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연합회, 1백5개 농지개량조합 등 3개기관을 해체해 ‘농업기반개발공사’를 설립한다는 정부 방침이 확정됨에 따라통폐합후 물관리의 효율화, 대농민 서비스 증대 등 주요과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정부는 1단계로 99년 10월까지 농진공, 농조연, 농조에 대한 자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2단계로 3개 기관을 해체한 다음 2000년 1월까지 ‘농업기반개발공사’를 신설, 수리시설의 설치 및 관리 △경지정리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 등 농업생산기반 확충 및 관리 △농촌구조개선사업을 전담토록 한다는 것이다.이는 3개 기관 합쳐 연간 사업규모 1조3천6백78억원, 정원 7천1백44명의방대한 조직을 통폐합하는 것으로서 통합시 기대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지만, 예상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3개기관의 통폐합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농민에 대한 서비스 개선과물관리 효율화를 중심으로 부작용보다 장점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각 기관 반발 해소예상되는 문제점 중에서 당장 떠오른 것은 3개기관의 재산을 공기업으로 통합이관할 경우에 대한 저항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이다. 농조와 농조연측은벌써부터 이문제를 놓고 “농조와 연합회는 형식상 농민이 조직한 민간단체이며, 공사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정부투자기관”이라며 “통폐합시 민간재산의 국유화에 따른 위헌소지가 있다”고 통합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한농연·전농·농단협 등 농민단체들은 “가혹한 수세를 징수하는 등농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온 조직이 농민단체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통폐합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합 재산이 공기업화된다 해도, 그 재산은 농민들을 위한 물관리를 위해 사용될 것이고, 농민들은 종전대로 서비스를 받게 되므로 조합원들의 권리침해는 아니라는 해석이 정설이다. 농조측은 “조합은 농민재산인데 농민재산권을 국·유화하고민간단체를 흡수해 거대 공룡조직을 만들면 대농민서비스가 제고될 수 있느냐”며 농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까지 준비하고 있다.이런 견해에는 김학만, 김병재, 장찬익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장원석 단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유권은 분명히 인정하나 공공복리에반할때에는 이를 제한 할 수 있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돼 있는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인 만큼 체제원리에도 맞는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비생산적인 법리논쟁보다는 통폐합이 과연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냐에 있다는 것이다.◆수로 관리 효율화다음으로는 통폐합시 수로관리는 과연 효율적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대해서는 수원공이나 간선관리는 통합조직에서 맡고, 지선관리는 흥농계와수로감시원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이들과 농민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훨씬 관리도 잘되고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어차피기존 농조들은 악화되는 경영 때문에 아주 기본적인 관리에 머물러왔고, 오히려 물이 필요한 농민들이 스스로 관리해왔다”는게 농민들의 주장이다.그러니까 이미 물관리를 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비용을 주거나 물세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농조의 경우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만 차지하는 임원이나 고위직원, 유휴인력을 배제하고 정말 물관리 전문인력을 공사로 흡수하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 다만 문제는 어떤 인센티브가 농민들에게 효과적이냐에 있다는 지적이다.◆재정부담 해소또 하나는 통합시의 재정부담 문제이다. 이 문제는 비용절감분이 비용상승분보다 크다는 쪽이 중론이다. 통폐합이라는 대폭적인 조직개편과 함께 다운사이징(Downsizing, 조직을 작게 해서 능률화 하는 것), 아웃소싱(Out-sourcing, 핵심업무만 남기고 단순노무 등의 업무를 외부용역기관에맡기는 것) 등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폐합시 30%의 인원감축과 6백억~1천억원 가량의 재정부담이 경감된다고 밝히고있다. 농조 운영경비로 지출되는 돈이 1년에 1천억원 수준이니까 통폐합으로 절감되는 비용으로 당장 조합비 동결이 가능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농민들이 내는 돈을 줄이고, 대농민서비스를 향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이와 함께 통폐합시 현재 물관리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시·군 관리구역(농지개량계) 농민들의 농조구역 편입요구가 증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 이들은 주로 소규모 수리시설을 이용해 거의 자체적으로 물관리를 하고 있어서 서비스의 질에 있어서 상대적인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농조구역만을 대상으로 통폐합을 이루고, 이후 농조구역밖의 문제는 재정부담을 고려해서 결정할 일이라고 정리하고 있다.또한 이달중 발족할 ‘통합추진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통합관련조직을 비롯해 학계, 농업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되는 통합추진위를 구성하고, 위원회 산하에 실무기획단을 설치, 8월말까지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만일 이 위원회가 이해당사자간의 조직이기주의에 휘말려 중심을 놓친다면 모처럼의 개혁노력이 허사가 될 뿐 아니라 어중간한모양으로 결론을 낼 경우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통폐합의 과제는 농민 부담경감과 서비스 제고를 전제로 한 물의효율적 이용, 그리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극복하는 ‘개혁의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7월 16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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