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산물 유통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기능과법제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소비자의 구매력을 대표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농산물 직거래를 비롯해 농산물유통을 비롯한 유통 전반에 걸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제도화되지 않은 유일한 나라로꼽히고 있다.농·수·축·임협을 비롯한 중소기업협동조합 등 생산자측은 모두 별도의법에 의해 설립되고 있지만 생협만 관련법이 없다. 단지 사단법인 형태로소비자생활협동조합중앙회가 있고 단위조합은 이사장 명의의 임의단체로 활동하고 있을뿐이다.일본의 경우 47년 제정된 소비생활협동조합법으로 생협의 조직이 보장돼집배센터(물류센터)까지 운영하면서 농산물직거래를 비롯한 생활물자 공동구입, 시설의 공동이용 등의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생협이란 상부상조정신에 의한 소비자의 자발적 조직이자 자조, 자립, 자치의 생활공동체이다. 생협은 기존 협동조합과 그 구성원은 차이가 있지만운영원리나 협동조합으로서의 이념과 정신은 같다. 이는 지역주민, 직장근로자, 단체구성원, 학생 및 교직원들의 공평한 출자로 조합을 구성,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생활문화를 향상하는게 목적이다.특히 안전한 농산물 및 생활재의 공급으로 생명보호와 동시에 소비생활을개선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유통문제 해결에 있어 생협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평가된다.생협의 종류는 생활물자 공동구입과 공급조합, 의료조합, 공동이용시설조합, 공동육아조합, 대학조합, 공제조합 등 다양하다.생협은 생산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소비자의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농수축산물과 생활물자 가격을 안정시키며, 안전한 식품공급 체계를 확립함으로써농어민의 생활보장과 도시소비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구실이 기대된다.생협의 활성화는 대형유통업체가 아닌 소비자조직과 직접 거래함으로써 농수축협 등 생산자단체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이라는사회적 요구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특히 생협은 소비자 스스로 수입농축산물보다는 국산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역 주민자치와 협동적 생활문화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최근 김성훈 농림부 장관이 농소정 모임에서 생협법의 당위성을 역설하고재경원에 이의 제정을 요청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이는 생협법의 뒷받침 없이 생산자단체만 가지고는 직거래 등 진정한 유통개혁이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비롯 경실련, 노총, 농수축임협 및 신협, 협동조합학회, 협동조합연구소,한농연, 전농 등 관련기관, 단체들도 15대 국회의 민생관련 최우선 입법사항으로 이의 제정을 건의하고 있다.그러나 생협법은 그동안 주무부서인 재경원(현 재경부)의 일부 관료와 기존 수퍼체인사업자, 대규모 유통업체들의 반대 등으로 항상 입법 막바지 단계에서 좌초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농산물 직거래를 강조하는 국민정부가 최근 다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생협법 제정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특히 최근 국무회의에서 농림부측이 이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했고, 재경부도 검토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재경부는 농산물 직거래와 관련해서만 소비자협동조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법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소비자협동조합의 협력이 없는 상태에서 직거래가 추진되는 한 근복적인 유통개혁이 어렵다는 점에서 국민정부의 결단이 요청되는 시점이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3월 26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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