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경업자 출마금지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농축협조합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물음이다.
농협법은 ‘조합의 사업과 실질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을 경영하거나이에 종사하는 자는 그 조합의 임원 또는 직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있다. 지역농협정관부속서 임원선거규약(예)에도 ‘후보자 등록일 전일까지경업관계를 해소하지 않은자’는 조합장이 될 수 없게 돼 있다. 한마디로조합과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을 하는 사람은 조합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조항들은 평상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다가도 선거시기가 되면 후보자간에 첨예한 이슈로 등장한다. 심지어 이 조항을 확대해석해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사람을 제한하는 독소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경업금지라는 것이 아주 명백한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판단이 모호해 자칫 특정계층의 출마여부를 제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농협법 등 관련 규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경업의 예가 된다고예시되지 않기 때문에 출마자들에게는 이의 판단이 무척이나 예민한 사안이아닐수 없다.
임원선거규약상으로는 후보자의 자격심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소관사항이다. 그러나 조합원의 자격심사는 이사회의 의결사항이다. 또 임원 출마를위한 확인 요건인 비경업확인서는 감사가 발행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는관례상 경업여부에 대한 결정은 현직 조합장이 의장을 맡고 있는 이사회에서 하고 있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선거관리본부 관계자는 “최근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경업여부에 대한 문의가 빗발친다”면서 이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중앙회에서는 축협이사가 농협조합장에 출마하는 등 명백히안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실정을 잘아는 조합 이사회가 경업여부를 판단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최근 전남 영광의 한 농협 이사선거과정에서 축분을 이용한 유기질비료를 취급하는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조합 이사의 이사후보 재출마가좌절된 일이 있어 논란이 됐었다. 농업경영인인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운영하는 영농조합법인 규정에 ‘농축산물 가공 및 판매’ 조항이 있다는이유로 농협과 경업된다며 등록은 받았으나 공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그런데 조합측은 그가 유기질비료를 조합에 납품키로 했는데 납품을 하지않고 일반판매를 했기 때문에 경업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 외에도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일부 지역농협이 영농조합법인을 경업관계로 규정, 조합장 출마를 제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호소한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도 선거때가 되니까 이사회에서 경업이라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는 영농조합법인 육성이 시작되던 시점부터이어온 일부 농협의 부정적인 시각이 아직도 존재하는 증거로 제시된다. 영농조합법인이 왜 생겼고, 이를 어떻게 끌어안고 육성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조합이 선거참여까지 막아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같은 경업금지 조항이 조합의 기득권층에게 ‘껄끄러운’ 후보의출마를 봉쇄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계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경업금지를 비롯한 후보자 자격심사에 대한 권한이 이사회.감사.선거관리위원회로 모호하게 돼 있는 현행 관계규정을정비해야 한다”면서 “특히 유권해석시 대립관계가 아닌 영농법인을 배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발행일 : 97년 3월 20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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