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전국포도농가 생존권 수호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한-칠레 FTA 의 철회와 국회비준 거부를 강력히 요구했다.

■포도농가 주장-시설→노지→타작목까지..‘도미노’몰락 시간문제11월 11일 농업인의 날. 포도농가들은 그러나 농업인의 날을 축하하는 대신 차디찬 겨울바람이 부는 거리로 나섰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저지하고 포도산업 회생대책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한·칠레 FTA로 당장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포도농사다. 이들의 주장은 무엇인가.○저장기술 발달.. 계절관세 무의미- 무관세기간 틈타 집중 수입 예상농림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은 포도의 경우 11월~4월 사이만 무관세를 적용하는 계절관세 부과로 노지포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다만 시설포도중 4~6월중 출하되는 가온재배만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 농경연은 FTA 2004년 포도농가 소득이 29억원 정도만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포도농가들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세계 포도 수출량의 약 1/4을 차지하는 칠레산 포도에 관세장벽이 무너지면 홍수처럼 늘어나는 수입으로 포도농사의 즉각적인 붕괴는 물론 사과나 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정부는 계절관세를 했다고 협상을 잘한 것처럼 말하지만, 11월~4월 사이 무관세로 들여오기 때문에 시설포도 가운데 39%를 차지하는 가온재배 농가가 가장 먼저 무너지고 이어 일반 시설농가, 노지포도 농가로 피해의 도미노가 확산되리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저장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 비용이 적은 이 시기로 수입이 몰리는 것은 물론 수입했다가 저장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한국포도회 심우석 사무국장은 “현재 46.5%로 관세를 매겨도 연간 7000톤이 넘는 칠레포도가 수입되고 있는데 한·칠레FTA가 체결되면 연간 2만톤이 넘게 수입돼 국내는 시설포도 뿐만 아니라 노지포도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고 분석했다. 농가들은 시설포도만 해도 연간 600억원의 피해가 날 것이고, 포도산업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날것으로 우려한다. 게다가 마땅한 대체작목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과수나 밭작물로 전작이 이뤄질 경우 농업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농산물은 단 5%만 과잉돼도 가격폭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헤아릴 수 조차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FTA 국회비준 거부 서명운동 활발한데… 농촌출신 의원 적어 걱정○지금까지 여·야의원 70여명 동참농업계에서 한·칠레FTA의 국회비준거부를 주장하고 있지만 농촌지역출신 의원 숫자가 적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국회비준거부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지난 10월 24일 타결된·칠레FTA는 앞으로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내년 1∼2월 중 협정서에 양국이 정식서명하고 이후 국회비준 절차를 밟아서 상반기 중에 발효가 예상된다.정부는 협정서가 발효돼도 큰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계에서는 칠레산 농산물 수입증가는 곧바로 국내산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고 일부 품목의 피해가 연쇄반응을 불러와 전체 농업분야의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에 따라 농민단체에서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는 등 국회비준거부를 마지막 보루로 내세우고 있다.국회비준거부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WTO 범국민연대 김인식 사무총장은 “11일까지 1명을 제외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 모두가 서명했고 한나라당 농촌출신 국회의원 53명이 한·칠레 FTA철회를 요구하는 등 서명운동이 활발하다”며 “12월 대선 전에 국회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서명을 받아 비준거부를 정식 요구할 것”이라는 일정을 밝혔다.하지만 제16대 국회의원 274명중에서 농촌지역 출신은 67명에 불과하고 도·농복합도시 출신을 포함하더라도 100여명에 불과해 국회에서 한·칠레FTA가 통과될 것이라는 지적이다.민주당 이정일(해남·진도) 의원은 “내년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한·칠FTA국회비준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칠레FTA의 비준거부를 주장하고 있지만 농촌지역 출신의원들의 숫자가 적어 표 대결에서 불리하다”고 우려했다.전국포도농가생존권결의대회에 참가한 한나라당 심규철(보은·옥천·영동) 의원은 “한·칠레FTA는 서둘러서는 안 된다”며 “농민생존 대책이 미흡하다면 임시국회 안건상정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무기명투표 방식이 아닌 공개투표를 택하든지 당론으로 확정해서 반대를 하지 않으면 한·칠레FTA의 국회비준거부가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주요 요구사항▲한·칠레FTA비준거부=포도농가와 모든 농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한·칠레FTA를 철회하고 국회는 한·칠레FTA비준반대운동 서명에 모든 의원이 참여할 것▲통상대표팀 사죄=칠레의 계략대로 포도를 내주고 계절관세로 허울좋게 포장해 농민들을 우롱한 통상대표팀은 사죄할 것▲농림부 장관 사퇴=농업, 농촌, 농민을 못 지키는 농림부는 각성하고 외교통상부의 시녀노릇이나 해온 농림부 장관은 물러날 것▲협상권 이양=현 정부는 이번 한·칠레FTA를 파기하고 협상을 차기정부로 이양할 것▲장기대책마련=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림부, 한국포도회, 농협, 농업기반공사, 학계를 포함한 특별대책위를 구성해 포도산업의 장기대책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할 것▲재해보상범위 확대=열과 등을 포함해 포도의 재해보상범위를 넓히고 보상금액을 현실화시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할 것▲소득보전직불제 도입=생산포도의 품질향상과 생산비 절감을 위한 시설개선에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선행하고 포도 가격하락으로 인한 소득감소폭을 지원하기 위해 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할 것▲자조금확대=생산농가들의 자립과 협동을 촉진하기 위해 자조금에 대한 대상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고 포도농가의 자조금 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가격안정기금조성=포도의 수입확대와 생산과잉에 대한 가공산업육성과 유통체계 개선, 수매 등 수급조절에 대해 정부가 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할 것▲기타=농업용 면세유 2010까지 연장, 작목전환을 위한 대체작목 제시, 농업포기농가의 도시이주대책을 세울 것
서상현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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