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농수축임협이 직거래사업을 추진하느라 떠들썩하다. 금융점포를 비롯한곳곳에 주말장터, 기획판매전이 열리고 농수축협 차량들이 아파트단지를 누빈다. 생산자에게는 10~20% 높은 수취가격을, 소비자에게는 20~30%의 싼가격을 보장한다는 직거래의 현장에서 장단점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찾아본다.도시농협인 서울 S농협에서 하나로마트(농협슈퍼)를 맡고 있는 송 부장은요즘 직거래를 추진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라매공원, 수서지구 등에서 직거래장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조합원이 있는 근교 시설재배단지와 거래선인 여주 K농협을 수시로 가야하고 장터가 열리는 날에는직접 판매에도 나서기 때문이다.IMF 경제난국에 농가들에게는 높은 수취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는 좋은 농산물을 싼값에 제공한다는 직거래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그는두배로 늘어난 일이지만 보람을 가지고 일한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그는 유통경로로서 직거래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의문점이 많다.“소량 다품목 거래이다보니 농사짓는 농민들이 직접 소비지에서 판매에나설 경우 더 큰 비용이 들어가고, 농협이 할 경우 인건비, 물류비, 판매손실 등을 달리 보전할 길이 없습니다. 경제위기 극복에 농협이 동참한다는의미, 직거래로 인한 소비자들의 농촌·농협에 대한 관심도 제고 등의 효과가 있어서하는 것이지, 유통경로로서 효율적이기 때문에 직거래가 좋다고말하기는 어렵습니다.” S농협 관내의 시설채소작목반은 상추, 시금치, 얼갈이 등 엽채류만 생산한다. 때문에 하나로마트나 직거래장터의 구색을 맞추려면 여주 등지에서 오이 등 과채류를 받아야 하는데, 산지농협에서는 구매량이 10~20상자에 불과한 것을 매번 요구하는 시간에 납품하지 못한다.결국 트럭에 기사딸려 직접 내려갈 수는 없고 가락시장에서 가져다 파는 수밖에 없다. 무리한 직거래는 물류비나 기회비용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S농협이 직거래장터에서 올린 매출실적은 하루 겨우 42만원. 동네 청과상회만도 못한 매출이다. 조합원에게 산 가격에 약간의 마진을 붙여 팔았지만장터에 투입된 5명의 직원 인건비, 시설비는 회수할 길이 없다. 특히 하루이틀만 열리는 장터에서 팔고 남은 물량은 고스란히 버리게 되니까 잔품은곧 손실이다. 중앙회에서 저리자금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손실보전에는 미치지 못할뿐더러 그것 또한 유통비용 아닌가.농민 입장에서 볼 때도 직거래는 안정적인 출하, 수취가격 제고가 보장되지 않을 때는 그리 매력을 갖지 못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근교 시설채소단지에서 S농협에 4kg들이 상추 20상자를 납품한 조합원 최모씨(80)는 한국청과에는 70상자, 동화청과에는 1백90상자를 납품했다. 농협이 지불한 대금은가락시장 전일 평균 경락가인 3천원. 가락시장과 같은 가격인에다 상추 20상자라고 해야 6만원어치 밖에 안된다. 최씨는 자신이 조합원이고, 또 농협에서 직접 가져가니까 농협으로 “출하해 주는 것”이다. 기사인건비와 트럭을 이용한 순회수집 물류비도 유통비용이라는 점을 간과 할 수 없다. 이날 1톤짜리 농협 수집차량은 겨우 상추 20상자와 호박 10상자를 합쳐 1백20kg만을 실어갔을 뿐이다.이처럼 장터식의 직거래는 농민들의 수취가격을 높여주고 유통효율을 기하기 보다는 몰아치기식의 소비자가격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거래장터는 무조건 시중가보다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농협으로서는 근본적으로농민들에게 높은 가격을 쳐줄 수 없는 것이다. 농협은 농민 조합원의 것이라 볼 때 무리한 직거래로 잃는 손실은 장기적으로 조합원인 농민들의 부담이 되는 만큼 보다 합리적인 방법으로 유통합리화를 추구하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6월 8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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