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지난해 수매가 결정과정에서 올 약정수매가 동결을 건의한 양곡유통위원회(위원장 문팔용)가 이번에도 내년 약정수매가를 동결하자고 나서 전국의농민들을 분노케하고 있다. 양곡유통위의 이번 처사는 그 건의의 유효성을떠나 어려운 농촌현실을 외면하고 정부의 나팔수 역할을 자임,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나아가 차제에 양곡유통위 건의-정부안 확정-국회 동의의 수순으로 이어지는 추곡수매가 결정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특히 양곡유통위는 정부의 자문기구라는 명목으로 매년 구성되나 정부가위원을 위촉하는 형식이어서 논의의 자율성과 객관성을 보장할수 없는데다결정의 구속력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올해 10기째인 양곡위원회는 형식상 생산자, 소비자, 학계, 언론계, 연구기관, 유통분야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 면면과 잠행으로 일관한운영방식을 보면 양곡유통위원회는 도저히 농민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이번 양곡유통위원회의 생산자대표는 김동균 농협중앙회 부회장, 황무돈성환농협조합장, 윤종희·임영택·최인술 농민 등 5명, 소비자대표는 오두현 한국소비자보호원 부원장, 김성수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 김희영 한국수퍼체인협회 공동구매 대표이사, 김연화 소비생활연구원 회장, 문정숙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등 5명이다. 학계대표는 문팔용 건국대 명예교수, 임재환 충남대 교수, 이동호 전북대교수, 황의각 고려대 교수 등 4명이, 언론계대표는 이재승 한국일보 논설위원, 최택만 서울신문 논설위원 등2명이 위촉됐다. 연구기관대표는 이정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설광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등 2명이, 유통분야대표로는 류재근 양곡상연합회장, 김남열 대한곡물협회 전무 등 2명이 들어있다.이같이 20명의 위원중 생산자가 단 5명인 양곡유통위의 결정은 처음부터정부의 의도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회의에서도 생산자대표들은 “지난해만 겨우 4%올리고 지난 94년부터 수매가를 동결해 온 만큼 내년 수매가는 최소한 물가인상 등을 고려, 5% 이상 인상해야 한다”고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대표라고 위촉된 일부 위원을 중심으로 한 다른 위원들이 WTO출범에 따른 국제경쟁력 확보 등을 이유로 이를 강력하게 거부,결국 표결 끝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지난해 위원회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를 비롯한 농협 추천으로 참여한 생산자대표들이 끝까지 정부 방침에 저항하자 올해는 아예 그들을 갈아치우고 구성했다는 점에서도 이미 예고됐다는 분석이다. 양곡유통위는 24일 밤 최종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결정하고 정부 관계자가 자료만 배포하는 가운데 기자회견도 없이 황급히 회의장을 빠져나갔다.농림부는 이렇게 나온 양곡유통위의 건의를 바탕으로 재경원 등과 협의,정부안을 확정한 뒤 11월초 국회 동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회 동의과정에서 정치권이 일정정도 수매가를 올려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농민을 외면하는 양곡유통위원회나 이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정부의 행태는 부정직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해 수매가는 약정수매제개편이후 지난해 이맘때 이미 결정된 것이어서 농사도 시작하지 않은 내년약정수매가를 정하는 국회동의 또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부의 나팔수로 전락한 양곡유통위원회를 농민대표,소비자대표, 정부를 중심으로 공정하게 개편하고 쌀수매가는 물가인상률을보장하라는 지적이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7년 10월 30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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