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제주 감귤이 살려면 생산량 감소를 감내하더라도 품질만큼은 차별화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제주시 아라 2동에서 시설감귤 1천7백평, 금감 4백평, 노지감귤 2천평의농사를 짓고 있는 양용창씨는 지난 3~5일 농협중앙회 초청으로 제주 농업을견학한 소비자·농민단체 대표들에게 수입개방하에서 제주감귤이 경쟁력을가질 수 있는 방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노지재배는 관행농법이지만 시설재배는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양씨는 “비를 맞게되면 무게는 다소 늘어날지 몰라도 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절대 비를 맞게하지 않는다”고 한다.양씨는 당도가 11.5°이하인 것은 출하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지금 제주도에서는 이처럼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재배면적 2만5천8백2ha, 재배농가 3만6천호로 제주 경제의 핵심인 감귤산업을 지키기 위한 도민 전체의 자구노력이다.이들에게 올해 떨어진 절대절명의 과제가 생산량을 줄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과제는 지난 7월 1일부터 감귤류가 완전개방된데다 올해는 해거리 현상으로 예상생산량이 72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주감귤이 유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신구범 지사가 이끄는 제주도와 농협, 그리고 각 지도기관에서는 생산량을적정수준인 60만톤으로 줄이는 운동에 돌입했다. 수입개방 아래서는 ‘생과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고, 고품질 위주로 적정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만이 제주 감귤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다.이에 따라 제주도에서는 2천5백ha, 3천1백50주에 대한 대대적인 간벌을 비롯 전정, 적화, 적과, 수상선과 등 모든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 생산량맞추기에 나서고 있다. 제주지역 어디를 가도 수상선과를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눈길을 모은다. 농협 제주지역본부 신백훈 지도과장은 “수상선과란 불량과·기형과 등을 솎아내는 적과와는 달리 아예 출하전에 나무에달린 상태로 일정수준 이하의 과실을 선과하는 것”이라며 “농업경영인들을 비롯한 제주 농민들의 호응이 커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특히 제주도는 최근 ‘제주도 감귤 생산조정 및 유통에 관한 조례’를 제정 이같은 제주 감귤산업의 방향 전환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조례는 도가매년 감귤 생산조정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시 쌩면 및 마을단위로 설치된 생산조정관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조정계획을 수립·추진하게 돼 있다. 각급 위원회는 생산농가로부터 계획량을 신고받아 마을별, 농가별 생산조정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추진토록 하고 있다.또 판매되는 모든 감귤에 대해 품질검사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불량감귤은 아예 판매목적으로 도외로 반출을 금지했다. 품질은 15kg상자당 1백20~2백50개로 제한하고, 10월15일 이전에 출하되는 감귤의 당도는 극조생은 8°, 조생의 경우 10°이상으로 제한했다.이같은 제도는 지자체가 특정 농산물의 생산을 조정하기 위해 만든 조례로는 최초로, 다른 지자체의 농산물 육성정책에도 역사적인 사례로 기록된다.이 조례는 현행법상 법률적 근거가 없는 최고 5백만원의 벌칙조항까지 두고있어 감귤산업을 지키려는 제주도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제주도에서는 감귤산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이런 제주도 감귤산업에 있어서 가장 관심사는 수입개방에 따른 외래병해충 유입문제. 강대준 제주 감귤농협 조합장은 “생산조정이나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유통은 농민과 농협이 맡을테니 정부는 수입개방에 따른외래병해충 유입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난 7월1일 수입된 미국산 발렌시아 오렌지의 71.4%에서 ‘캘리포니아 붉은깍지벌레’가 발견된데 주목,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이것을 금지병해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민들은 이와관련, 캘리포니아 붉은깍지벌레를 금지병해충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가두 서명운동을 벌여 지난 7월10일~7월12일까지 단 3일간 무려 6만2천2백35명의 서명을 받아 관계요로에 탄원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개방 이후 제주 감귤산업은 이처럼 도청의 적극적인 개입과 농민, 농협,각 지도기관간의 협동으로 빠른 속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 감귤산업의 변신은 완전 수입개방에 지역농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성공이 기대된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7년 9월 11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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