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회계처리 문제점>- '경제-신용' 내부간 거래에 고율이자 부과- 정책사업 수수료 전액 신용사업 수익금 계상- 지도사업 자금 '경제-신용' 분담, 적자 늘려- 경제사업에 포함됐던 전산수익, '신용'으로 돌려“농협 신용사업은 진정한 흑자가 아니다. 회계방식상 흑자처럼 보일뿐이다. 오히려 신용사업보다는 경제사업으로 흑자를 내고 있다. 따라서 ‘경제사업은 돈이 안되는 적자사업이고, 신용사업에서 벌어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는 농협의 논리는 수정돼야 한다.”농협의 회계방식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신용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농민들의 비판에 대해 “신용사업에서 벌어들이는수익으로 경제사업의 손실을 보전하고 있고, 두사업을 병행하면서 상호간‘시너지효과’를 본다”는 논리로 대응해왔다. 이런 논리는 신용사업은 실제로 흑자로 나오고, 경제사업은 적자로 나오는 회계정리를 통해 뒷받침됐다.그러나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를 면밀히 검토해보면 농협의 논리에 상당한 모순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이우재 의원(신한국, 서울 금천)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 신용사업은 1천2백25억원의 흑자가 난 반면 경제사업은 오히려 1천36억원의 적자가 나도록 회계정리됐다. 그러나 이는 주로 신용사업이 내부거래로 경제사업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11.5%의 고율이자를 받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내부거래이자는 올들어 더욱 높아져 지난 7월1일부터 11.5%에서 0.75% 포인트 올린 12.25%의 이자를 받고 있다.이런 이자율에 따라 지난해 경제사업이 신용사업에서 9천7백16억원을 빌린뒤 지급한 이자는 무려 4백46억원. 문제는 경제사업에 적용되는 이자율이농협이 일반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주는 경우보다 높다는 점이다.실제 기업체에 빌려주는 일반시설자금, 기업운전자금, 할인어음, 무역어음등은 신용도에 따라 8.5%의 저율로도 대출된다. 개인에게 빌려주는 가계일반자금은 신용도에 의거 최하 10.75%, 카드론의 경우 최하 11.0%의 이자만받고 대출한다. 농협에 금고관리를 의뢰한 기관에게는 8.5%로도 대출된다.예수금 이자율의 경우 보통예금, 가계당좌예금, 5천만원 미만 알짜배기 기업예금 등은 1%, 저축예금·3개월미만 자유저축예금 등은 3%로 낮은 이자율로 조성하는 자금도 많다.그런데도 농민의 소득증대와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하는 경제사업을상대로한 내부거래에서 이처럼 높은 금리를 받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는 신용사업회계의 수익을 늘리려는 분식회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정책사업 수수료 전액을 신용사업회계 수익금으로 계상하는 것도 문제다.지난해 농협은 2백24억원에 달하는 정책자금 수수료 전액을 신용사업 수익으로 잡았다. 정책자금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농어촌구조개선사업에 쓰라고빌려주는 자금이기 때문에 그 성격이 경제사업에 가깝고 사업도 경제사업파트에서 실시하는데 단순히 대출창구에서 돈이 나갔다고 수수료를 신용사업에 수익처리한 것이다.경제사업의 적자부담을 늘리는 주범중 하나는 지도사업전출금이다. 농협은지도사업자금을 돈을 많이 버는 신용사업에서 부담하지 않고 경제사업과 분담하고 있다. 경제사업이 부담하는 돈은 사업총이익금 6백54억원보다 더 많은 6백93억원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용사업은 1조4백30억원의 사업총이익을 내고도 겨우 9백68억원만 부담했다.뿐만아니라 회계방식을 바꾸기까지 해 경제사업의 적자폭을 넓히고 있다.95년에는 전산사업에서 총 74억원의 수익이 났고, 이것을 모두 경제사업회계에 계상했는데, 지난해에는 86억원의 수익이 났는데도 관리회계에 78억원, 신용회계에 8억원으로 나눠서 계상하기도 했다.이런 회계처리에 따라 경제사업이 손해를 본 금액은 이자지급액 4백46억원, 정책자금수수료 2백24억원, 지도사업전출금 6백93억원, 전산수익 86억원 등을 합쳐 모두 1천4백49억원.따라서 회계방식을 양 회계간 균형을 이루도록 바꾸면 경제사업은 결코 적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즉, 내부거래이자에는 4백46억원에 무이자를 적용하고, 지도사업전출금 6백93억원은 신용사업이 부담하며, 정책자금수수료 2백24억원을 50%씩 분담해 1백12억원을 경제사업에 돌리고, 전산수익 86억원 전액을 경제사업에 계상할 경우 1천3백37억원의 적자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경제사업은 당기순이익이 3백억원을 넘는 ‘흑자사업’이 될 수 있다. 반면 신용사업은 34억원 정도의 적자사업이 된다.이런 결과는 “신용사업에서 벌어 경제사업을 돕는다”거나 “경제사업은적자사업으로 신용사업이 아니면 자립하기 힘들다”는 농협의 논리가 더 이상 타당성을 가질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우재 의원은 “농협중앙회가신용사업을 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을 돕는다는 차원이라면 본래 설립목적에 따라 회계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원철희 농협중앙회장도 동감을 표시하고 “점차독립회계로 분리해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농협은 농협법에 따른 독립사업부제를 심화해 나가는데 있어 이같은 지적을 반영해 경제사업을흑자사업으로 돌리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농협이 신용사업에 치중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회계방식을 고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7년 10월 27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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