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과연 계약재배로 채소류 가격안정과 농가소득 보장이 가능한가. 무·배추를 비롯한 채소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고, 유통협약, 유통명령 등의 수급정책이 빈번히 거론되면서 농림부와 농협이 추진하는 채소수급안정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지난 95년부터 정부 80%, 농협 20% 비율로 3천억원의자금을 조성해 고랭지 무·배추, 가을무·배추, 마늘, 양파, 대파, 봄무·배추, 고추, 쪽파 등을 대상으로 채소가격안정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주산지 농협과 농민이 계약재배를 통해 출하하는 형식으로, 농협이 판매후계약가에서 20% 이상 이익이 남을 경우 농가와 농협이 일정지분을 공동배분하고 20% 이내까지는 농협이 수익처리하는 것이다. 반대로 결손이 날때는조합이 20%까지 책임지고, 그 이상 결손시에는 농가도 일정지분을 부담해야한다.
농협은 지난 8월25일까지 봄무·배추는 1백10%, 고랭지 무·배추는 1백27%, 고추 65%, 당근 25%의 계약실적을 보였다고 밝혔다. 마늘, 양파는 9월중에 사업신청을 받는다. 농협은 올해 고추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사업목표를 상회하는 계약실적을 보일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취급물량이 전체 생산량에 비해 미미하고, 근본적으로높은 가격을 보장하지 못하며, 사업추진 조합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한계를지니고 있다. 최흥식 한국농업경영인 태백시연합회장은 “배추의 경우 농협의 계약재배는 가격이 폭락시 최저가격 지지 이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을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못된다”며 “농민들이 계약을 꺼리거나 위약이 속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 계약재배 출하물량은 생산량의 6%에 불과하며, 출하시 시장가격이 크게 올라갈 경우 20% 이상의 농가들이 계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이 사업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가격을 보장하지 못하는데다 작황에 따른 위험부담을 막지 못하고 농협의 판매능력도 부족하다며 상인들과의 밭떼기 거래에 비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가격의 주기적인 폭등과 폭락을 방지하는 것은 거의불가능한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저장성이 약한 채소류에 대해서는 일본의 가격차보전제도나 미국의 유통명령제도(Marketing Order) 등 새로운 사업방식의 도입을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농가가 이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 있도록 가격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조합의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가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차보전제도=재배면적과 출하량, 출하시기에 대한 통제를 따르는 생산농가에게 농산물 판매후 정부와 생산자단체가 조성한 기금에서 적정가격을보장해 주는 제도. 일본은 판매가격이 지난 5년간의 평균 도매가격에 못미칠 경우 가격차의 90% 수준을 보조하고 있다. 기금은 중앙정부가 60%, 지방정부가 20%, 생산자(단체)가 20%를 부담한다.
◇유통명령제도=특정품목 생산농가의 합의된 요청이 있을 경우 모든 해당품목 농가를 대상으로 정부가 강제로 판매·유통규제 등의 수단을 동원해 시장 출하량을 조절하는 것. 지역별로 생산농가가 공청회를 발의하면 지방정부가 공청회를 거쳐 농가의 2/3가 찬성하면 판매명령을 발동한다. 이용되는수단은 생산자별 판매한도 할당, 규격미달품 출하금지 등이다.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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