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도, 물류센터도, 창고형 할인매장도 아니다. 겉모습은 최신식이지만, 내용은 또하나의 재래시장일 뿐이다. 마포구가 NB21세기형의 새로운 유통형태로 발전시키겠다고 호언한 마포농수산물시장이 골치덩어리로 전락하고 있다. 지자체가 재래시장을 하나 지어놓고 개발공사를 만들어 공무원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는 비난도 터져 나온다. 입주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의 마포농수산물시장. 1만2백평의 부지에 1층매장 3천9백70평, 2층 부대시설 8백56평, 주차장 6천평 규모의 이 시장은 마포구가 지방차지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새로운 방식의 시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농산물 유통을 현대화하고 마포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해준다는 것이시장설립의 취지. 이를 위해 마포구는 수권자본금 1백억원, 설립자본금 42억원을 전액 출자, 마포개발공사라는 관리기구까지 만들었다. 지난 15일에는 창고형 할인매장 형태의 ‘마포마트’까지 열었다. 관리자인 마포개발공사는 일정액의 수수료만 받고, 능력있는 상인들을 ‘공급자’로 규정해 유통마진도 줄이고 농수산물 유통에 새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시작한 시장이다. 그러나 개장 4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빗나가고 있다. 이 시장은 얼핏 도매시장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농안법에 의한 농수산물 도매시장이 아니라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한 ‘시장’이다. 일반적으로재래시장이라고 부르는 시장인 것이다. 따라서 업태도 도매가 아니라 소매라고 볼 수 있다. 원래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형점’으로 하려 했지만 대형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시장’으로 슬그머니 바뀌었다. 법에 따르면 모든 매장을 1백% 직영해야 하는데 내용상 매장을 1백50여명의 ‘공급자’라고 부르는 상인들에게 임대했기 때문이다. 시장 입구에는 “생산자와소비자를 잇는 직거래 장터”라고 대문짝만한 간판을 걸었으나, 이는 결코직거래장터가 아니다. 개발공사측은 농산물의 경우 2.5%의 수수료만 받는수수료방식이라고 설명하지만 상인들이 입주할 때 ‘수수료 이행보증금’이라고 해서 12평을 기준으로 할 때 1천1백50만원 가량의 보증금을 받았다.양파를 취급하는 한 상인은 “수수료보증금외에 매월 90만원~1백만원의 수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장사가 안돼서 수수료 내고 나면 밥값과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고 불평했다. 이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입주상인들이 ‘정예 유통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리도매시장이 생기고 나서 정리된 청량리 상인들이 많이 왔지만 이들의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마포개발공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상인들, 즉공급자들이 알아서 물량을 가져다 팔고 수수료를 내는 형태다. 그러나 상당수의 상인들이 수집능력을 보유하지 못해 가락시장에서 물건을 가져오기 때문에 오히려 도매시장보다 유통단계가 하나더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관리공사와 비슷한 개발공사까지 있으니 개발공사 직원 월급도 유통비용이 되고있다. 재래시장에 개발공사가 얹혀진 형태나 다름없다는 평이다. 특히 마포개발공사는 개장 당시 30명으로 출발했으나 4개월새 12명이 늘어42명이 됐다. 개발공사의 정원은 58명이라고 하니 앞으로 더 뽑아야 한다.이에 대해 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20% 구조조정 계획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4명 정도 더 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관리공사는 최근시장내에 할인점인 마포마트를 만들어 ‘공급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공급자와 경쟁하는 모양을 만들었다. 이 시장은 건물의 구조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농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시장에서 필수적인 지하창고나 냉동·냉장고가 없다. 냉장고는 상인들이각자 매장에 마련한 것뿐이다. 결국 마포구가 표방한 NB21세기형 유통은 그림으로만 끝날 공산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이대로 놔둘것이 아니라 도매시장으로 전환하던지, 물류센터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이상길 기자>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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