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지난 96년 1월, 인천 송림도에 4천여평 규모의 대형 할인점이 개점됐다.인근지역 대형 슈퍼마켓과 중소형 유통업체들을 놀라게한 이 대형 할인점의주인은 네덜란드에서 넘어온 신할인업체인 ‘마크로’. 마크로는 그해 12월일산 신도시에 3천6백여평의 제2호점을 개장, 연매출 1천2백억원을 목표로발판을 넓혔다.같은해 7월, 세계 소매업계 8위인 프랑스의 ‘카르푸’가 중동과 일산에 3천여평의 대형 할인점을 잇따라 개장한데 이어 전국에 30개의 점포망을 개장한다는 목표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소매기업 세계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월마트’도 국내 유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 유통업계의 눈길이 우리나라로 쏠리고 있다.급변하는 소비지 유통국내 할인점은 지난 93년 신세계백화점이 E-마트와 94년에 프라이스클럽을개점하면서 급속하게 확산, 96년말 현재 5백평이상의 매장면적을 보유한 대형 할인점이 48개점포에 이르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로 볼 때2천년에는 전국에 2백여개의 점포가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소비지의 유통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백화점과 슈퍼마켓과같은 구멍가게형 판매에서 대형화되고 점포수가 많으며 판매방법이 다양한할인점 쪽으로 판매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할인점의 등장은 21세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유통시장의 전면개방이라는외적요인과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 유통정보의 발전 등이 몰고온것으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품질좋고 싼 제품’에 판매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물류비절감통한 저가판매 관건이와같은 상황에서 소비지의 농산물유통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할인점의 대거 등장으로 기존 백화점과 슈퍼마켓 판매가 줄면서 농산물의 판매조건이 할인점에 맞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 통계에 따르면 할인점에 판매상품 중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중 절반으로 1차상품이 20~ 25%, 가공식품이 35~4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대부분의 할인점들이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농산물의 판매량을 늘려 가격파괴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할인점 관계자들은 “양 많고 값싼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백화점 등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할인점으로 몰려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용마트라는 유통업체에서 매장을 관리하는 윤대현씨(39세)는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식품코너에서 매출증가 여부가 결정되고 특히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이 판매의 최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따라서 이들 유통업체들의 치열한 판매경쟁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농산물의 산지직거래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내 소매시장에서 이름난 H 업체의 경우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직접 조달하는 물량이 쌀 90%,축산물 70~80%, 신선농산물 30%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다른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물류비 절감을 통한 저가판매와 직접조달에 따른 신선농산물의 공급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농산물의 산지직거래는필연적 조치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한화유통, LG유통, 신세계, 현대,해태유통, 동아쇼핑 등이 자체 유통망을 갖고 농산물을 직접 조달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통업체 새롭게 뛰어드는 업체들도 산지직거래율을 전체물량의 30%이상으로 잡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농협 ‘하나로클럽’ 인기소비지 할인업체들이 산지직거래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산지정보와 조직이 탄탄한 농협은 지난 95년에 서울 양재동에 창고형 할인매장 ‘하나로클럽’을 세워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로클럽은 현재 20만명가량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일일 매출액이 96년 1억6천여만원에서 97년에는 2억원을 넘어섰다. 농협은 하나로마트라는 도시형 슈퍼마켓을 가맹점으로 늘려 점차 판매망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이러한 판매방식은 21세기 들면서 무점포판매시스템으로 이동하면서 급속도로 발전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또다른 유통환경 조성이 예고되고 있다.이미 소비지에서는 통신망 발달과 함께 인터넷을 이용한 홈쇼핑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택배와 통신업체들의 증가로 국내가 아닌 세계시장으로 영업망이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는 98년이후 매년 20%이상의 급신장을 점치고 있어 현실로 다가왔음을 느끼게하고 있다.소비지 유통업체들의 이러한 판매형태 변화는 치열한 영업경쟁으로 농산물의 가수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생산자들 입장에서는 고정 출하처의 연결에 따른 신용출하가 전제돼야 하고 고품질 농산물 생산은 물론 물류비절감을 통한 저가공급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물류비 절감을 통해 수입농산물을 대량 유통시킬 것으로 보여 국내 농산물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야만 되는 상황이다. 업체의 사활을 건 농산물 물류비 싸움이시작된 것이다.<홍치선 기자>발행일 : 98년 1월 5일
홍치선hongc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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