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산물 매장 ‘우후죽순’ㆍ대형할인마트 공세에 맥못춰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이 급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등을 통한 직거래 방식에 의존하던 친환경농산물 유통이 이제는 쇼핑의 편리함과 경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전문 판매장이나 수도권 내 대형 할인업체, 백화점 등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할인업계의 친환경농산물은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매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반면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효시인 생협 직거래 판매 기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시장의 가져온 국내 생협 직거래 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긴급 점검해본다.

과거 생협 등을 통해 직거래되던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유통이 할인업체 전문매장으로 집중되면서 생협의 구매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연평균 판매 성장률 40%에서 올해 8%대로 ‘뚝’판매장 확대 경쟁 가세·일부 가격 경쟁 움직임에“유통변화 바람직” “협동조합 원칙 우선” 찬반 팽팽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현주소=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출자해 운영되는 생협의 친환경농산물 유통은 지난 1990년대부터 한살림, 한국생협연대, 생협전국연합회 등을 통해 소비되기 시작했다. 특히 잘먹고 잘살자는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일부 의식있는 소비자들에게 한정돼 있던 친환경농산물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 생협을 통한 친환경농산물의 직거래 시장은 매년 매출과 회원 수가 약 40% 가까이 급성장했다. 또한 올가홀푸드, 초록마을, 미생채, 이팜, 푸름 등 친환경농산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과 업체도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백화점과 할인업체, 쇼핑몰 등을 포함하면 전국에 약 900여 곳이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친환경농산물 공급 매장의 증가는 소비자들의 소비를 변화시켜 직거래에서 대형 할인업체 등으로 이동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농협 하나로클럽을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업체들의 친환경·유기농산물 매출은 매년 10~20%씩 증가하고 있는데, 생협 단체들의 친환경농산물 구매사업은 최근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생협수도권연합회 기획관리부 노욱 부장은 “지난 1999년 수도권연합회 설립 이후 2004년까지 생협 구매공급사업을 통한 친환경농산물의 매출은 연평균 40%씩 상승했으나 지난해 4/4분기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 올해 1/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5%, 2/4 분기에는 8%대로 매출 상승률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매장의 다점포화, 흔들리는 직거래 시장=친환경·유기농식품 전문매장이나 할인업계의 증가로 전체적인 친환경농산물의 시장은 크게 확대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이익창출이 목적이다 보니 외국산 친환경·유기농산물 및 가공식품 판매에 급급한데다 국내 농가들에게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저가 납품 요구를 일삼고 있어 정작 친환경농업의 장기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이 운영하고 있는 유기농 하우스의 경우 외국에서 수입된 유기농 케첩·치즈 등이 대부분이고 입점업체인 구텐모르겐 역시 독일과 일본 등지에서 직수입한 1200여가지의 유기농 가공제품 등을 취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백화점이나 할인업계가 경쟁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는데다 친환경농산물 전문판매장 역시 샵인샵 형태로 양적 확산을 가속화하고 있어 외국산 친환경·유기농 제품의 판매시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내 친환경농산물의 유통은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워 질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생협 역시 이같은 대형 할인업체들의 다점포 전략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입만 해놓고 직접 구매에 참여하지 않는 유령 회원의 증가를 극복하기 위해 생협들이 일반 할인매장들처럼 매장 확대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생협은 생산자 조합원의 이익은 뒤로 하고 가격 경쟁마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생협 내부에서도 각기 다른 목소리가 팽팽하게 제기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의 대중적인 판매를 위해 시장 유통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자칫 잘못하면 생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기존 원칙을 위배하는 일반 친환경농산물 판매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생협의 매장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생협 한 관계자는 “과거 일본 생협들이 점포의 수와 매장 규모 확대에 치중하다 결국 과잉 경쟁으로 적자 운영하게 된 사례가 있다”며 “생협이 조합원을 위해 사업을 펼치는 기본 원칙을 잊고 대형 할인업체들과 경쟁하게 되면 제 기능을 상실하고 도태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협이 변해야 친환경농업이 산다=친환경농산물의 소비 시장은 지난해 6000억원대에서 올해는 7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유통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생협을 통한 직거래 시장이 2000억원대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친환경농산물 유통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현재 생협이 차지하고 있는 친환경농산물 유통시장은 갈수록 축소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밀려오는 외국산 유기농·식품에 대응하고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생협의 역할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만큼 생협의 본래 원칙과 취지를 살린 직거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생협연합회 박상신 사무총장은 “생협의 친환경농산물 유통 사업이 앞으로 지속될지 도태될지 여부는 현재의 생협의 선택과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며 “친환경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구매 기능을 강화하되 양적 확대에 앞서 생산자와 소비자 조합원 모두를 보호하는 생협의 본래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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