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지난 2월27일 선거관리위원회 발족과 함께 숨가쁘게 달려온 농협중앙회임원선거가 지난달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끝으로 일단락됐다. 아직 비상임감사 재선거가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놓고 볼 때 향후 농협중앙회의 운영방향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임원 선출결과는 음미할 구석이 많다.지난달 27일 상임감사 선거를 위한 조합장 임시총회에서는 정대근 삼랑진농협 조합장이 58%의 득표율로 상임감사에 당선됐다. 정 조합장의 상임감사진출은 조합장들이 회장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영향력 있는’ 조합장을 밀어줬다는 점에서 집행부에 대한 공정한 상호견제를 원하는 내심을 드러낸것으로 풀이된다.94년 2기 중앙회장 선거에서 24.9%로 2위를 한 경력이 있는 정대근 감사는44년 밀양 출생으로 75년부터 지금까지 8선 조합장으로 중앙회 운영위원,양곡유통위원, 비상임이사를 역임하고 88년에는 농협민주화 촉구 전국 농민조합원 및 조합장 궐기대회 대회장, 92년에는 UR반대 유럽농민대회에 한국농협 대표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정 감사는 부실채권 관리기능 강화, 조직의 경량화, 회장 공약사항 이행촉구, 조합장 입장 대변 등 개혁적인 내용을 출마소견으로 약속했다. 특히정 감사는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등 집행부에 대한 유기적 협조와 함께 강력한 견제를 강조해 향후 집행부와의 관계설정이 주목된다. 상임감사 선거에서는 5백15표로 41%라는 만만찮은 득표력을 보인 2위 남봉환 현 상임감사도 비슷한 방향의 개혁적 소견을 피력해 농협 전반의 분위기가 개혁이라는가닥을 잡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그러나 지난달 28일 있었던 대의원대회의 비상임감사 선거에서는 단독후보로 나서 어렵지 않게 재선될 것으로 보였던 박준식 현 비상임감사(관악농협조합장)가 그만 과반수를 못얻고 낙선함으로써 진기록을 남겼다. 결과는 투표자수 1백50명중 기권 18표, 무효 80표, 유효 70표. 박 감사는 이날 비상임감사의 역할 제고, 조합중심의 사업운영 강화 등의 소견을 통해 기염을토했으나 소견발표중 당선자도 아니면서 회장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실수를범한데다 상임감사 선거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도는 바람에 조합장들의 반감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전문가 이사 3명, 조합장출신 이사 3명 등 15명의 이사 가운데 임기가 만료된 조합장출신 비상임이사 11명은 지역별 추천회의를 농해 5명이 재신임되고, 6명은 교체추천됐는데,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전원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전문가 이사 3인과 전문농협 케이스인 2인중 오규삼 익산원협 조합장은 임기가 99년까지여서 일단 유임상태다. 이사선거는 경남, 제주, 전문농협 출신만 단일후보였고, 8명은 지역별 추천회의에서 치열한 경선을 거쳐후보로 올라왔다.한편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최대의 관심사였던 중앙회 부회장은 원철희 회장의 추천으로 집행간부 출신인 이내수, 박해진 부회장보가 경제 및 신용담당으로 각각 임명됐다. 이내수 경제사업담당 부회장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출신으로 오랫동안 유통분야에서 근무한 전문성을 평가받았다고 풀이된다.고려대 법학과 출신의 박해진 신용담당 부회장은 경기지역본부장 시절 3년연속 수신고 1위를 기록한 신용사업 감각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현 중앙회부장급과 비슷한 53세(45년생)의 박해진 부회장의 발탁으로 중앙회 간부직원들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이번 임원선출과정에서 원철희 회장은 임직원의 자격요건에 대해 여러차례거론했다. “농민조합원 중심의 사고방식을 갖지 않는 사람은 발탁될 수 없다”고도 했고 “부회장보 되자마자 회장 되려고 선거운동을 하는” 행태에대해서도 거부감을 표현했다. 물류센터와 사료공장 추진에 반대한 집행간부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원 회장은 “농민을 외면하고직원의 이익을 좇는 한 농협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농민조합원과 회원농협 중심의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개혁성향으로 평가받는 원철희 회장의 재선에 이은 상임감사 및 비상임감사 선거, 부회장 임명결과는 농민조합원과 회원농협 중심으로의 개혁과 동시에 경영안정을 추구해야 하는 농협중앙회의 운영 방향과 맞물리고 있다.임원선거에 이어질 집행간부 및 간부직원 인사에 원 회장의 개혁의지가 어떤 모습으로 가시화될 지 주목된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4월 2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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