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비 kg당 340원 ‘싸고’ 하루 작업량 20~30톤

▶국내 가공공장 도산 우려 남북한간 경제교류협력(경협)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개성 지역에 진출한 국내 깐마늘가공업체가 시범적으로 가동을 시작해 국내 마늘유통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 가공처리 규모는 10톤 정도이나 향후 최대 50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알려져 국내 깐마늘시장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 올 전망이다. 특히 일부 마늘유통인들은 개성지역 가공공장을 통해 중국산 마늘이 반입될 개연성이 높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마늘유통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남북경협사업으로 국산마늘 사용 조건 불구수익 극대화 위해 값싼 중국산 반입 가능성"농가까지 피해 확산…사업 중단이 최선”여론 ▲국산보다 200원 이상 저렴=마늘유통인들에 따르면 개성공단 이외 지역으로 분류되는 개성지역에 진출한 모 깐마늘 가공업체는 대지 5000평에 건평 2000평, 저온저장고 200평을 보유하고 있다. 통일부 허가를 얻어 남북경협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시설 투자비용은 전액 업체에서 부담했다. 시설규모는 하루 평균 50톤 정도 가공할 수 있으나 아직 시범사업 수준이어서 1일 평균 10톤 정도 가공된다. 본격적인 사업에 접어드는 10월 이후에는 20∼30톤이 유통될 것으로 알려졌다. 단 가공원료 마늘은 국내에서 반입한다는 조건이다. 문제는 북한에서 저렴한 수작업 가공비용(손 마늘)을 들려 유통시키다보니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공비용이 1kg당 600원이다. 반면 개성지역은 직접 가공비용 220원, 물류비 20원, 기타 비용 100원 등 총 340원에 불과해 국내 가공마늘보다 200원 이상 저렴하게 공급 가능하다. 또한 국내 손 마늘 하루 수요량은 60톤 수준이어서 개성지역 가공업체가 하루 20톤 내외를 유통시킬 경우 국내 가공공장은 도산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고품질의 손 마늘이 기계마늘시장까지 확대되면 전체 깐마늘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늘가공협회 김시동 회장은 "대부분 회원사들이 1달에 20톤 정도 가공하는데 북한에서 1일 20톤이 쏟아지면 2000명 이상 종사자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깐마늘산업이 도산될 위험에 빠질 것"이라며 "남북경협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업이라지만 국내 깐마늘가공산업을 위기에 빠뜨리면서까지 추진돼서는 안되는 만큼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산 유통 우려 목소리=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성지역 가공업체가 장기적으로 중국산 수입마늘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아무리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마늘을 가공하더라도 국내산 마늘을 가공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경협으로 이뤄지면서 국내산 마늘을 사용한다고 협약이 돼 있으나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울농산 강기표 사장(경남 남해)은 "국내에서도 기계로 깐마늘을 가공하면 1kg당 200원에도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도 큰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며 "결국 사업초기에 국내 마늘가공으로 명분을 쌓다가 수익성 높은 중국산 마늘가공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매시장 관계자들도 국내산 마늘가공보다는 중국산 마늘가공을 겨냥해서 개성지역에 가공공장이 설립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가락시장 신권식 마늘상인협의회장은 "국내산으로 가공하면 사업이 낮다. 결국 중국산 마늘을 유통시킬 개연성이 너무 많다"며 "이럴 경우 깐마늘산업 위기로 수확기 마늘 수매물량 감소로 농가까지 피해가 확산되는 만큼 가공사업을 중단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원료마늘 반출 및 가공마늘 반입량 자료는 관세청과 함께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라며 "만약 가공업체의 북한 진출로 국내 마늘가공산업이 위협을 받게 된다면 관계부처와 논의해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광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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