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전면전 돌입 D-3일. 98년 1월 15일 농협 양재 농산물 물류센터가 개장됨으로써 농산물유통의 새 지평이 열린다. 기존의 도매시장 경로 외에 생산자조직의 물류센터라는 새로운 유통경로가 구축되는 것이다. 이로써 도매시장, 농협 물류센터, 대형유통업체간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됐다.농협은 물류센터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추진중인 8개 물류센터에 물경 7천억원이 투자되는 것 자체로도 부담이지만 대형 유통기구로의 집중이 심화되는 21세기 유통전쟁에서 뒤쳐지는 날에는 농협의 존립 자체가위협받기 때문이다.그래서 농협은 원철희 회장의 진두 지휘로 이날 개장되는 양재 물류센터의차질없는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장 1백일 전부터 농협중앙회에설치된 카운트다운용 대형 전광판은 농협이 이 사업에 배수진을 치고 있음을 보여준다.농협 물류센터는 경매가 아닌 예약수의 거래방식에 따라 농축산물을 수집하고, 분산 및 가격형성, 대금결제, 정보제공 등 기존 농수산물도매시장의기능에 더해 저온저장, 소포장, 단순가공이 추가된 새로운 시장이다. 양재물류센터의 경우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주)농협유통이 운영을 맡게 된다.취급은 1차상품을 위주로 하되, 류별 취급비는 일괄구매가 가능하도록 채소·과실류 45%, 양곡류 10%, 축산물 15%, 수산물 5%, 가공식품 15%, 생필품10% 등으로 비율을 맞추게 된다. 물류센터의 주 고객은 △체인수퍼 본부 및백화점 △자영소매업자 △음식업체 △납품업자 등을 설정하고 있다. 체인본부 및 백화점의 경우 콘소시엄 또는 협약에 따라 상품을 공급하되 전산망연결계약 수발주로 체인본부의 물류거점까지 물류센터가 배송한다. 자영소매업자는 물류센터 직원이 직접 판촉하고, 서울시내 6만여개 식당(음식업체)에 대해서는 한국음식업중앙회 전액출자회사인 (주)농축산물공급센터를통해 납품·배송하는 식이다. 1백여개가 성업중인 호텔, 병원, 집단급식소등의 납품전문업체에게도 연결한다.거래형태상품 조달시는 예약수의조달이나 매취거래를 활용하며, 판매시는예약수의판매와 현장판매를 병행한다. 산지에서 출하되는 농산물은 출하자책임하에 물류센터에 수송·입하되며, 배송은 구매자 책임을 원칙으로 하고일정량 이상 구매시는 외부수송업체를 통해 구매자 요청대로 배송이 가능하다. 상·하역은 지게차 등을 활용하는 기계화로 물류비용을 절감한다. 파레트 단위는 지게차를 활용하고, 박스단위는 파레트 적재후 지게차로 이동하며, 산물출하 농산물은 용기화 작업후 파레트에 적재, 지게차로 이동한다.농협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전산정보 네트워크화하기 위해 86억원을 들여‘유통종합시스템’을 개발, 현재 40여명의 농협전산요원이 현장에서 시험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농협 내부는 물론 공급자와 고객에 이르기까지모든 물류비용을 최소화하고 소요시간과 원가를 줄이며, 사람의 개입 없이자동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것이다. 여기에는 유통 네트워크뿐 아니라 EDI(전자문서 교환), VAN(근거리통신망), 유통경영정보 데이터베이스, 바코드, POS(판매시점관리) 등이 모두 연계된다.이같은 물류센터의 성패는 물류효율화와 농협의 영업력에 달려 있다. 물류센터가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생산단계에서 소비단계까지 포장, 운송, 하역, 시설장비 규격화 Α沫 기계화이다. 쉽게 말해 대형 할인매장에 들어가는 공산품 수준의 표준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농산물분야의 표준화, 규격화는 걸음마 단계이고, 그런 마인드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지도않다. 속박이 출하는 물론이고 포장단위조차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질 경우 파레트도, 지게차도, 첨단 전산시스템도 가동할 수 없어 도매시장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된다.또 유통업체들에 대한 농협의 철저한 회원관리와 백화점, 대형할인점 수준의 서비스와 영업력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물류센터를 찾는 업체를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미 도매시장을 출입하는 벤더(납품업자)들 사이에선“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농협 물류센터측이 가격이나 규격에서 업체들의 조건을 맞춰주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는 점은 농협이 매우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물류센터가 정착될 경우 산지생산자 조직과 소비지 소매상이 직접 연결돼이론적으로는 현재 5~6단계인 유통단계가 3~4단계로 축소되고, 유통비용도15~18%에서 6~8%로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물류효율화 지연으로 이같은 유통비용 축소가 불가능해진다면 고객들은 도매시장을 즉각 찾게 될 것이다.특히 물류센터는 거래의 투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종합소득세 등세원 노출을 꺼려 거래를 기피할 수도 있다. 만일 물류효율화로 인한 비용절감이 세원을 노출하고 영업을 하는 것보다 효용이 적다면 업체들이 관행대로 도매시장으로 몰릴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 세제지원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이런 난제에도 불구하고 농협의 의지는 확고하다. 그리고 선택의 여지도없다. 주사위는 던져졌기 때문이다. 94년 8월부터 신물류체계 구축을 준비해온 강성채 신유통기획단장은 “표준·규격화는 이제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조기정착에는 엄청난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물류센터는 장차 제도권도매유통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장 D-3일. 농협중앙회와 (주)농협유통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농산물 유통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이상길 기자>발행일 : 98년 1월 12일
이상길leesg@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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