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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협동조합 활로는 무엇인가-(3)협동조합 경영진단(경제사업)
내용 : 서울 근교 P 농협의 조합원 황씨. 90년초 참외를 재배하던 그는 공동출하의 필요를 느껴 관내에서는 처음으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작목반을 조직했다. 가락시장에는 반원들이 직접 트럭을 몰아 돌아가면서 갔고, 경매가끝나는 아침시간까지 경매과정을 감시하면서 시장 관계자들한테 식사도 대접해 한 개의 참외라도 제값을 받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농협에 출하를 맡기면서 나중에는 그저 트럭 기사만 보내기 시작했고, 경락가격은 농민들이출하할 때 보다 불만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물건 실어다 놓고는 나몰라라 하니까 하역과정에서 부주의해서 상품성도떨어지고, 관리를 안하니까 좋은 값 받기 쉽지 않습니다.” 황씨는 농협이농민만큼 신경을 쓰지는 못해도 덜렁 일반 화물차 기사만 보내니까 결과가뻔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그는 “똑같은 사료값이나 농약값도 일반회사대리점보다 비싸게 받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농민들은 이처럼 협동조합의 경제사업이 경쟁력이 없고 서비스도 떨어진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반면 농협을 비롯한 협동조합 임직원들 사이에는 “경제사업은 일만 힘들고 수익도 나지 않으며 욕은 도맡아 먹는 적자사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I농협은 지난해 결산결과 1백87억5천3백60만2천원의 사업수익(매출액+수입)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대출금 이자·수입수수료 등 신용사업 수익이 39억1천6백21만원이었고, 구매·판매·생활물자·유기질비료 등 경제사업 수입이 1백48억3천7백39만2천원이었다. 사업비용과 원가 등을 빼고 난 사업총이익(조수익)은 19억5천4백53만5천원으로 계산됐다. 농수축협의 신용사업 의존도가 70%를 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오히려 경제사업의 비율이 79%에 달하는 I 농협의 경제사업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없다. 이같은 사실은 경제사업에 중점을 두는 농협도 사업 하기에 따라서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결국 “경제사업은 적자이기 때문에필연적으로 신용사업에서 지원해야만 한다”는 논리는 꼭 맞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협동조합 임직원들은 “경제사업은 적자”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I 농협의 H전무, A농협의 J전무는 “경제사업도 조수익면에서는 흑자지만, 자금을 신용사업에서 무이자로 조달하기 때문에 흑자지, 만일 신용사업에서 일반금리를 생각해서 13~18%이자를 계산할 경우 내용면에서는 적자”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돼지를 수탁해서 출하해주고 인수받는 업체에서 돈을 받기까지 20일 걸리기 때문에 농협이 대신 선도금을 지불하는데 20일동안의 이자를 16%만 계산해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또 직원들 인건비는 사업비용에 넣지 않고 따로 계산하는데, 인건비 등을 다 포함하면 적자가 날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협동조합들이 경제사업, 신용사업 양쪽에서 효율성을기하는 노력보다 손쉬운 신용사업에 치중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회원조합들은 그동안 상호금융분야에서 치열한 금융기관간의 경쟁 속에서도 비과세 혜택으로 5% 이상의 높은 예대마진을 시현하면서 신용사업에 치중해 왔다. 반면 판매나 계통구매 등 경제사업의 경우 일반업체와의 경쟁,중앙회의 통제, 전문성의 부족 등으로 기피하거나 하는 시늉만 해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 경제사업의 만성적자는 임직원들의 원가의식이 박약하고 손익에 대한 책임의식이 미약한데다 신용사업에 의존하는 관 행적 타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농협의 경우 지난해 적자조합 38개 가운데 41%인 16개 조합이 양곡사업 사고로 인한 적자였고, 방만한 가공공장 운영으로 인한 적자조합이 9개에 달했다. 양곡사업의 경우 96년부터 전국에서 벌어진 쌀사기사건에 연루되거나 원료곡을 고가로 매입하고 원가 이하로 처분해서 적자를 본 경우가대부분이었다. 이같은 사고는 실적만 채우려 들고 계통사업보다는 양곡상인들에 의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담보물건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상인들에게 쌀을 넘기는 무책임성과 시장을 읽지 못하는 비전문성도 원인의 일단이었다. 구매사업의 경우 계통구매를 주관하는 중앙회의 교섭력도 문제가 된다. 농민들에게서 나오는 불평은 “왜 농민이 직접 사는 것보다 계통구매 품목이더 비싼가”이다. 일부 비료와 농약, 사료 등은 생산업체나 대리점들이 무자료거래에 의한 덤핑으로 시장을 교란시키고는 있지만 최대의 수요처를 보유하고도 업체들에게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중앙회가 계통공급에서 일괄적으로 단가와 수량을 정하는 역할만 하고 있는데도 1~2%씩 수수료를 떼는 것은 곧 대농민공급가를 올리는 여지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지적도 있다. 더욱이 계통구매사업은 형식상 상당부분 조합 자율에 맡겨져있으나 실제로는 조합이 직접 나서서 업체와 교섭할 수 있는 길은 넓지 않다. 더구나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경우 신용사업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시중금리와 비슷한 이자를 물고 있어 부담을 더하고 있다. 96년만해도 신용사업에서 9천7백16억원을 빌린 뒤 이자를 무려 4백46억원이나 물었다. 반대로경제사업 분야가 대부분인 정책사업 수수료 2백24억원은 경제사업이 아닌신용사업의 수익으로 잡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의 경제사업이 사업 자체에 경쟁력이 없는게 아니라사업을 잘못 운영하는게 적자의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농협이 자랑하는 양재물류센터는 중앙회의 자금지원을 최소화하면서도 일단 흑자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신용사업에서 자금지원으로 성공하는것이 아니라 하루 24시간 운영, 고객서비스의 향상, 물류비 감축 등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 경제사업이 활성화 되려면 제도,환경 등 개혁해야 할 측면이 많지만,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것은 ‘경제사업은 적자’라는 인식이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5월 14일
이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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