회장 임기만료일 90일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두사람은 원 회장이 출마하지 않을 줄로 알고 사표를 냈던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앞서 농협 주변에서는 전 회장인 한호선 자민련 의원이 출마할 수도있다는 관측도 나돌았다. “한 의원은 당시 비리가 아니고 문민정부의 말을듣지 않아서 당한 것” 인만큼 “명예회복 차원에서” 출마가능성이 있다는논리였다. 그러나 한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인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이고농협 회장 보다는 강원도지사 후보나 농림부장관 후보 물망에 올라 있는 상태.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작 조합장 중에서는 아직 뚜렷한 후보가 떠오르지않고 있다. 다만, 지난 2기 선거에서 원 회장과 경합한 정대근 삼랑진농협조합장을 비롯, 비상임이사 그룹인 윤승혁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조웅래양주 남면농협 조합장, 이봉주 논산 연무농협 조합장 등이 거명된다.최근 재선돼 8선인 정대근 조합장의 경우 비상임이사이던 2기 선거에서 출사표를 던져 24.9%를 득표한 바 있으나 현재로선 ‘관망중’이다. 6선이자전남도의회 의원인 윤승혁 조합장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남평농협 선거에서자신 외에 3명의 후보와 경합중에 있어 그 결과부터 봐야하는 상황. 역시경기도의회 의원이자 6선인 조웅래 조합장과 농협수매가대책위원장으로 양곡유통위원회 등에서 활발한 농정활동을 펴온 이봉주 조합장(6선)도 명망가로 ‘거론되는 수준’이다.이처럼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아직까지 원 회장도 공식의사를 표명하지는 않았고, 조합장중에서도 뚜렷한 도전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그러나 조합장이 후보로 떠오르지 않는 분위기를 놓고 농협법 개정 당시의정신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94년 농어촌발전위원회의건의와 수차례 공청회를 거쳐 개정된 농협법의 취지는 농민조합원 중심의협동조합 개혁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당시 개혁의 방향은 협동조합을 임직원의 단체에서 농민조합원의 단체로,신용사업 위주에서 경제사업 위주로, 중앙회 위주에서 회원농협 위주로 바꾸는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곧 중앙회 대표기능과 경영기능의 분리를 전제로 대표기능은 조합원에게 부여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다는게 법개정의 정신이었다는 원칙에서다. 이런 원리에서 볼 때 중앙회는 회원농협으로 구성된 만큼 회장도 농민조합원을 대표하는 조합장 중에서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다만 법 개정 과정에서 현실적 타협의 산물로 회장자격을 ‘조합장’으로 제한하지 않고 ‘조합원’으로 했기 때문에 조합원자격만 갖추고 출마가 가능하다면 소속 조합, 농지소유와 경작여부, 출자좌수의 규정부합 여부 정도는 공개되고 검증돼야 한다는 지적이다.특히 현실적 여건의 한계로 인해 회장이 조합장중에서 나오지 않고 중앙회임직원 출신이 된다 하더라도, 협동조합의 기본원리에 입각해 지금까지 조합장이 나서지 못하는 풍토와 제도를 개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만일 전문성이 문제라면 대표권과 경영권의 분명한 분리와 조합장의자질향상이라는 과제도 농협중앙회가 해결해 내야 하며, 조합장들 역시 서로 폄하하고 물러설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조건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2월 16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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