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김성훈 신임 농림부장관은 취임 이후 첫 공식일정으로 소비자·시민·농민단체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부서 간부들과의 접견도 뒤로 미룬 채 농민단체 등과 모임을 가진 것은 농림부 사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만큼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는 농정을 펴야만 현재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장관의 인식임을 알 수 있다. 김 장관은 이어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김성훈 농정’의 일단을 피력했다. 이를 통해 확인된 김 장관의 농정구상은 다음 몇가지로 요약된다.첫째, 쌀자급은 반드시 실현한다. 둘째, 소비자와 농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열린농정, 현장중심의 농정을 펴 나간다. 셋째, 품질과 안전성, 마케팅차별화에 근거한 농업경쟁력을 키워나간다. 넷째, 유통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추진한다. 다섯째, IMF 위기상황을 역전의 기회로 삼아 수출진흥정책을 적극 추진한다 등이다.농민과 소비자, 정부가 긴밀한 협력체제를 이루어 농정을 펴 나가겠다는김 장관의 구상은 그동안 농정추진과정에서 소외감을 강하게 느껴온 농민단체 등을 적극적으로 농정결정과 집행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농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기능을 최소화한다는 조직개편의 기본정신과 관련, 축소되는 정부기능을 농민단체 등이 대신해야한다는 현실적 요구에서도 새로운 농정추진체계의 구축이 필요했다는 해석이다. 김 장관은 여기에 소비자·시민단체의 협조가 있어야만 궁극적으로농업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농소정 3위일체의 농정추진체계구축을 강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품질과 안전성, 마케팅 차별화에 근거한 농업경쟁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점은 김성훈 농정이 기존 농정과 가장 큰 차별성을 갖는 부분이다. 그동안 가격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규모화전략에 중심을 두고 구조조정을 촉진해 오던 하드웨어 중심의 전략을 수정,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발전방향을 정책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김성훈 농정이 ‘경쟁력’보다는 경영안정을 통한 농업경영체의 유지, 농촌사회의 유지에 목표를 두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곧 그동안 농민층의 급속한 분화를의미하는 구조조정을 촉진하던 정책에서, 구조조정의 속도를 늦추는 정책으로의 전환이라고도 풀이된다.김 장관은 규모화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의 정책기조에 대한 근본적 수정은 아니라는 점을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규모화를 통한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외국농산물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우리 실정에서는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또한 가격과 규모의 경쟁력은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농가의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이필요하다는 점이 김 장관의 설명이다.이는 그동안 급속한 규모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정책에서 소외돼온 중소농들에 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유통을 중심으로 한 농정을 펴 나가겠다는 의지는 유통전문가로서의 김 장관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 과거 농정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시장대응력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기본으로 했다면, 김성훈 농정은시장과 소비자가 요구하는 방식에 농업구조와 내용을 적응시켜 나가는 전략을 기본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품질의 차별화, 안전성 있는 농산물의생산, 소비자지향적인 마케팅 전략의 구사 등은 모두 생산 자체보다는 유통과정에서 요구되고 실현될 수 있는 과제들이다. 이와 관련, 단순한 가격과양만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질과 안전성, 서비스 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달라져야 하고, 따라서 소비자·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필요하다는 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김 장관은 IMF로 환율이 크게 오름으로써 농업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대로 농업의 활로를 열 수 있는 수출여건이 크게 호전되는 유리한 여건도 조성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곡물과 쇠고기수입액만큼은 우리도 수출을 통해 벌어들여야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이를 위해 무역진흥확대회의를 장관주재로 정례화해 수출을 위기극복의 핵심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돼지고기, 김치, 백합 등 20개 품목을 수출전략품목으로 중점지원하고, 농산물수출배가운동을 전개, 2001년까지 40억달러의 수출목표를 달성한다는계획이다.<권사홍 기자>발행일 : 98년 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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