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락시장 ㄷ청과 공금횡령 사건으로 농수산물도매시장 현금관리의허술함이 드러났다.더욱이 횡령액이 13억8천만원이라는 큰 규모에다 한 실무직원이 저지른 점을 감안해 볼 때 그간 도매법인이 자금관리에 상당히 소홀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이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시장내 타도매법인들은 바짝 긴장하면서 뒤늦게나마 자금관리에 대해 세부 점검에 나서는가 하면 업무개선을 서두르는 눈치다.가락시장의 경우 한 도매법인이 하루에 취급해야 할 현금이 약 10억원 내외로 대부분 산지농협이나 농민들에게 직접 송금하고 있어 가락시장만 하더라도 하루에 수백억이 취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인별로는 송금이수백건에 이르고 있어 거래은행과의 인출이 빈번한데다 농민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수억원의 현금을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공금횡령사건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대부분의 도매법인들이 전산화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펌뱅킹이란 전산망을 통해 수십억원을 횡령한 것은도매시장 사각지대를 교묘히 이용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그동안 금융기관의 전산망을 이용한 횡령사건이 간간히 알려지면서 도매시장 만큼은 별 일이 없을 것으로 여겼던 유통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어안이벙벙한 모습으로 공금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이렇다할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법인 관계자는 거래은행에서 현금인출에 대해 체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또다른 관계자는공식경로를 통해 이뤄지는 현금인출 부분에 대해 은행이 간섭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해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음을 시사했다.다만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경리과 실무자는 당좌대월이란 것을 통해 은행으로부터 차입해서 개인 개설구좌로 인출해가는 방법을 이용했던 점을 고려해볼 때 미리 은행차입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승인과 도장관리 등에 신중했다면횡령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지 않았느냐는 뒤늦은 아쉬움이다.결국 도매법인이 관련 실무자들의 교육과 관리에 철저를 기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해당 법인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으나 전체 도매시장내 현금관리 등을 포함한 법인 경영쇄신을 불러온 계기가 됐다는 것이 유통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홍치선 기자>발행일 : 97년 1월 16일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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