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수축임삼협의 일선조합뿐 아니라 중앙회도 통합해야 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 각 협동조합에 초비상이 걸렸다.특히 “예외없는 통폐합”의 대상으로 거론된 중앙회들은 일단 공식적인대응을 자제하면서 대통령 지시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한편으로 예금자들의 동요를 막느라 분주하다. 그러면서도 일부에서는 통폐합시 득실과절차, 통폐합의 방법 등을 검토하는 등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하느라 부산한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농협중앙회를 비롯한 축협중앙회, 수협중앙회 등 각 중앙회는 언론보도내용을 일단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정부, 청와대등에 댈 수 있는 끈은 모두 동원해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앙회는“이번 통폐합 지시는 단위조합들간의 통폐합 얘기가 아니냐”라고 애써 부정하고 싶어하는 자세다. 그러나 이번 지시의 시기가 5개 부실은행 퇴출과맞물리면서 일부 중앙회는 예금자들이 동요하면서 뭉터기로 예금이 빠져나갈 조짐마저 보이자 이를 막느라 초비상이 걸린 상태.중앙회 통폐합 지시에 따라 ‘인수은행’이 되기 쉬운 농협중앙회는 다른중앙회와의 통합논의를 달가와하지 않는 눈치. 농협중앙회 관계자들은 “지금은 공식적인 입장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대응을 피하면서도 “만일피치 못하게 다른 중앙회와 통합한다면 5개은행 퇴출을 모델로 삼되 협동조합으로서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하고 있다.농협측의 얘기는 “다른 중앙회를 인수할 경우 농협까지 부실화되는 것을막기 위해 5개은행 퇴출시 적용됐던 P&A (Purchase & Assumption, 자산부채이전)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 P&A 방식이란 우량금융기관이 부실 금융기관의 우량자산과 우량부채만을 인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정부는 이번부실은행 정리에서 우량부문은 인수은행에 넘기고, 부실채권은 부실채권 전담은행(배드뱅크)인 성업공사가 인수하도록 했다. 이 방식은 원칙적으로 고용승계의무가 없어 부실은행의 종업원들은 인수은행이 원할 경우에만 고용이 유지되고, 주식은 휴지가 되는 특징이 있다. 결국 농협측의 의견은 인수의 결과가 자산건전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것. 특히 농협 직원들은 다른중앙회의 경우 경력에 비해 농협보다 직급이 한 단계씩 올려 놓은 상태이므로 인력과 직급을 모두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또한 농협측은 협동조합은 주식이 아니라 출자금인 만큼 통폐합시 주식회사 형태의 은행과는 달리 협동조합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관련법 역시 농협법, 축협법, 수협법, 임협법 등으로 각자 다른 법률로 규정된 만큼통합을 하려면 개별법령들의 개폐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이와관련, 협동조합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협동조합간 통폐합은 협동조합법에 합병, 분할, 해산, 청산규정이 있는 만큼 이에 준해서 처리하면 되고,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문제되는 곳은 법을 개정하면 된다”며 통폐합에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통폐합으로 인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은행정리시처럼 우량자산과 우량부채만을 인수토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축협 및 수협, 임협, 인삼협중앙회 등 다른 중앙회는 더욱 이번 통폐합 지시 자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은 “단위조합간 통폐합도 문제가 있고, 중앙회 통폐합은 더더욱 현실과 맞지 않다”는입장이다. 각 협동조합간 전문성과 특성이 다른데 마치 은행퇴출식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나아가 축협의 경우 각 언론매체에 대해 “축협의 BIS자기자본비율이 최고수준이고, 외환은행과 업무제휴로 서비스를 한단계 높였다”는 내용의 홍보를 하고 있다. 수협은 “협동조합 구조조정은 은행과 다르기 때문에 정치논리에 의한 무리한 통폐합은 안된다”고 반대하면서 6월말 현재 BIS 자기자본비율이 11.5%로 어느 중앙회보다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중앙회들의 이런 반응과는 달리 정부당국자들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거듭 “대통령의 통폐합지시에는 중앙회가 분명히 포함된다”고 확인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7월 6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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