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할인마트 등 기획상품 포장 ‘농가 몫’ㆍ속포장에 소량제작, 재고처리 부담까지 가중

백화점과 할인마트들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내놓고 있는 화려하고 독특한 포장의 농산물 기획 상품이 정작 출하 농민들에게는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농민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산지 과일 생산농민들에 따르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 공급되는 상품의 경우 업체 측이 판매 촉진을 이유로 농산물의 색다른 포장을 유도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포장재비 부담은 모두 농민들의 몫이다. 또한 이러한 기획 포장상품의 경우 많아야 2000~3000상자 가량으로 소량 제작, 원가 부담이 높은데다 재고 발생시 이를 재활용할 수도 없어 고스란히 창고 신세가 된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설상가상으로 추석이나 설 등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 세트를 제작할 때는 겉포장은 물론 상자 안에 있는 과일 꼭지에 리본을 묶거나 랩을 이용해 일일이 별도의 속 포장을 하는 등 과대 포장 요구가 더욱 심해 농민들은 포장비는 물론 인건비 부담이 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충북원예농협 김운행 상무는 “난좌(스티로폼 등을 이용한 과일 받침) 포장 하나만 하는데도 손이 많이 가고 포장비도 높아지는 마당에 철만 되면 선물용 상품 만든다고 따로 낱개 포장까지 하다보면 평소 1000원 소요되던 포장재비도 인건비를 포함해 4000원 이상 높아진다”며 “업체는 판매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포장재 부담 때문에 농민들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결국 업체 배불리기에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업체들마다 포장재의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포장원가 또한 높아지고 있어 농민들의 소득 감소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로 농민들은 일반 할인업체 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등 유통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포장재를 규격화해 업체들의 횡포를 예방하고 농민들의 생산·물류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국과수농협연합회 한규삼 유통지원부장은 “포장이라는 것이 당초 농산물의 손상을 막고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인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돼 자제 품질보다 겉치레에 치중하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쓰레기 처리 부담이 높아지는 만큼 정부가 나서 포장재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유통정책과 전종철 사무관은 “농림부가 농산물 물류표준화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127개 농산물 품목에 대해 640개의 표준화 모듈을 마련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마케팅을 우선으로 하는 업체들은 사실상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농민들의 포장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할인업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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