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협중앙회 조사부는 전문가 집단이다. 농협 조사부의 연구는 정부 입장이나 각 위탁기관의 입장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농촌경제연구원 등과는 달리 매우 실질적이고 대안적이다.이런 조사부에서도 가장 실질적인 연구를 해내고 있는 사람이 이한주 수출입가공조사팀장이다. 그는 최근 ‘WTO체제하 국내보조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연구를 통해 WTO하에서도 최소허용보조에 의해 2조원 이상의 품목불특정보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내고 “WTO 규정의 보조금 제약 때문에 더 이상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보조정책의 도입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없다”고 단정, 정부의 보조감축 논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어 지난달말 발표한 ‘농산물 수입개방의 영향과 수입관리 정책방향’에서는 유채·강낭콩·바나나·파인애플 등 6개 품목의 국내생산기반 붕괴를 경고하고 보리·감자·고추·마늘·양파·포도 등은 수입개방후에도 일정한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석한 후 바람직한 수입관리방안을 제시해 주목받았다.그는 지난 91년부터 조사부 조사역으로 근무하면서 계속 농산물 수출입관련 업무를 맡아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혀왔다. “처음 조사역이 된 때가GATT/BOP 조항 졸업으로 본격적인 수입개방이 시작될 때여서 산업피해 구제신청 등에 대해 맡게 됐습니다.” 그는 산업피해 구제신청을 한다든지 수출입 과정을 분석하는 일은 다른 업무와 달리 상당히 실질적이어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그는 아직 전문가로 회자되는 것을 두려워 하는 ‘후학’이지만 실질을 추구하는 소신있는 전문가임에 틀림없다.“연구는 무엇을 위한 연구인가가 분명해야 하며, 조사와 업무추진은 철저해야 하고, 그것은 실제적인 결과로 연결돼야 합니다” 그는 이 한마디로농협조사부 직원다운 ‘실사구시’의 연구관을 드러냈다. 농산물 수입관리제도의 현황과 활용방안(92년), 중국산 농산물 수입 및 유통실태(93년), 특별긴급피해구제제도에 관한 연구(94년), 대일 신선채소 수출실태와 확대방안(95년), 포도수입의 영향과 대응방안(96년), 직접지불제도의 종류와 주요국의 운용사례(96년)등 그의 연구성과에는 이런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물론 조사부 차원에서 진행된 연구지만 이것으로 그가 얼마나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연구를 하는 지 알 수 있다. “농업전문가들은 전문성에 앞서 가치관을 먼저 정립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추구하되,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를 구체화 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해야죠.” 용역발주자의 요구대로 연구가 나오는 일부 시각이 결여된 사이비 전문가들을 빗대는말 같다.그는 농협 직원으로서 협동조합 운동의 원칙을 고수하려고 노력하는 협동조합주의자다. “자본주의 한계가 여러 형태로 노정되는 이 시기에 협동조합은 하나의 대안입니다. 농업분야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는 “협동조합이 경제적 약자의 인적결합체라는 가치 확인이 출발점”이라면서도 “반면 협동조합에서 가장 낙후된 측면이 효율성”이라고 오늘의 협동조합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따라서 그는 “협동조합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효율성을 최대한 추구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바로 이런 시각이 그의 연구가 돋보이는 이유인 것이다. 협동조합의 원리를 항시 염두에두고 일하는 이런 직원이 농협중앙회에는 필요하다. 농협은 은행이나 관청이 아니기 때문이다.발행일 : 97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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