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김동희 단국대 대우교수>이제까지 농정은 중앙에서 설계하고 지시해 왔으나 이와같은 방식으로는당면한 난국을 극복할 수도 없고 21세기 농업을 발전시키기도 어렵다. 급격한 개방화, 국제화 물결은 소농체제의 우리농업과 농가경제에 심대한 충격을 주어왔으며 더욱이 IMF한파는 취약부문인 농업에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안겨주고 있다.정부는 92년부터 50조원을 투자하여 농업구조개선사업을 시행중에 있으나그성과가 기대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음은 심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이름은 자율농정이라 붙였으나 실은 중앙설계식관치방식이며, 둘째 농민의 참여가 극히 제한적이어서 지역농민의 필요와조건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창의력과 주체역량을 펴볼 기회도 거의 갖지 못하였고 철저히 평가하는 체제가 미흡하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농정개혁이라고 하면 이러한 비효율과 비민주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비농민가구도 늘고 있고 환경공해, 보건위생, 교육문제 등 농촌경영과 행정문제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 변화는 종래의 획일적이고 하향식인 농촌행정체계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 여기에 농민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농촌경영행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일본, 유럽의 선진국에서 발달한 ‘농업회의소’가 바로 그것이며 기초단위(시·군), 지역단위(도) 그리고 중앙단위로 피라밋형 조직체계를 민주적절차에 의하여 운영하고 있다.특히 중앙단위는 범농민과 농업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것을 주요임무로 하고 농업과 농촌에 관련된 국가정책의 각분야에 걸쳐서 건의하고 자문한다. 또 농업내부의 알력과 분쟁을 조정하고 국민홍보와 농업 및 농촌복지시책을 지원하며 국제화시대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통상과 민간외교를능동적으로 돕는 일을 하고 있다.오늘날 위기에 직면한 한국농업이 치열한 국제시장경쟁하에서 활로를 개척하려면 현존하는 각종 협동조합(농축임협과 영농법인)이 우선 구조개혁과경영혁신을 하루빨리 단행해야 하겠다. 동시에 기초단위, 도, 중앙에 민주적 절차에 의하여 농업회의소가 조직돼야하며 정치권은 이를 위하여 금년안에 특별법을 제정해야할 것이다.혹자는 말하기를 새로운 조직없이도 지금의 협동조합이 농정활동을 강화할수도 있을 것이고 농민운동단체들의 활동지원으로 필요를 충족할 수도 있을것이 아닌가 하고.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민협동조합들의 전국조직들은 농축임업으로 분립하여 각기 경제사업연합체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범농업적인 통일된 농정활동을 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그밖에 농민운동단체와 품목별협회가 10여개 조직되어 활동 중이기는 하나사단법인 또는 임의단체이기 대문에 지역농정운영에 법적인 권능과 책임을가지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도 없는 실정이다.현재 협동조합과 일부 농민단체들이 중앙단위에 ‘농업회의소’란 간판아래 농정활동위주 연합체를 추진중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은 분명히 환영할만한 현상이기는 하나 문제점도 안고 있으니 심사숙고가 요구된다.새조직의 이름은 그실체에 알맞게 ‘농업단체연합’과 같은 간판을 다는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 이유인즉 첫째, 세계 어느나라에도 전국단위의 농민단체연합체에 농업평의회(Agricultural Council)란 이름은 부쳐도 농업회의소(Chamber of Agriculture)라 부르지는 않는다.만약 무리하게 이 이름을 부친다면 국제교류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둘째 지역단위의 기초적 조직을 무시한 채 중앙단위만의 농업회의소만 우뚝세운다면 곁가지만 있고 중심가지가 없는 나무와 같이 연약하여 안정성과지속적 성장을 기대할 수도 없다. 또 진정한 농업회의소를 위한 입법을 지연시킬 우려도 없지않다.농민여론조사를 보면 32.7%는 읍면단위까지, 44%는 시군단위까지 조직해야한다고 답하고 있는 바, 현재추진그룹과 정부는 이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또 85.5% 농민은 회비납부에 찬동하고 있는 바 재정자립을 위하여상공회의소와 같은 방식도 검토해볼만 하다. 바쁠 때일수록 길은 돌아가야 한다는속담과 같이 농민발언권 강화가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바른 길을 선택해야한다.※이 글은 본사의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발행일 : 98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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