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협중앙회가 파주시 및 파주 관내 9개농협과 공동출자해 운영하고 있는창고형 농산물 할인매장인 ‘파주 하나로클럽’의 운영을 보다 파주농민과지역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지난 18일 오후 4시경 하나로클럽 좌측 주차장. 국내 최초로 설치됐다는‘농업인장터(Farmer’s Market)’에는 농민은 없고 하나로클럽 소속 파트타임 아주머니 3명이 버섯, 부추, 양파, 배추 따위를 팔고 있었다. 농업인장터는 당초 관내 농민이나 지역농협 부녀회 등이 운영키로 돼 있던 것이다.파주하나로클럽은 파주시가 17억원으로 추정되는 장곡휴게소 부지를 제공하고 중앙회가 38억원, 파주시 관내 9개 농협이 9억원을 출자한 제3섹터형협력사업이다. 농협은 이 매장을 파주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30년 동안 무상 사용하기로 했다. 영업이익은 투자비율에 따라 배당하기로 했는데지난해는 개설 첫해라 5억8백만원의 적자를 내 농협중앙회가 부담을 감수했다. 당초 운영방향을 80% 이상의 농산물을 유지, 농산물 전문매장으로 육성하고 쌀, 잡곡, 정육, 엽채류, 화훼특산품 등 파주산 농산물을 적극 판매,지역농민의 소득을 증대하는 것으로 했었다. 농민시장을 운영하게된 것도이때문이다.파주하나로클럽은 지난해에는 적자를 기록했으나 거듭된 운영개선노력으로올해는 6천5백만원 정도의 흑자를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2월말 현재 이미6천8백만원의 순이익을 거둬 이보다 훨씬 많은 흑자가 나올 전망이다. 특히파주하나로클럽은 일산권역의 뉴코아, 그랜드, LG 등 백화점들과 까르푸,마크로, E-마트, 킴스클럽 등 국내외 대형유통업체들과 피나는 경쟁을 벌여초기에 자리를 잡아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파주시, 농촌지도소와 함께 협의회를 구성하고 파주지역 농민들로 전속출하농가를 지정, 농협을 통해 농업경영자금과 농기업경영자금을 우선지원하는 한편 전담지도사를 배치하는 등 출하확대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파주시와 지역농협의 운영참여를 위해 파주지역농협 전무 9인과 파주시청 산업과장을 포함하는 운영협의회를 장장이 운영하고 있고, 시장을 의장으로 지역농협 조합장 9인과 중앙회 판매지원팀장, 하나로클럽 장장을 위원으로 하는 자문위원회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그러나 파주하나로클럽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주산 농산물의 판로확대를 통한 농가소득 향상이라는 당초 목적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지역농민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80% 이상의 농산물을 취급하기로 했지만 1차 농산물 비율은 53.3%에 그치고 있고, 가공품이 28%, 비식품이 9.5%, 수탁품이9.2%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파주산은 채소의 경우 20%, 과일은 5%,축산은 45%, 수산은 5%를 점하고 있을뿐이며, 정육만큼은 파주산 1백%를 팔고 있다. 나머지는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양재동 물류센터에서 가져온다. 이때문에 파주시측은 파주하나로클럽에 대해 당초 계획대로 파주지역 농산물취급비를 8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되, 일단 70%까지 높여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장터라는 이름도 걸고 있지만, 양재동 물류센터에서 물량을 가져오는 것이 직거래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지역농산물의 취급비율이 떨어지는 만큼 하나로클럽에는 공산품과 임대매장의 비중이 적지 않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신발을 파는 매장이 진을 치고있는 것을 비롯, 소비자들을 잡아끌 수 있는 요지는 화장품, 속옷, 잠바,화훼, 세탁, 식당 등 임대매장이 차지하고 있다. 화장지, 잡화, 위생용품,차량용품, 문구류까지 망라하는 공산품매장의 비율도 높다. 지난해 임대료로 올린 수익은 1억1천1백만원, 올해 목표는 4억9백만원으로 상당한 비중을차지한다.이런 임대의존적 경영구조는 관리비와 사업비용을 줄여 경영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순기능이 있지만, 농협의 판매장이라는 정체성과 사업목적에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원스톱쇼핑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운영한다는 생필품 등 공산품 매장의 비대화도 농협판매장으로서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지역농협별 매장의 운영방식도 미숙함이 노출된다. 쌀의 경우 9개 지역농협중 8개 농협이 쌀매장에 들어와 있는데, 각 농협별 별개의 브랜드로 출하하다 보니까 농협끼리 피나는 경쟁을 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이들지역농협들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당장 브랜드를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로클럽의 기능중 하나가 포장화, 규격화, 물류표준화에 있다고 볼 때 지역브랜드 하나 통일하지 못해 농협간경쟁을 유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이런 문제점은 지역농협간에서만 나타나는게 아니라 하나로클럽과 지역농협간에 더 심화된 형태로 불거지고 있다. 파주하나로클럽을 개설하고 난 뒤인근 농협의 수퍼인 하나로마트의 고객이 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통 2백~3백평 수준의 중소규모인 지역농협의 하나로마트는 3천평 규모에 주차능력 5백대의 하나로클럽이 들어서자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지방자치단체와 농협중앙회, 지역농협이 협력하는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파주하나로클럽이 제시되고 있지만, 그 대가로 지역농협의 희생이 뒤따르고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한편 한우의 경우 천현농협이 대표로 납품키로 했으나, 천현농협이 다시중개인에게 위탁하기 때문에 중개인이 다소 값이 비싼 파주한우를 외면하고산지가가 낮은 양주한우를 가져다 파주값으로 받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하나로클럽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한우는 하루 1.5두 정도씩 들어오는데, 천현농협 직원이 직접 농가에 나가서 출하를 확인하고 있으며, 중개인과 아무런 관계를 매지 않고 있고, 도축도 파주에서 한다는 설명이다. 파주시 관계자도 “시에서도 수시로 판매원장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며 “중개인에게 맡길 이유가 없다”고 확인했다.어쨌든 파주하나로클럽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중앙회의 노력에 힘입어교외형 신유통업태로 외형상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운영방식으로는 앞으로 속속 등장할 예정으로 있는 제3섹터형 하나로클럽의모범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초로 행정기관과 중앙회, 지역농협의 공동출자로 대형판매장을 마련함으로써 지역농민들의 소득증대를도모한다는 당초 의도대로 파주산 농산물의 취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서울과 신도시 인근이라는 장점을 살려 농민시장 방식의 직거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동출자한 지역농협과 파주시는 물론 출하주체인 농민들도 하나로클럽의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파주하나로클럽'이란 <>파주시가 17억원 상당의 휴게소 부지를 투자하고, 농협중앙회 38억원, 지역농협 각 1억원씩 9억원을 공동출자해 지난해 9월6일 개장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 중앙회가 파주시에 기부채납하고 30년동안 운영권을 행사한다.지역농협이 사업에서 빠질때는 출자금을 돌려준다.부지는 3천1백81평이고 고수부지에 2천1백평의 주차장이 따로 있다.5백대가 동시 주차가능하다. 매장은 본매장이 7백2평, 야외매장이 3백평이있고 부속시설로 식당, 냉장·냉동고, 기계실, 작업장, 사무실, 회의실, 화장실 등 5백평이 있다.지난해에는 86억4천5백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백13억5천만원을 계획하고 있다.올들어 손익분기점인 일일 판매고 7천5백만원선을 넘었으며, 올해 일일판매목표는 8천8백만원으로 흑자가 예상된다. 개장시간은 오전 10시~오후 8시.<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3월 23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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