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으로 인한 경제난이 사회 각부문으로 확산되는가운데 농업정책금융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정부일각에서 IMF 지원을 이유로 농업금융이라고 볼 수 있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 예산을 삭감하거나 유보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궁금증이 높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멕시코나 인도네시아 등이미 IMF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국가들은 구제금융으로 인한 몸살을 앓으면서도 농업금융과 복지예산을 줄이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라와 IMF간의합의내용에도 ‘농업과 소기업에 대한 정책대출은 유지된다’고 돼있다. 따라서 농업부문 예산을 줄이겠다고 나오는 재경원 등 정부 일각의 움직임은온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전격 공개된 ‘경제프로그램에 대한 한국-IMF 메모랜덤(Korea-IMFMemorandum on the Eco-nomic Program)’ 가운데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체제’ 34번 항목에는 “농업, 중소기업 등에 지원되는 정책금융(Policyloan)은 유지하되, 이자보조금은 정부 예산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한 국제금융전문가는 이것이 “IMF도 구조적으로 취약한 농업분야에 대한정책금융만큼은 정부가 이차보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업부문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이긴 줄이되, 그것은 방만한 공기업의 민영화, 정부 조직규모의 축소 등으로 해결한다는게 IMF의 처방”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IMF의 농업분야 우대는 우리보다 앞서 금융위기를 겪은 멕시코와인도네시아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다. IMF 지원에 따른 멕시코의 ‘95~96 경제개혁프로그램’에는 수출과 농업을포함한 ‘우선분야’에 대해 개발은행과 신탁기금이 계속 금융을 공급하는것으로 돼있다. 또 ‘사회적 비용문제 처리’ 항목에는 경제조정과정에서발생하는 악영향으로부터 빈곤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정책조치를 실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즉, 금융긴축 때문에 개발은행들에 대한 대출은 전반적으로 크게 줄겠지만, 특별기관(예를 들어 농수축협과 같은 특수은행)을통해 소규모 농가들에게 대출해주는 농업금융은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실행하는 경제개혁조치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인도네시아는지난 30년 동안 교육, 의료, 기타 사회서비스를 통한 빈곤퇴치에 있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들 부문에 대한 정부지출은 IMF 지원으로 인한 전반적인 예산삭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특히 가난한 마을에 대한 지원프로그램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5년개발계획에 따라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처럼 IMF는 구제금융에 따른 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영향에 대해서 경제적 약자계층을 보호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같은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가 농업부문예산을 삭감하려고 검토하는 것은 방향이 빗나갔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농림부를 비롯한 농정당국은 IMF 한파에서 농어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장적 안전장치(Social Safety net)를 적용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의 기투자분에 대한 효율성 제고와 함께 경쟁력이 약화된 농업에 대한 특단의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IMF 지원에 따른 긴축재정 아래서도 농업부문 재정투융자가 지속된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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