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부채경감대책은 바라지 않습니다. 빌려 썼으면 갚아야죠. 다만 이자 오른 것이나 하루빨리 원상태로 됐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현재의 이자는 너무부담스럽습니다. 정책자금 상환기간도 연장해주면 훨씬 여유가 있을 것 같고요.”
농민들은 여기에 꼭 한 가지를 덧붙인다.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 지게 된빚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겁니다.”
현장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정부의 부채경감대책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해주면 좋죠. 그런데 되겠습니까?” 가장 흔하게 듣는 대답. 정부의지도의심스럽고, 부채를 경감해주는 게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니라는 인식에서 나오는 말이다.
농가부채는 농정현안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어서 농민의 기대는 쏠려 있지만, 섣부른 부채경감이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정책실패를 경계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농림부는 99년 일정한 예산을 책정, 어떤 형태로든 부채경감대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방침은 당장 예산부처의 반대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되지만,그보다 앞서 농업계 내부적으로 부채문제의 실태와 합리적 해결방안에 대한공통된 안(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채문제는 보기에 따라 상황인식과 처방이 180도 다르다. 정상적인 경영을 해 나가는 농업인이 보기에 부채는 관리가 가능한 투자자산의 일부일 뿐이다. 반면 경영수익으로 이자와 원금상환이 불가능한 농업인이 보기에는점점 불어나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이 되고 만다. 특히 애초부터 과도한 투자를 한 농업인(법인)의 경우 농가파산 요인이 되고 있다.
부채문제의 원인에 대해서도 정부의 정책실패에 기인한다는 주장에서부터,궁극적으로 농가가 책임이라는 주장, IMF로 인한 농업위기 때문이라는 주장까지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정책에 적극 동참, 정책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농업인일수록 부채규모가 크고 심각하다는 점이 정부정책실패론의 상황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반면 같은 지원을 받고 누구는성공을 거두고 누구는 실패하고, 농업인이 하기 나름으로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농가책임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부실위기에 몰린대규모 시설투자 농가의 경우 지역의 많은 농가들과 보증관계로 얽혀 있기때문에 이들이 파산할 경우 심각한 농촌지역 신용공황이 올 수 있으므로,이를 막기 위한 위기관리 차원에서 시급한 부채(부실)대책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강하다.
특히 구체적인 부채대책과 관련해서는 부채경감대책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빌려 쓴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농업인들의 도덕성 해이의 문제, 끝까지 버티면 정부가 책임진다는 의타심,한정된 재원이 부채경감에 들어가 막상 중요한 신규자금공급이 불가능해지는 자금배분의 왜곡 현상 등. 부채경감은 단기간 농업인의 인기를 끌지는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잃는게 훨씬 많다는 것이 농림부 공직자와 학계 대부분의 인식이다.
부채경감대책이 이같이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은 부채경감 대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농민단체도 공감하는 바다. 따라서 부채경감조치를 취하더라도 전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지원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나아가 현장 농업인들은 “부채경감조치가 결코 혜택을 주는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정신적으로 농업인에게 좋지도 않지만, 정부지원도 안받고, 최대한 부채를 줄이려고 노력해온 농업인들과 형평이 맞지 않습니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부채대책에 대한 생각도농업인마다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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