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7월1일 완전개방 이후 한달. 예측대로 수입 농수축산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수입의 주역은 역시 대기업.개방된 품목은 돼지고기, 닭고기, 소부산물, 오렌지 및 감귤류 등 37개 농축산물과 갈치, 조기, 바지락, 전복 등 31개 수산물이다. 수입자유화율은농축산물 98.3%, 수산물 1백%.7월1일~31일까지 한달간 무더기로 수입된 농축수산물이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은 품목별로 엇갈린다.국내 감귤생산농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됐던 오렌지의 경우 향도상사, 퍼시픽림 등 20여개 업체가 한달 사이 미국에서 생과 1만톤을 들여왔으나 ‘붉은 깍지벌레’라는 병해충이 대량 검출돼 농약으로 소독처리하는 통에 수입산 소비가 격감, 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이들 업체들은 7월1일 이전에 물량을 확보하고 개방되자마자 부산항으로물량을 들여왔는데, 식물검역소 부산지소가 물량의 70%에서 붉은 깍지벌레를 발견, 콘테이너 상태에서 ‘메틸브로마이드’라는 농약을 사용해 훈증처리함으로써 농약오염시비로 소비가 격감됐다.1만여톤의 수입오렌지 가운데 7월중 가락시장에 반입된 물량은 10톤정도.당초 kg당 1천6백~2천원 정도 예상했던 업체들은 경락가가 1천~1천6백원선에 머물자 벌레씹은 표정을 짓고 있다. 수입오렌지 가격의 약세는 업체들이 같은 시기에 경쟁적으로 들여와 물량이 몰린데다 오렌지가 맛이 떨어지는 ‘발렌시아’인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그러나 이들 업체들은 9월 이후 맛에서 앞서는 ‘네이블’을 중심으로 1만5천톤 정도를 더 들여올 것으로 예상돼 국내산 오렌지 뿐만 아니라 감귤류에도 상당한 영향이 우려된다. 농협을 비롯한 제주 농민들은 붉은 깍지벌레를 ‘금지병해충’으로 지정, 수입을 규제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대책마련에 부심중이다.오렌지 생과도 문제지만 오렌지 주스의 개방은 더 치명적이다. 농축액의경우 생과로 환산할 경우 몇배의 수량이 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브라질,미국 등으로부터 농축액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해태, 롯데, 제일제당 등 재벌기업 외에도 최근 파스퇴르유업까지 수입에 뛰어들어 감귤농민들을 암울하게 하고 있다. 7월 한달 동안 오렌지주스 수입량은 민간자율수입 5천여톤, 시장접근 수입 1천4백여톤 등 모두 6천4백여톤에 달했다.돼지고기의 경우 쌍용, 효성물산, 롯데햄우유, 해태상사, 동양글로벌 등대기업이 들여왔다. 냉동돼지고기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를 겨냥해 주로삼겹살이 수입되는데, 캐나다·덴마크에서 민간자율수입 2천8백여톤, 시장접근 수입 1천2백여톤 등 총 8천6백여톤이 수입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매납품가격이 삼겹살의 경우 kg당 국산은 6천5백원인데 비해 수입육은 5천3백원선을 형성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수입개방으로 인한 큰 영향이 관찰되지는 않는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이밖에 소꼬리와 소족 등 쇠고기 설육은 한화와 해태상사 등이 미국과호주에서 4백36톤을, 닭고기는 에이스무역·해태상사·제일제당 등이 미국과 중국에서 1천여톤을 수입했으나 국내시장에 추가적인 타격은 입히지 않고 있다는게 유통전문가들의 분석. 소꼬리와 소족은 현재 비수기이고 닭고기의 경우 냉동 부분육이어서 품질이 낮고 수요가 후라이드용 등으로 한정돼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수산물은 가시적인 타격이 나타나고 있다. 7월 한달동안 갈치 1천3백40톤, 조기 2천3백72톤, 홍어 6백68톤, 오징어 4천4백38톤, 냉동새우살 16톤,민어 95톤, 마른새우 11톤, 냉동바지락 34톤, 기타(가오리 등) 1천6톤 등모두 9천9백80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 품목은 도매시장에 상장되고있으며, 대중어종인 갈치, 조기의 타격이 크다. 수입산 유입으로 국내산조기는 10% 정도, 갈치는 성출하기를 감안하더라도 20% 정도 값이 하락하는 상태.이같은 결과는 7월1일 개방이 국내 농축수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쌀과 쇠고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이 수입농산물과의 전면전에 들어간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이런 현상 앞에서 일일 동향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게 농어민들의 지적이다.특히 단기적으로 타격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산업피해구제제도를 통해수량이나 관세를 조정하거나 조정관세제도를 이용해 관세율을 높이는 처방을 활성화 해야 한다는 요구다. 특히 최근 수입가공업자들을 보호하는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는 산업피해구제제도를 국내 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로 재정립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또 붉은 깍지벌레 소동을 교훈삼아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검역상의 병해충 관련 규정을 재검토, 소독만 하면 통관이 가능한 관리대상 병해충 가운데 문제가 있는 것은 금지대상으로 지정,수입을 원천봉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리고 농약을이용해 훈증소독할 경우 농약 잔류문제는 없는지도 분명하고도 공개적인실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저가 수입농축수산물이 국내산으로둔갑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산지표시제도를 강화하고 단속체제를 보강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품목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일이다. 국내 농산물 가운데 성장 또는 현상유지 가능성이 있는 품목은 과감한 품목별 경쟁력 제고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일정한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합동취재반=신상돈, 이상길, 정문기, 김정경 기자>발행일 : 97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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