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협동조합 자회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최근 농수축협중앙회의 자회사 설립이 활발히 진행되고, 일정정도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가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중앙회 자회사는 지난 90년 6월5일 농협중앙회가 ‘농산물 수출증대’를목적으로 설립한 자본금 50억원의 (주)농협무역이 효시. 이어 91년 3월(주)농업기술교류센터(교육홍보 Ъ輒, 95년 1월 (주)농협아그로(과실봉지),95년 5월 (주)농협유통(농산물유통), 올 3월 (주)농협선물(선물거래) 등이잇따라 설립됐다.축협중앙회의 경우 91년 1월 (주)축산유통과 (주)축산무역이라는 2개의 자회사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축산유통은 국내 축산물 판매와 축산물 수입업무를, 축산무역은 축산기자재 수입업무를 주로 담당한다.수협중앙회도 수산물수입과 수협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주)수협유통을 92년 8월에 설립했으며, 수협관련 출판을 하는 (주)수협문화사와 건물을 관리하는 (주)수협용역은 95년 4월에, 사료를 생산하는 (주)수협사료는 올 1월에 각각 설립했다.농협의 경우 앞으로 경제사업 관련분야에서 농협공판장 및 생활물자와 종묘분야 등을, 신용사업 관련분야에서 공제사업을 자회사화 한다는 계획을검토해 놓고 있다.자회사화는 가히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자회사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의 제3섹터형(민관합동)사업, 비료, 증권, 신용정보,자금중개, 투자신탁, 카드사 등에 상당액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협동조합이 앞다퉈 자회사화에 나서는 것은 ‘자의반, 타의반’의 이유가있다. 그 하나는 인적결합체이자 운동체로서 비영리단체인 협동조합의 원칙상 다양한 사업추진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협동조합법에는 비조합원 이용률을 연간 거래액의 1/3로, 업무구역도 지역조합의 경우 관할구역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자금조달면에서도 협동조합은 출자에 대한 이자배당의 경우 시중이자율 수준으로, 조합원 한 사람의 출자금액도 제한된다.민주적인 관리원칙에 따라 기본적인 중요한 사항은 총회 등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점도 제약요인이다.협동조합 모체보다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모체의 사업규모가 확대되고 사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거동이불편한 협동조합이 ‘살을 빼는’ 조치로 자회사화를 추진하기도 하는 것이다. 상호 연관성이 없는 이질적인 분야가 한 경영체에서 존재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조금 다른 차원이지만 협동조합법 개정 이후 협동조합중앙회의 신용사업효율화와 경제사업 전문화를 위해 95년 8월31일부터 2년 동안 활동하다가지난 6월30일로 활동이 종료된 ‘협동조합발전기획단’이 중앙회 신용·경제사업 공히 단계적으로 자회사화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도 이런 자회사화와연관이 있다.이같은 자회사화는 사업의 민간화로 의사결정과 조직관리의 신축성을 제고하고 저생산성·고임금인력을 감축하는 등 현재의 ‘고비용 虛오꼴셉─ 극복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농협유통이 하나로클럽 운영 등을통해 소비지유통분야에서 다른 대기업들과 당당히 맞서는 것은 주목되는 일이다.그러나 중앙회의 자회사화는 보다 심도있는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앙회의 경우 운영의 민주화가 진전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회원조합의연합체로서 제기능을 하고 운영이익이 조합에 귀속된다고 단언하기 어려운상황에서 자회사만이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자회사=효율성’ 이라는 등식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자회사만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안은 아니며, 협동조합체제라고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전농’을 통해 지난 50년대부터 자회사를 설립하기 시작해 현재 1백65개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동안 많은 자회사가 실패한 경험을 안고 있다는점은 시사하는바 크다. 반면에 농민이 주도하는 미국의 썬키스트나 스웨덴,덴마크 등의 협동조합이 농축산물 유통·가공산업을 주도하는 점은 좋은 타산지석이 된다.그러나 협동조합을 둘러싼 현실은 자회사화를 일정하게 요구하고 있기도하다는 점, 그리고 현행 농협법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회사화는계속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그런 만큼 자회사는 마구 설립할 것이 아니라 중앙회 본연의 기능과 직접상관이 없는 사업으로 직영보다 분리운영이 필요한 사업에 한정하는 등의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영업이익의 환원과 민주적 운영을 위해 회원조합의 출자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또한 이미 자회사화된 곳이나 앞으로 설립될 자회사 모두 분명한 책임경영제가 확립돼야 한다. 단순히 중앙회 퇴직자들의 자리 만들어 주기에 자회사가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면서 농어민과 회원조합의 지배력이 미치는 자회사체제가 시급한 시점이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7년 10월 23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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